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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일들
신재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내가 그 피해자가 아니면 되는거야.."라는 이기적인 인간의 나약한 목소리가
누군가의 멈출 수 없는 광기를 지독한 살의로 키우고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멤돌았다. 끊임없이 내가 아닌 타인의 주변을 멤돌면서 자신의 먹잇감을 노리듯이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어둔채 마치 자신을 발끝도 붙잡지 못하는 무능하고
어리석어보이는 이 현실의 세계를 냉소적으로 조롱하고 비웃는 듯한 그 목소리가
더욱 불쾌해진다.
현재 우리가 숨쉬고 있는 평범한 주변의 일상과 변질되어버린 범죄의 온상이 뒤섞인
아이러니한 광경을 외면할 수 없듯이 이 소설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앞서가는
연쇄살인범의 발걸음을 잠시도 놓칠 틈새 없이 추격해야했다.
난자하게 피비린내나는 살풍경이 베어있는 범죄의 현장을 직접 접해보지 못한 나에게도
저절로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극도의 잔인함이 전해주는 소름과 공포, 인간의 탈을
벗어던진 짐승의 굶주림은 치를 떨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 연쇄살인의 마지막 순간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그 알고싶은 욕구만은 피할 수 없었다.
현장에 남겨진 자그만한 티끌이나 단서의 증거들을 통해 범죄의 국면이 달라지면서
그 숨겨진 실체가 드러나야했지만 실제 소설속에서는 철두철미하게 완벽한 범죄를
행하면서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내는 연쇄살인범에게 결코 빈틈은 쉽게
허락되지않았다. 비록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쌓여지는 뒤엉킨 혼란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파묻혀버린 범인 흔적의 연결고리를 잘 연결해나갈 수 있는지 쉽게 그 앞을
내다볼 수 없겠지만 그런 내면의 복잡한 양상과 치열한 심리와 두뇌대결에서 끝까지
마주하는 집요한 끈기와 노력을 이 소설속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좋을거 같다.
자꾸 양파껍질을 벗겨내듯 용의자 뒤에 또 다시 등장하는 용의자, 사건의 내막에
밀접하게 연결된 과거범죄사건에서 드러나는 어두운 진실은 또 무엇일지, 과연 무엇으로
이 범죄의 종지부를 찍어야할지는 오로지 이 소설을 읽는 독자 각각의 몫으로
남겨주어야 할 거 같다. 사건속에 등장하고 연결되어지는 각 인물 내면의 형상과 복잡한
심리를 좀 더 세밀하고 깊게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관계가
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했지만 이런 범죄 스릴러를 읽어가면서 씁쓸하게 외면되어
이 현실에서 그대로 덮어져버린 우리의 <흔한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어주었다고 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