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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잇 업! Jazz It Up!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 출간 15주년 특별 개정증보판
남무성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2월
평점 :
이십 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이태원에 있는 재즈 클럽에 간 적이 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눈앞에서 생생하게 전해지는 재즈 음악이 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재즈바였는데 요즘 가끔 그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이후로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들었던 스탄 게츠의 [The Girl From Ipanema]는 재즈를 좋아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이긴 했지만 깊이 있게 접하지는 못했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찾아 듣는 정도로 만족하고 지냈다
재즈는 클래식만큼이나 어렵고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내 수준에 맞는 재즈 이론이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라랜드와 위플래시,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만났던 재즈 음악들이 너무 좋아서 재즈에 제대로 입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즈음
재즈 평론가인 남무성 작가가 직접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 <재즈 잇 업>을 만났다
재즈 100년의 역사를 만화를 통해 책 한 권에 담아냈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동안 가졌던 재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적잖이 들떠 있었다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게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문장과 작가의 개성 있는 만화로 재즈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전문 만화가 이상의 매력 넘치는 그림들이 재즈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좀 더 폭넓은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바라면서 재즈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으며 노력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인문교양서보다는 만화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유쾌하고 재밌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JAZZ IT UP 을 읽으면서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던 것 같다
전문가들이 정의하는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지만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위안과 편안함을 주고 듣는 내내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재즈다
예민함을 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재즈를 즐겨 듣는 이유다
<재즈 잇 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한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찾아서 들어 보았다
제목은 모르면서 귀에 익은 음악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된 것도 있다
독자들도 꼭 책을 읽으며 관련 재즈 음악을 찾아 보길 바란다
책을 읽는데 시간은 배로 걸리겠지만 특별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재즈 클럽에 와 있는듯한 현실감과 생동감 마저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재즈의 어원에 대한 다양한 썰들이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알았는데 열정적인 의미는 대부분 갖고 있었다
외설적인 어원에 대해서는 의외였고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다
블루스의 여왕 베시 스미스의 죽음과 관련된 일화와 빌리 홀리데이의 불행한 삶은 가슴이 아팠다
인종차별의 고통과 아픔이 재즈 속에 오롯이 담겼다는 것이 슬프고 애절하게 느껴진다
재즈는 흑인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결합되어 빚어낸 음악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뿌리는 그들의 음악이지만 말이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들었던 음악들이 스윙이고 쿨재즈였고 스무스 재즈였다는 걸 알게 됐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팝가수 인 줄 알고 있었는데 재즈 싱어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베니굿맨과 글렌 밀러, 젤리롤 모튼을 알게 되었고 재즈 보컬 엘라 피츠제럴드와 냇 킹 콜의 감미로우 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를 하루 종일 듣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재즈의 클래시컬한 성격이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후 유럽의 클래식 작곡가들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재즈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음악적 이론이나 용어가 난이도에 따라 중간중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뒤쪽으로 갈수록 재즈의 다변화로 어려워지는 느낌도 있지만 워낙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재치 있고 유쾌한 만화 덕분에 지루함 없이 끝까지 완독할 수 있는 재즈 입문서이다
재즈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재즈의 역사에 길이 남는 재즈 거장 루이 암스트롱,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레이스, 빌 에반스, 허비 행콕, 키스 자렛 등 그들의 연주 스타일과 대표 작품들,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은 재즈 이야기들이 재즈 초보이자 입문자에게 즐겁고 설레는 재즈로의 여행처럼 느껴졌다
시대적 상황과 뮤지션들의 요구에 의해서 스윙에서 비밥, 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재즈 록, 재즈삼바, 포스트모던 재즈까지 다양한 형태로 바뀌며 발전해 간다
세계 경제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인종차별, 베트남 전쟁 등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들은 전반적으로 재즈의 흥망성쇠에 깊이 관여를 했다
그리고 재즈 뮤지션들의 치열한 음악적 탐구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재즈 잇 업>을 읽으며 관련 재즈를 찾아 듣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히려 생생한 재즈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다
특색있는 재즈 앨범 재킷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재즈카페를 운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덱스터 고든에 대한 표현을 남긴 문장은 인상적이었다
많은 재즈 거장들이 약물과 알코올중독으로 망가지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고 연민이 느껴진다
왜 그랬을까?
인종차별의 분노와 슬픔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재즈가 지금까지 독자적인 영역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JAZZ IT UP은 절판되었던 기존의 1, 2권을 합본해서 한 권으로 만들고 만화 그림과 내용을 70% 수정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15년 만에 특별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됐다
많은 독자들이 왜 기다리고 있었는지 책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뮤지션 이름 외우기가 만만치 않고 5, 6장으로 갈수록 재즈 초보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긴 하지만 한 번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몇 번 읽으면 큰 무리는 없을듯하다
소장용으로 그만인 책이라 양장으로 만들었음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말이다
1940년대 뉴욕 할렘 52번가의 클럽으로 소환되어 잼세션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숨결을 느끼고 분위기에 매료되어 보고 싶다
해마다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정말 재미있을것 같다
<재즈 잇 업> 덕분에 재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과 재즈를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것도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시시콜콜 전문 용어와 이론을 따져가며 들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일단 처음 시작은 부담 없이 다가가는 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느끼고 즐기면 그대로 즐거운 음악인 재즈!
앞으로의 나의 삶이 좀 더 풍요롭고 낭만적이기를 기대해 본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면 알수록 더 가까워지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재즈!
주말에는 재즈 영화 한 편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