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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찰나를 역사로 ㅣ 매그넘 컬렉션
장 다비드 모르방 외 지음, 실뱅 사보이아 그림, 맹슬기 옮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 / 서해문집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그 때 사진에도 회화 만큼 매력을 느꼈어요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걸요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포착하려는 시각의 자발적 충동이에요
그림은 우리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을 공들여서 발전시키고요
즉, 사진은 즉각적인 행위이고 그림은 명상속에서 이루어지죠
p.19
오래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한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에 다녀왔었다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 철학과 한국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록 차원의 사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작가의 시각과 생각을 담은 사진을 통해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평소에 사진에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찍는 방법과 왜 찍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에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 피사체를 담아내는 매그넘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평범한 일상 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매그넘의 보도사진가들의 행적들은 가히 존경스럽다고 할 만하다
르포르타주의 사진들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진가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어 흥미롭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미적 기교를 나타내는 사진이 아니어도, 과장된 편집이 들어 있지 않아 그 진정성이 더 확실하게 전달되는듯 하다
<매그넘 컬렉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찰나를 역사로>는 매그넘 포토스의 전설적인 작가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작품과 그래픽 노블, 사진 해설을 함께 엮은 독특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표지 사진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함이 있다
그래픽 노블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고 뒷부분의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철학과 영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 데사우에서의 르포르타주를 위한 행적들에 대한 해설도 꼼꼼하고 자세해서 보도사진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프랑스의 사진가로 현대의 포토저널리즘에 큰 영향을 가져온 인물이라고 한다
워낙 유명한 사진들 때문에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라는 기치 아래 1947년 로버트 카파, 데이비드 세이무어, 조지 로저, 윌리엄 밴디버트와 함께 매그넘 포토스를 창립했다
그들의 사진에서 주목할 점은 사실적인 현상을 담았지만 작가 개인의 자유로운 개성이 강하게 표현되었다는 것과 휴머니즘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감동을 이끌어 내는 사진, 연출된 사진이 아니라 우연에서 비롯된 사진들을 좋아했는데 대상의 연출된 이미지를 주로 찍는 나로서는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 사진에 대한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사진 특성은 어떤 대상이 순간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낼 때를 렌즈 안에 포착하고 전통적인 구도보다는 대상의 움직임과 표현성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사진 작업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는 호기심과 긴장감,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의 사진은 세상의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만나는 방법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징집되어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하이델베르크 인근에 수감되어 포로생활을 한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끈질긴 탈출 시도를 감행하고 세 번째에 성공한다
르포르타주를 위해 전쟁 포로들의 임시 수용소 데사우에 머물면서 그곳의 실상과 분위기를 전하는데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도 남기게 된다
군중들 속의 고개 숙인 여자와 그녀를 향한 폭력성을 나타내고 있는 또 다른 여자의 모습
그녀들의 상반된 표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담담한듯 무수한 시선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닌 역사속에 존재했던 실제의 상황은 많은 생각들을 불러내온다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모습과 독일의 패전 직후의 모습들을 그래픽노블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프랑스에서의 독일군의 만행과 데사우 수용소에서의 그의 행적들이 그려지고 있다
전쟁의 종식으로 맞게 된 반전... 표지의 사진 한 장이 전해주는 폭력성과 자유, 후회... 마치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 시대의 모습이 전해진다
보도 사진작가로서의 고뇌와 활동 당시의 행적들이 그래픽 노블로 그려지고 전쟁의 참혹한 상황과 분위기가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책에는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평가받는 브레송의 대표 사진 26점이 실려 있는데 그의 사진 예술관인 '결정적 순간'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때로는 한가로운 풍경을 때로는 공포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각기 다른 인물들의 표정들을 하나 하나 읽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할래의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외투를 입고 걸어가는 소년의 사진에선 안쓰러움과 동시에 현실의 막막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전쟁이 남긴 가혹한 현실을 느끼게 된다
사진작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회화와 영화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는 걸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았다
기교 없는 순간의 포착! 그 순간을 매우 인상적인 구성으로 사진에 담는다는 그의 사진철학은 깊은 울림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그가 분신처럼 여기던 라이카를 땅속에 묻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시대의 상황을 역사로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치열한 삶의 모습이 뜨거운 온도로 가슴에 와 닿는다
여러 마디의 말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깊이와 감동이 다름을 새삼 느낀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독자, 직접 겪지 않은 역사를 경험하고 진실과 마주하고 싶은 독자, 그래픽노블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에게 있어 사진이란 어떤 의미있지 깊이 있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라이카를 땅에 묻은 이후 4년 동안 나의 동공이 카메라가 되었다.
수정체는 렌즈를, 홍채는 조리개를, 눈꺼풀은 셔터를 대신했다.
망막은 필름이 되었다
안구는 암실 역할을 했다
그리고 기억은 인화된 사진이었다" p.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