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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작년까지만 해도 큰아이와 휴대폰 사용을 문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쳤었다
아이는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라고 이유를 댔지만 내 눈에는 볼 때마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걱정이 됐고 보기 싫었다
휴대폰 시간관리 앱을 깔아 두고 하루에 얼마큼씩 사용하는지 알게 했는데 2~3시간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걸 인지하게 됐고 매번 엄마와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게 싫었던 아이는 결국 나의 제안대로 하루 40분만 사용하는 걸로 타협을 봤다
하지만 불만이 끈이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훨씬 만은 시간을 사용하는데 자기만 그 짧은 시간 사용으로는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도 없고 아이를 믿지 못하는 것도 부모로서 부끄러운 일이라 지금은 아이를 믿고 스스로 사용 시간을 조절하도록 가끔씩 체크하는 정도다
사실 어른인 나조차도 블로그며 SNS를 하다 보니 수시로 휴대폰을 집어 들게 된다
관심 있는 기사나 이야깃거리를 찾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버리기 일쑤다
작년에 거의 1년 동안 블로그를 쉰 적이 있었는데 덕분에 휴대폰 사용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 독서와 인문학 강좌 수강 등으로 나름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며 지냈었다
다시 SNS를 하면서 폰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어 독서량이 줄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휴대폰이라는 것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용하게 되는데 꼭 나쁜 영향만 있는 게 아니라 관심사를 보다 확장시켜 심화 시킬 수도 있고 자신이 찾는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검색하여 찾을 수도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사용시간에 비례해 중독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특별히 쓸 일이 없는 대도 계속 붙들고 있거나 모든 신경이 폰에만 집중되는 현상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는 우리의 일상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화다
도깨비에 홀린 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점차 에너지가 고갈되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력도 안좋아지고 다른 일에 관심도 줄어들고 두통과 불면증도 생기게 된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주인공 지우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상한 휴대폰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도깨비폰!
지우가 현실과 도깨비굴을 오가며 경험하게 되는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일들이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스마트폰과 옛이야기 속의 신비로운 도깨비를 소재로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라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어서 읽는 내내 몰입해 볼 수 있었다
케빈이라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왜 도깨비 이름이 케빈일까 궁금했는데 지우가 깨비를 잘못 알아들은 거였다
박하익 작가의 유머스러운 문장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책을 보게 만든다
촌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도깨비들이 방망이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복합 현실 게임과 메신저 앱으로 대화를 나누며 날대야가 택배를 배달하는 장면 등 상상하지 못한 신선한 발상들이 재미를 주고 공감가는 이야기 전개에 장편동화임에도 읽기가 수월하다
감쪽가튼 앱으로 둔갑 필터를 사용해 사물이나 사용자가 변신할 수도 있고 꼬부랑 캔디와 술술술 앱으로는 외국어와 공부를 척척 해결해주는 그야말로 실제로 실현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하는 아이디어 넘치는 설정들이 흥미롭고 유쾌하다
이런 기능이 탑재된 폰이라면 어느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주제나 이야기 구조, 흡인력 있는 문체, 가독성까지 좋아 창비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겠다
지우는 유료 앱을 사용하면 자신의 기가 빠져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에게 위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걸 감지하고 스마트폰을 없애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실제로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기가 빨리듯이 피곤해지고 머리도 멍해짐을 느낀다
아이들은 자기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어른도 자제하기 힘든 스마트폰 사용을 아이들에게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너무 일찍 사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펼쳐 보게 하고 과도한 학습의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돕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고 우선시 해야 할 문제인듯하다
주인공 지우는 학교 수업과, 학원, 학습지 등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친구들과 맘껏 놀고 싶은데 학습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 외롭고 쓸쓸하다는 어두운 감정도 갖게 되었다
아이를 둔 부모로서 측은하고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아마 성인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도한 업무와 친밀감을 쌓지 못하는 대인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초래된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왕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잘, 제대로 쓸 수 있게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듯하다
"지우는 아주 중요한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도깨비폰을 사용하든 안 하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도깨비 아이들과 놀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건 마음을 지키고 영혼을 차분하게 다잡는 것이었다.
고요함 속에 깊이 잠겨 마음을 평온히 지킬 수 있다면 도깨비들과 얼마나 어울리든, 도깨비폰을 어떻게 사용하든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우가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내 주위에 있는 어린이들도 다르지 않을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어른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아이들이 힘들어하는게 무엇인지 바라봐 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면 스마트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것 같다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이 물음에 자신있게 No!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너무나 매력적인 애플리케이션이 가득하고 자신만의 특별하고 활발한 소통공간이 될 수 있기에 차마 거절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건강하고 건전한 정신만 지니고 있다면 일상에 즐거움과 재미를, 유익함까지 더해 줄 도깨비방망이가 되어줄 거라 희망해 본다
지금 이시간에도 아이와 부모가 스마트폰 때문에 고민하고 서로 갈등하고 있다면 꼭 함께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