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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추리소설인 줄 알고 읽었다가 어이쿠. 했다.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장면을 머릿 속에 떠올리면서 읽느라
일주일이 걸렸다면 너무 오버일까.
요즘 눈피로가 최고치에 달해서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유진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제 3자의 이야기보단 확실히 더 반가왔다.
그러나 그것 뿐인 것 같다.
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지에 대한
그 어떤 감흥도 생겨나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고
그 악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지....
충분히 이해되지만...
난 역시 그 악의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알면서도
그것을 끊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에 더 감명을 받는 것 같다.
CSI를 좋아하는데. 그때 유진처럼 싸이코패스의 최고, 프레테터?를 쫒는 경관이 있었다.
놈은 자기랑 똑같은 싸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경관?(이름이 기억안나서, 본사람은 알 듯)이
자기처럼 도발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전부인까지 납치했었다.
경관이 도발되기를 원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다. 결국 이런 뇌를 가진 사람은
그 악의 근원을 어찌 할 수 없으며 그것이 운명이라고..
그러니 너두 어쩔 수 없는 악인이라고.
전부인의 어머니가 말했듯. 뭔가 알 수 없는 그 섬뜩함.
그러나 경관은? 도발되지 않았다.그리고 부인을 구했다. 물론 범인을 죽였다.
오래되서 그 경관이 쏜건지, 다른 경관이 와서 쏜건지.
문득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악이 점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노력이다.
보는 이도 가슴이 먹먹해서 미칠 것 같은 노력.
우린 인간은 뇌의 문제를 떠나 누구든 백퍼 싸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이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뇌를 가졌다는 것은
싸이코패스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죽이는 것은 쉽다. 그리고 죽이다보면 재미있다.
적자생존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인간!
(죽이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기에.
그런데 나를 죽이지 않으면서 남도 죽이지 않으려면 .)
지금껏 공감 능력이 떨어져 인간들이 그렇게 서로 죽였왔던가.
싸이코패스의 뇌가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정당한? 이유로
정당한 방법으로? 죽여왔는가.
둘 중에 누가 더 무서울까.
결론은 둘 다 무섭다이다.
물론 싸이코패스가 더 무섭겠지.
어느날 느닷없이 닥치는 준비되지 않은 잔인한, 죽음이니까.
그것도 대중이 아니라 무작위의 한 개인이니까.
작가의 '악'에 대한 집착, 그 계기.
그 모든 것이 공감됐다. 그 시도 또한 좋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결국에는
'인간 본성의 정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는 것 같다.
역사 속에서 철학자들의 끊없는 시도는 있었으나 그 '답'이 없었던 것처럼.
그러니 작가는 그 '답'을 얻었겠으나
나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고,
그래서 나는 그 악의 근원을 끊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
더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나를 되새겨본다.
그런 의미로 종의 기원이라는 이 책은 나에겐 별표 3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