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를 듣는다 - 정재찬의 시 에세이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 그대를 듣는다
저자 정재찬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17.06.05.
상세보기
"두근거리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만,
첫사랑의 두근거림은 세월이 한참 지나도 가슴에 여진이 인다.
어쩌면 첫사랑을 못 잊는 게 아니라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못 잊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어찌 알았으랴.
햇솜 같은 마음 다 퍼부어 주었건만,
눈꽃처럼 아름다운 첫사랑은 그 운명 또한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눈꽃처럼 지고 말리란 것을.
그래, 눈꽃은 꽃이 아니다. 첫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꽃은 봄에 피어야 하듯, 사랑도 그렇다.
허나, 눈꽃이 겨울나무 가지를 감싸야 눈꽃이 맺히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 자리에 봄꽃이 피어나듯이,
첫사랑의 아름다운 상처가 지나야 속내 깊이 물오른 진실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 법이다.
그건 한 서른은 돼야 안다" p.16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 두 번째 이야기
「그대를 듣는다」
책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 「그대를 듣는다」 두 번째 이야기로 또 한 번의 촉촉한 단비가 가슴 위로 내린다
영화의 한 장면, 시 한편, 소설의 한 문장, 익숙한 노래의 가사 등 장르를 가르지 않고 삶의 모든 자락들을 넘나들며 진솔한 애정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정재찬 교수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그렇듯 진한 울림을 전한다
작가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일상은 사소한 감정까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두고두고 곱씹어 가며 오늘을 살아가는 위안으로 삼고 싶어진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게 하는 정재찬 교수의 따스한 목소리가 비 오는 날에 작은 위로를 건넨다
문장 곳곳에서 줍게 되는 세상을 대하는 말랑한 감성들~ 그것엔 사랑과 기쁨도 있고 절망과 회한도 있지만 지나간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공간에서 인간다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시와 일상이 만나 빛을 머금은 현재가 된다
사람 냄새 가득 배어 나오는 작가의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에선 봄날에 돋아나는 여리고 파릇한 새순처럼 가슴 뛰게 하는 희망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세상은 살아갈 만한 아름다운 곳임을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새겨본다
그의 글이 있기에 벚꽃잎이 하얀 눈처럼 발밑에 쌓였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그렇게 지나가는 봄날이 서글프지만은 않다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시처럼 그려진다
너와 나,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끼며 읽고 또 읽어야지.
시를 읽고,
시인의 마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읽는 것.
그리하여 서로의 목소리를 회복해 주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이자 방식이었으면 싶다.
목소리가 살아야 사람이 산다.
목소리는 곧 그 사람이니까.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