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 오페라와 명화, 영혼을 움직이는 두 예술의 만남과 교감
조윤선 지음 / 시공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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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나 자주 미술관에 갑니까?

당신이 가장 최근에 본 오페라는 무엇입니까?

 

학창시절에는 방학때마다 참 자주도 음악회에 가고 미술관도 갔었더랬다. 바로 방학숙제 때문에. 매번 티켓을 레포트에 꼭!붙여서 제출해야하는 그 숙제를 나는 무던히도 싫어했었다. 그런데 이젠 여름이 되도, 겨울이 되도 누가 음악회에 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데도, 돌아보면 그 시절이 참 그립다. 그때는 강제에 못이겨 겨우 제일 싼 좌석에서 귀는 열어놓고 음악은 흘려들으며, 지겨운 그 시간을 보냈었는데 말이다.

그럽게 그 시간을 지겨워하던 때가 지금은 되돌아보니 참 고맙다.

숙제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내가 내 손으로 티켓을 사서 음악회에 가봤을까? 미술관에 찾아가봤을까? 당연히 대답은 '아니오'다.

그때보다도 돈은 더 많은데, 강제가 아니고 가끔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도 그렇게 "꼭"이라는 강제가 없다보니 계획은 계획일뿐 어느새 쉬는 날을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버리고 만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는 내 그런 문화적 욕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이 책 한권을 읽으면  미술과 오페라, 두 장르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될테니, 내 지적인 허영심을 조금쯤을 채워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마지막 책장을 덮는 내 손에는 마치 바닷물을 마신듯 갈증이 더해만갔다.

 

이 책은 제목처럼 오페라와 미술작품을 연관시켜 소개해주는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13편과 각 오페라들과 연관이 있는(내용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미술작품을 다정한 목소리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가서 그 많은 오필리어의 그림을 접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디에서 세익스피어의 작품과 내용이 다른 오페라 "카플레티가와 몬테키가>를 소개받을 수 있었을까?

 

사람이 무언가를 알고싶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무엇일까? 바로 이렇게 감질맛나는 소개가 가장 매혹적이고 중요한 동기 아닐까?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를 읽으면서 나는 내내 나의 지적호기심, 혹은 허영심이 자극되는 것을 느꼈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이 책에 실린 고색창연한 미술작품을 시간에 관계없이 그저 바라보고 싶고, 오페라극장에 가서 무대위의 배우들이 뽑아내는 그 격정적이고 때로는 부드럽기 그지없는 노래를 혼신의 연기와 함께 즐겨보고 싶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얄팍한 지식이 아니라 좀 더 자세히 알고 느끼고 싶다는 강한 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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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이라 재판소동
데브라 하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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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과 사람의 이야기 신화, 도편 추방제, 신전과 조각들등...하지만 교과서를 통해 표면적으로 줏어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빼고, 우리가 과연 고대 그리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온 아테네를 떠들석하게 만든 스캔들

[네아이라 재판소동]은 우리가 그동안 알 지 못했던 고대 그리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기원전 4세기경 아테네에 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네아이라, 그녀는 어느날 아테네를 떠들석하게만든 스캔들의 정점에 서게되었고, 그녀의 과거는 만인앞에 낱낱히 밝혀졌다.

코린스지방에서 고급창녀로 살아왔던 과거, 돈에 팔려 자유를 빼앗겼던 과거, 그리고 돈으로 다시 자신의 자유를 사고, 스테파노스와 만나 아테네에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까지.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그녀의 과거가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앞에 그렇게 처절하게 밝혀져야했던 이유는? 바로 그녀의 동반자인 스테파노스와 소송을 재기한 아폴로도르스 간의 알력다툼 탓이었다.

 

아테네의 시민이 아니면서 아테네의 시민과 공개적이고 정식적인 부부관계를 이루었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불법으로 아테네의 시민권을 얻어주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된 네아이라. 표면적으로 이 재판의 중심에는 네아이라가 서있었지만, 사실상 이 더럽고 추잡한 재판을 이끌어가는 것은 스테파노스와 그 스테파노스에게 그동안 이를 갈고 있었던 아폴로도르스였다. 어떻게든 스테파노스를 끌어내려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싶은 아폴로도르스와 어떻게든 자신의 결백을 밝혀내야만 하는 스테파노스.  이런 둘 때문에 가엾은 네아이라만 온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했다.

