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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서른, 아홉 1~2 세트 - 전2권 - 유영아 대본집
유영아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4월
평점 :
서른, 아홉
유영아/아르테
#shine_library
2022.04.24-26.
3일간 읽은 책
#윤의책장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한부'라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비유라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더 많이 내 삶을 사랑해주고 싶어졌다. 정말 길지 않은 기간, 6개월 남짓일까? 한 계절일까? 그 기간 동안 몸도, 마음도 얼마나 아팠을까? 당사자도, 옆의 친구들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잘 담은 것 같아서 괜히 아팠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장면이 떠올라서 눈물이 자꾸 고이려고 했다. 찬영이가 아파서, 미조가 좋아서, 주희가 기특해서. 사실 서른 아홉살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마음은 정말 '청춘'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아리기도 했다.
크게 두 가지가 나에게 와닿았다. 흔들림과 진실에 대하여.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미조도 흔들린다. 고요하고 아름다운데, 뭔지 모를 불안에 흔들린다. 좋은 가정에 입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린다. 불안하다. 그녀를 보면, 그렇게 잘 나가는 의사의 인생도 흔들리는데, 나라고 안 흔들릴수 없겠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해본다. 김춘수 시인의 말대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그 흔들림이 꽃을 피우기 위한 흔들림이라면 기꺼이 감내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진실. 진실이 언제나, 늘,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마주대하기 불편한 진실. 그 진실에 대해서 이 극에서는 이야기 하고 있다. 찬영의 암, 찬영의 불륜, 미조와 주희의 알 수 없이 흔들리는 관계, 선우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소원의 관계, 현준과 혜진의 관계 등등... 살면서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진실을 대하면서 풀리기보다 더 복잡해지는 것만 같아진다. 그런 일들은 왜 꼭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다가오는걸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서, 틈을 보이면서 다가올 수는 없는걸까?
결국 그들은 삶에, 죽음에 타협하지 못했다. 하지만 받아들였다.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아픈 그 와중에 값지고 비싼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치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기까지의 과정과 같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고인에 대한 진주와 같은 겹겹이 쌓인 기억들, 추억들.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아픔을 진주를 만드는, 진주가 겹겹이 쌓여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결론을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그 누구도, 태어날 때와 같이, 미룰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다. 인생의 모든 것은 선택이고, 배움이라고 하지만, 태어남과 죽음은 절대 배워서 더 잘 태어나고, 더 잘 죽을 수 없다. 다 똑같다. 이 대본집을 읽으면 그 생각이 더 깊어진다. 그래서, 그 와중에,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예상하지 못했을 때, 피할 수 없을 때, 죽음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그럼...? 나도 찬영이처럼 '행복한 시한부'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친구가 그렇게 되었을 때, 내가 미조나 주희처럼 그런 찬영이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존재가 되고, 그런 존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리뷰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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