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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똥 쪼물이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우수상 수상작 ㅣ 신나는 책읽기 51
조규영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제목만으로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책을 만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똥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은 각별한 것 같다
초등 1학년인 아들과 함께 보려고 테이블 한쪽에 다른 책들과 함께 올려 두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내고 선 스스로 책장을 넘기며 관심을 보였다
아직 혼자 읽기에 부담스러운 분량이라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일단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고 함께 읽으며 재미난 내용에 더 반하게 된 책이다
똥 얘기만 나와도 웃음이 나고 즐거워지는 아이들에게 지우개 똥 쪼물이의 용감무쌍한 활약을 다룬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지우개 똥이 살아 움직이고 그들 보다 거대하고 힘센 울보 도장에 맞서 멋진 대활약을 그려내는 스토리는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고 잔잔한 감동이 전해진다
뭐하나 잘나고 멋진 모습과 능력은 찾아 볼 수 없지만 위기 때마다 서로를 챙기고 협동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나 어른에게서도 기대하고 찾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엉성한 건 절대 그냥 넘기지 않는 담임선생님 때문에 2학년 3반 아이들은 받아쓰기 시간마다 한숨이 흘러나온다
글씨를 잘 못써도 틀린 문장이 있어도 띄어쓰기를 못해도 어김없이 일기장과 받아쓰기 공책에 울보 도장이 찍힌다
울보 도장을 받은 유진이, 다빈이, 준서, 태우가 합동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의 손끝으로 직접 만들어 낸 지우개 똥들이 친구들의 따스한 숨결을 마시면서 살아 움직이게 되고 울보 도장을 받고 슬퍼하는 유진이를 돕기 위해 활약하는 모험담을 그린 이야기다
울보 도장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서랍 속에 갇히기도 하고 시커먼 울보 도장의 부하 벌레에게 공격을 받는 등 시련과 위기가 있지만 쪼물이, 짱구, 딸꾹이, 헐랭이 지우개 똥 네 친구들이 서로 힘을 모아 결국엔 울보 도장을 교실에서 쫓아낸다는 이야기다
지우개 똥들의 활약으로 울보 도장이 사라지자 2학년 3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울보 도장을 받지 않게 된 아이들은 자신감을 되찾아 학교생활이 즐거워지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는 울보 도장 따위는 찍지 않기로 결심한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인 <지우개 똥 쪼물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에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감동과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담은 동화다
아이와 어른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어른에게는 쉬운 받아쓰기와 일기 쓰기가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운 게 사실인데 늘 잘 쓰기만을 바라고 강요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깐깐 선생님이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
부모의 욕심이랄까. 힘들어하는 아이의 마음, 잘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늘 잘못하는 점만을 지적하고 잘해라, 노력해라만 요구하는 건 아닌지 나 자신도 돌아보게 했다
아이를 진정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느끼며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고유한 의무이고 책임이기도 할 텐데 순간순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쓸모없고 보잘것없는 지우개 가루를 의인화해 재미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저학년 아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글과 잘 어우러지는 캐릭터의 모습도 재미있고 정감이 간다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을 닮아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는 저학년 어린이들이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하고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귀여운 똥들의 활약상!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가능할런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새롭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존경이 더해진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마다 만들어내는 지우개 가루의 맛이 다르다는 설정도 재미있고 매일 교실에서 만나게 되는 사물들의 살아 움직임을 통해 판타지적인 흥미로음을 더해주는 것도 좋았다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해결해가는 이야기 구조가 결국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행복감으로 귀결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친근한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구성이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읽기가 신나고 즐거워질 수 있는 내용이라 더 반갑다
소심한 아이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어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