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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들의 저택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책장을 펼친 처음엔 암흑처럼 깊고 어두운 숲에서 홀로 메아리치는 인간의 절규가 그대로 땅속으로 뭍히는 듯 했다.
한 번 길을 잃으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후지산 깊은 숲속의 동굴.. 그 안에 서서히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는 한 남자는
과연 누굴까..그의 과거속엔 어떤 진실과 비밀 감추어진채 지금 이 곳에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가쁜 숨을 쉬고
있는지 그 숨겨진 의문의 흔적과 기억들에 차근차근 접근해보고 싶어졌다.
어느날 실종된 아들이 결국 백골사체만을 남긴채 죽었을거라 추정되는 비보를 전해듣게 되는 소설속 저택의 주인 고마쓰바라 다에코, 하지만 결코 이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 준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을리 없다말하며 굳은 확신을 버리지 않았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아들을 위해 그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전기를 책으로 만들려고 한 출판사를 찾아간다.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한 유령작가가 이 소설의 전기를 맡기로 결심하고 점점 이 전기일에 깊이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다에코의 아들 고마쓰바라의 준이 남겨놓은 과거의 흔적과 그의 주변을 깊히 파헤치게된다. 점점 짙어지는 의혹과 비밀에 감춰진 한 남자의 일그러진 초상의 실체를 발견하게된다. 집요하게 추적하지만 또 다시 알 수 없게 흔들리는 눈빛과 혼란의 연속..결국
진실을 꺼내들게 되는 이 유령 작가의 운명은 어떻게 전게될 것인지..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말고 그 종말의 끝을 향해 걸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진실이 열릴 것이다.
그토록 한 인간이 오랜시간 감춰두었던 그릇된 복수와 탐욕은 왜 결국 자신의 굴레에 갇히고 말았을까..치밀하게 준비된 복수로 얽힌 한 운명은 통쾌하게 승리할 것처럼 보였지만 곧 지독히도 춥고 외로운 고독과 절망으로 더 깊숙한 고통에 몸서리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세상에 복수를 통해 빼앗인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다시 온전히 되찾고 또 다른 새로운 얼굴로 자신의 운명을 마음껏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한 남자에게 돌아와 남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속에 등장하는 두 어머니의 엇갈린 모성애를 확인해본다면 그릇된 애정으로 시작된 이 운명들이 얼마나 큰 파탄과 씻겨내리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겨지는가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독자의 마음을 흔들며 연거푸 혼란에 빠트리게 하는 오리하라 이치만의 서술트릭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친밀한 유혹처럼 소설속에 더 깊이 빠져들게했다.
과연 이 미스터리 향연의 진정한 즐거움이 어떤 것일지는 역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