 

과연, 고대 아테네에선 무슨일이?

이렇게 온 아테네를 떠들석하게 만들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 재판은 "창녀"가 사건의 주된 인물인 탓에 그 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만인이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내려갈만한 이야기꺼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호기심으로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간 우리가 알 지 못했던 고대 아테네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나 재밌었던 것은 바로 아테네의 시민권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이 재판의 표면적인 주제또한 '시민권'과 관련된 사항이었는데, 이 '시민권'이라는 제도 하나를 통해서 아테네의 여러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창녀들 사이에도 급이 다르고, 받는 대우가 얼마나 다르냐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속박받던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법률의 진행절차등등... 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독자는 고대 아테네의 꽤나 세세한 모습까지 알 수 있다.

 

[네아이라 재판소동]의 저자인 데브라 하멜이 "네아이라"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사실.. 고대 아테네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창녀'가 중심인 꽤나 말초적 재미를 자극하는 이 사건을 선택하므로써 데브라 하멜은 고대 아테네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다루었을때보다 더 많은 독자층과 만나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고대 아테네의 생활상을 좀더 낱낱히 알려줄 수 있었다.

평소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고대 아테네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즐거웠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네아이라의 재판장에서 배심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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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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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환경"의 중요성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화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면 잔병 없이 쑥쑥 자라고. 욕을 하거나 나쁜 말을 하며 시끄러운 소음을 들려주면 화초가 노랗게 말라 시들어버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그 후로 가끔 집안의 선인장에게 지나가는 말로, 쑥스럽지만 "잘 자라라"같은 말을 해주었다. 내가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해준 그 말이 얼마나 선인장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읽기를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생장한 선인장의 가시가 뾰족하지 않고 부드러워졌다는 그런 소식을 읽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을 소 사육이나 과일재배에 접목시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자란 소와 딸기가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는 소식도 종종 들었다. 좋은 환경과 좋은 말은 그 상대방의 가치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힘.  말의 힘, 환경의 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어떤 생물의 일생과 정해진 운명을송두리째뒤바꿔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인 것이다.

 

 

"왜 물인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에모토 마사루도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일까? 마사루는 소 사육이나 딸기같은 과일의 재배를 위함이 아닌 물을 그 대상으로 이 이론을 실현시켰다. 마사루는 물에게 각국의 음악과 '사랑해'라는 여러가지 언어, 그리고 글자와 화면등을 물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고, 그 결정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 이외로 너무나 놀라웠다.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물의 결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아리랑"을 들려준 물의 결정은 애달픈 결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tv의 화면을 본 물의 결정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그렇다. 물 또한 환경과 말에 영향을 받고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에모토 마사루는 왜 물을 대상으로 이런 자칫 위험하고 허무할 수도 있는 실험을 시행한 것일까?

사실 마사루는 수년간 물과 파동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이러한 실험을 통해 다양한 물의 결정사진을 얻게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무모해 보이는 마사루의 행동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 H2O. 사람의 몸은 66%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있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막 한복판에서 잔혹한 건기를 견디며 자라는 선인장도 수분, 물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물은 바로 생명과 연결되어있고, 이 세상의 존속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마사루의 실험은 세상 만물의 존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우쳐준 실험이었던 것이다.

몸의 절반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 그리고 그 물이 말과 여러가지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 바로 그것은 그러한 자극이 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반응을 한 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사람들은 좀 더 보드랍고 질 높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는 어쩌면 소음일지도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주구장창 틀어대면서 막상, 자신들끼리는 서로에게 험하고 나쁜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대는 것일까? 나와 타인 모두를 이롭게 하기위해서 서로에게 좋은 말만 해준다면,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말을 들었던 물의 결정보다 더욱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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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초밥장인 안효주의 요리와 인생이야기
안효주.이무용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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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얼음물에 담갔다 꺼낸 듯 차가운 손으로, 아직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선을 햇살도 가를 듯 한 칼날로 멋지게 저며내는 장면. 하얀 머리모자와 하얀 앞치마, 정갈하게 모은 두 손과 생선을 바라보는 열정으로 가득찬 눈.

