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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일상속에 숨쉬고 있던 자아가 어느날 다시 깨어나보니 혼돈속의 파도에 몸을 맡기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칠게 떠밀려가고 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본 적이 있지 않았는지
문득 이 소설속의 k와 시선을 마주하며 물어보게된다.
한 주동안 쌓여있던 피로의 끈을 잠시 놓아두고 몸과 마음의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주는
평화로운 주말의 아침부터 낯선 도시의 한 중년 남자 k는 먼가 익숙치 않은 이질적이고
불안감이 덮쳐오는 기분을 쉽게 걷어내지 못한채 어느 주말 토요일 하루의 시작을 열어간다.
일상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무언가의 낯선 변화가 그 주위를 바꿔놓고 있었고 지난밤의
기억도 한 순간이 상실된채로 혼란은 더해지고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눈앞의 현실이 진짜가 아닌 듯 왠지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는 상태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가상의 그림자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고 있는
모습은 그 자신이 바로 나에게로 이어지는 듯한 착각과 환상을 섞어 놓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와 변한 것이 없어보였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무거운 발걸음은
어느덧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을 다시 더듬어가며 본래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k의 발자취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은 모두 제각기 역할을 맡고 자연스레 움직이는 듯한
연극배우처럼 거리감과 낯선 이질감이 더해졌고 또한 익숙치 않은 혼돈의 기억으로 흐릿해지는
자신을 더욱 붙잡게된다. 하지만 쫓아가는 기억과 시간의 흐름속에서 드러나는 모순들은 진실을
다시 뒤짚어버리게 되고 또한 나 스스로로 하여금 분열되어버린 k의 자아를 더욱 애타게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고 싶은 욕망을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내 자신이 믿는 것만큼이나 평범한 일상의 그림자는 꼿꼿하게 서있지 못한채로 금이 가져 있었고
순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공간속에서 어느덧 발을 내딛을 수 밖에 없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불분명한 삶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쉽게 생각의 선을 그을 수 없기도했다.
모든게 당연해게 자리잡고 있던 일상의 행복의 무게가 나에게 어떻게 채워지고 있고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지도 하나씩 살펴본다면 또 어떤 변화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 현실이 붕괴되는 비일상의 공간이 어느 순간 자신을 집어삼키려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뒤늦게 깨닫고 말까?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우리는 현재의 앞만보고 그 시간을 밟아내려가지만은
못할 것이다. 조금은 그 자신의 삶을 돌아 내려다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보고 모든것이
자신과 함께 상실되는 아픔과 슬픔에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익숙한 나의 일상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이별과 작별의 인사에 조금씩은 익숙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의 무게를
더해보려고 한다. 본래의 나로 되돌아오는 삶의 연습은 끊임없이 나를 더욱 강하게 하나로
만들어 줄 것이고 고통과 죄의식으로 무거워진 인생의 어깨를 더욱 활짝 펴게 만들어줄 거 같다.
끝으로 지금 나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자아의 눈빛은 누구를 향해있는 진실로 숨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