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족의 삶은 예상하지 못하고 뜻하지 않았던 하나의 사고가 다음 사고를 낳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아버지의 기차 사고였다. 이 사건은 처음엔 아버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었지만, 나중에는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은 욕망을 낳게 하였고, 세상 저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했던 것이다. 다음은 고골리의 증조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 담긴 편지가 캘커타와 케임브리지 사이 어딘가에서 사라진 사고였다. 이로 인해 얼떨결에 고골리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고, 이 이름은 수년 동안 고골리라는 한 인간의 윤곽을 형성함과 동시에 괴롭혀 왔었다. 그는 이런 임의성을, 이런 빗나감을 바로잡으려 해왔다. 그러나 자신을 완벽하게 새로 창조하는 것은, 그 엉뚱한 이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P7

이 곳에서의 삶이란 너무나 불확실하고 결핍된 어떤 것이었다. - P15

"자네를 위해서 하는말인데, 더 늦기 전에 복잡하게 생각 말고, 베개 하나에 담요 한 장 챙겨서 가능한 한 많은 세상을 보고 오게나. 후회하지 않을 걸세. 언젠가는 너무 늦고 말 거야."
"할아버지께서는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이유라고 항상 말씀하셨는데요." 아쇼크가 그 틈을 타 손에 쥔 책을 펴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법이지." - P28

그를 괴롭혔던 것은 구조되기 전까지의 기다림에 대한 기억이었다. 쉬지 않고 목까지 차오르는 공포, 어쩌면 영원히 구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 P34

아이를 낳는사람은 아시마였지만 그 또한 삶에 대한 생각에, 그의 삶과 아울러 그로부터 비롯되려고 하는 또 하나의 삶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 P35

그는 신에게 감사하는 대신, 그의 목숨을 살려준 러시아의 작가, 고골리에게 감사하였다. - P35

다시 아들을 내려다보니, 아이가 눈을 반짝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깜박거리지도 않는 아이의 눈은 머리카락처럼 까맸다. 눈을 뜨니 얼굴이 완전히 달라보였다. 아쇼크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들에 비하면 자신은 어둡고, 거칠고, 흐릿한 존재였다. 거의 죽을 뻔했던 그날 밤이 다시 생각났다.
영원히 그의 머릿속에서 깜박거리다 사라지곤 하는 그 시간들의 기억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기차에서 살아남은 것이 그의 인생에서 일어난 첫번째 기적이었다. 그러나 여기, 무게조차 없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은 두번째 기적이 지금 그의 팔에 안겨 있었다. - P38

이제까지 이렇게 외롭고, 이렇게 결핍된 채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 P39

인도에서 부모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맞는 이름을 짓기까지, 가능한 한 최고의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주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 P40

애칭은 또한 사람이란 함께 있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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