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생각하기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동명이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일종의 존경이나 애정을 표하는 것이었다. - P124

고골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그의 이름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고, 계속해서 이름 때문에 고민하고 다른 이름이기를 바라는 유일한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고골리 자신이었다. - P134

그런데 한 가지 곤란한 문제가 있었다. 정작 그 자신이 니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 그를니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전에 고골리였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데 있었다. 그들은 현재의 그만을 알고 있을 뿐, 과거의 그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그러나 18년 동안 고골리로 살아온 이후 두달 동안의 니킬이란 뭔가 빈약하고 미미한 존재였다. 때로는 연극에서 배역을 맡게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P140

너는 나에게 그후에 일어난 모든 것을 의미한단다. - P164

의심 한 번 품지 않고 너무나 당연스레 부모님의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이 싫었다.
그는 뉴욕이 좋았다. 뉴욕은 부모님들이 잘 모르는 곳이었고, 그들이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며, 그들이 두려워하는 곳이기도 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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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마는 요즘 들어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끝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때는 평범했었던 삶에 이제는 불룩하게 괄호가 하나 삽입되었고, 이 괄호 속에는 끝나지 않는 책임이 들어 있었다. 이를 통해 이전의 삶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 그 삶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힘든 무엇인가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것은 임신했을 때처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호기심과, 그리고 동정심과 이해심이 묘하게 뒤섞인 감정을 자아내는 어떤 것이라고, 아시마는 생각하였다. - P71

이름에 형태나 무게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억지로 입어야 하는 옷에 붙어 있는 까슬거리는 상표명처럼 그를 물리적으로 괴롭혔다. - P103

이제까지 고골리는 이름도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이름 또한 사라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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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겪지 않은 일에 같은 슬픔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고, 서로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견딜 수 없을 것이므로 - P14

가장 정확한 의미에서의 복수는 ‘같은 경험’을 인위적으로 생산해내는 기획이다. - P30

인간의 근원적 무능력, 즉 ‘타인의 슬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음’ - P30

사람들은 자신이 야기하지 않은 고통 앞에서는 울 수 있어도 자신이 야기한 상처 앞에서는 목석같이 굴 것이다. - P34

아이스킬로스의 소위 ‘고통을 통한 배움(pathei mathos)’(〈아가멤논〉, 177행)이란 고통 뒤에는 깨달음이 있다는 뜻이지만 고통 없이는 무엇도 진정으로 배울 수 없다는 뜻도 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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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족의 삶은 예상하지 못하고 뜻하지 않았던 하나의 사고가 다음 사고를 낳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아버지의 기차 사고였다. 이 사건은 처음엔 아버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었지만, 나중에는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은 욕망을 낳게 하였고, 세상 저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했던 것이다. 다음은 고골리의 증조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 담긴 편지가 캘커타와 케임브리지 사이 어딘가에서 사라진 사고였다. 이로 인해 얼떨결에 고골리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고, 이 이름은 수년 동안 고골리라는 한 인간의 윤곽을 형성함과 동시에 괴롭혀 왔었다. 그는 이런 임의성을, 이런 빗나감을 바로잡으려 해왔다. 그러나 자신을 완벽하게 새로 창조하는 것은, 그 엉뚱한 이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P7

이 곳에서의 삶이란 너무나 불확실하고 결핍된 어떤 것이었다. - P15

"자네를 위해서 하는말인데, 더 늦기 전에 복잡하게 생각 말고, 베개 하나에 담요 한 장 챙겨서 가능한 한 많은 세상을 보고 오게나. 후회하지 않을 걸세. 언젠가는 너무 늦고 말 거야."
"할아버지께서는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이유라고 항상 말씀하셨는데요." 아쇼크가 그 틈을 타 손에 쥔 책을 펴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법이지." - P28

그를 괴롭혔던 것은 구조되기 전까지의 기다림에 대한 기억이었다. 쉬지 않고 목까지 차오르는 공포, 어쩌면 영원히 구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 P34

아이를 낳는사람은 아시마였지만 그 또한 삶에 대한 생각에, 그의 삶과 아울러 그로부터 비롯되려고 하는 또 하나의 삶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 P35

그는 신에게 감사하는 대신, 그의 목숨을 살려준 러시아의 작가, 고골리에게 감사하였다. - P35

다시 아들을 내려다보니, 아이가 눈을 반짝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깜박거리지도 않는 아이의 눈은 머리카락처럼 까맸다. 눈을 뜨니 얼굴이 완전히 달라보였다. 아쇼크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들에 비하면 자신은 어둡고, 거칠고, 흐릿한 존재였다. 거의 죽을 뻔했던 그날 밤이 다시 생각났다.
영원히 그의 머릿속에서 깜박거리다 사라지곤 하는 그 시간들의 기억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기차에서 살아남은 것이 그의 인생에서 일어난 첫번째 기적이었다. 그러나 여기, 무게조차 없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은 두번째 기적이 지금 그의 팔에 안겨 있었다. - P38

이제까지 이렇게 외롭고, 이렇게 결핍된 채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 P39

인도에서 부모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맞는 이름을 짓기까지, 가능한 한 최고의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주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 P40

애칭은 또한 사람이란 함께 있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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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미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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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숨은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니었어. 당신들도 분명히 그 사실을 알고 있잖아. 삶을 이미 포기한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이미 확고하게 결심을 굳힌 상태에서 나를 찾아왔어. 이미 죽어 있는 상태로. 그 시체들을 처리하는 건 내 재량이었어.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바를 이루었고“ (895쪽)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의 잭 리처는 그를 돼지우리 속으로 집어넣는다.
물론 소설이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빨려들어갔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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