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결같은 사람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한결 같은 모습이 다른 방향을 모색하면 반복 읽기를 아니 할 수는 없는지라,
새로 읽기는 하지만 다만 똑같은 지점에서 질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삼분의 일은 건넜는데 실패한 두번째 결혼. 삼분의 일, 이걸 물려 말어?
장편소설가의 재주가 짧은 이야기 길게 늘이기는 아니겠지만, 분명 이 작가는 그러한가보다.
어찌나 긴지, 책 한권 분량을 용케 읽고 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삼분의 일, 그 내용은
(여기서는 줄었지만) 기존지식을 끌어다안고, 그 재미있는 '가십'거리들로 책의 반은 족히 채우고
나머지는 개성없고, 특색없고, 평면적인, 책처럼 납작한 인물들이, 그 부족분을 메운다.
주로는 흥미로운, 당대 각광받는 분야의 과학들이 그 중심점이라 인물들은 맥빠진 연결지점으로 데려다 썼나,
주객전도의 의심을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뇌신경학, 그 증례연구들이 객방을 차지하고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 차가운 예로,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발달 과정이 교과서 수준으로 책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1991년 당시.
분명 태동기의 컴퓨학도, 멸종위기의 도서관과, 고미술학도 삼차원 책 엔진을 이루긴 한다.
역시나 빼곡한 글씨로, 유전학 책 내용을, 주인공의 감성과 맞물려 엮어 내는데, 이런 작정하고 맞물리는 작업에는
자칫, 억지가 들어가기 쉬운 법이나, 매끈하게 기워 놓았다는 느낌을 준다.
격언들처럼 흐르는 책 내용들이 경구같아서, 해독하기 힘든 측면이 지나쳐,
툭하면 줄거리를 놓치기 쉬워서 이런 착각을 주나, 의심을 해보지만 글은 여하간 멋지다.
어려운 처음을 좀 넘다 보면 그러니까, 리듬 좀 타다보면, 거기 끼여 삐걱거리는 사람들이, 자꾸 덜커덩거리며 '본 줄기'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돌아가는 트레드밀에 헉헉대며, 그저 표정없는 얼굴을 꾸미고 미적거리기만 하는 B급 영화, C급 영화 배우 흉내를 내는지라, 엉뚱하고 뜬금포없는 이 진전이나, 탐구들이란, 목엣가시는 아닐지언정 껄끄럽다.
뭐라는지 도통 알아듣지 못할 주절거리는 이 생기 하나 없는 실험실 생쥐들은 내려놓자 싶어 잠시 내려놓았지만, 접기에는 많이 아쉬운 책이라, 언젠가-는 다시 펼질지 모를 일이나, 두 번째 실험에 돌입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던-
십여 년 차이 지는 '에코 메이커'는
포와 바흐의 합집합, '황금충 변주곡' 책처럼 혼종이다. 이번에는 대중과학잡지, 유행처럼 번지는 뇌과학 책와 '영화'로 제작하기 딱 좋을 미국식 소설의 면면을 갖췄다.
영화라고 쳐도 그렇게 대중 영화는 아니겠으나, 꽤나 어깨 힘을 주는 소설을 옮겨 놓으면 갖다 쓰는 그런 '클리셰'들을
미리부터 자체 장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데자뷰'로 이건 이런 장면이 되겠구나, 미리 보기를 하고 있다.
인물들 연결은, 이전보다 낫다. 이전 부풀어 올라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던 소설적 성취를 접어두고 한껏 내려앉은 평이한 서술은 건너지르기 쉬워 고맙다.
그래도 이런 패턴의 반복이 아주 달갑지는 않은 것이, 교과서 빼면 얼마 안 되는 착해빠진 주인공들이, 그 행동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맡은 바 역할을 하나만 줄창 연기, 책 반까지 그러고 있다. 그러니까, 시작이 반이다!
그런 것은 그렇다쳐도, 무능력, 무기력, 신경과의, 더러운 꼴 안보려고 애초부터 외래진료를 접었는데, 연구실에서 소설책만 팠나, 연구란 게. 겨우 어불성설 (보지도 않는 환자) 케이스 연구, 더해 기본은 무시, 실제상황은 무지하고, 그 고민이란 어리석기 그지 없는데다,-그외는 스포일러인 관계로 중략, 그렇게 책을 여러 번 던지고, 당겼다가, 던지다 보면 헛웃음만 허-
읽지는 않았으나, 그런 반복이
"오버스토리"-은행나무,
여기서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넘겨짚어 본다.
역시나 대학 전문 교재 분량, 꽤나 길다.
나무, 환경 관련 학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나 본데/가져다 썼나 본데,
나무보다는 가구들을 좋아하는지라, 볼 거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