누군가 나에게 "일식(日食)" 혹은 "스시"라고 말한다면, 이 장면이 머리 속에 섬광처럼 떠오를 듯 하다.

 

사실, 나는 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피하고 싶은 장르의 음식이다. 왜냐고? 글쎄.. 아직 나는 그 날 생선의 맛이란 걸 잘 모르겠다. 물컹물컹한 그 날 것의 이질감이 싫고, 입가에 가져다 대기도 전에 코끝을 스치는 그 비릿함이 싫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에게 참 안됐다고 한다. 왜 그 맛있고 그 비싼 음식을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일식은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일식이든 한식이든 아니, 요리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한가지에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청년의 그 열정이 너무나 좋았다. 비록 세세한 스토리 하나하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한국의 안효주라는 사람이 [미스터 초밥왕]의 한 에피소드에 나왔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이라고 소개되었던 사람이라면 그의 열정 또한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에 못지 않을 듯 하여 재차 생각해보지도 않고 책을 들었다.

 

초밥 = 인생, Drama

 


"... 사람의 혀는 간사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다. 천하일품요리도 세 끼만 달아서 먹으면 물렸다며 싫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 끼만 굶겨놓으면 밥에 소금만 뿌려도 맛있다고 달려든다. 그래서 맛의 흐름, 맛의 대비, 맛의 강화, 맛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 스토리가 좋을 수록, 그 스토리를 받쳐주는 연기가 좋을수록, 미각이 흐뭇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지며 너그러워 진다.

-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중 121page"

 


인생의 절반정도를 날 생선과 초를 입힌 밥을 만지며 살았을 안효주. 그에게 있어 초밥이란 무엇일까? 그냥 자신을 먹여 살리는 수단일까? 당연하게도 대답은 no!이다. 만약 그가 초밥을 그냥 생계의 수단정도로 생각했다면 그는 아마도 이미 이 일식업계를 떠나있을 것이다. 그럼 그에게 있어 초밥이란 무엇일까?

 

그는 초밥을 통해서 사람들의 세상과 인생을 보고, 초밥을 통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초를 한 밥과 간장, 고추냉이의 사이에서 사람간의 관계를 보고, 초밥을 통해 손님 한명 한명에게 새로운 미각의 드라마를 선물한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초밥이란 그저 돈벌이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을 최고의 예술에 비견 할 만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처음 본 할머니에게도 기꺼이 소금동냥을 한다. 그에게 있어서 초밥이란, 이미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그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초밥에 미치다

 


"...경험이 많은 요리사는 초밥 나무통에 밥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밥이 되게 되었는지 질게 되었는지 적절한 지를 안다.  ... 그동안 밥 짓는 거 하나에 미쳐있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되는 일이 없고, 미쳐서는 되지 않는 일도 없다.

-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중 155page"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 (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혼신을 다해야 그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점에서 안효주는 최상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미치려 하는 사람이다. 쌀알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섣불리 유행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있어 '최상의 초밥'은 무엇일까? 그에게 있어 최상의 초밥은 바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초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작품을 맛 없다고 하는 고객을 무시하지 않으며, 고객의 사소한 지적 하나, 가벼운 평가하나에도 정신을 집중한다. 이렇듯 그가 철저하게 대하는 것은 비단 초밥 뿐이 아니다.

 

그는 올바른 스승을 보며, 항상 노력하는 배움의 길을 걸었다. 쉬는 시간의 훈련도 방해하며 질시하는 선배들의 괴롭힘을 견디며 접객을 하기 위해 없는 말 수를 늘려가며 그가 이루고자 한 것은 완벽한 초밥이었지만, 그가 이룬 것은 "초밥왕"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최고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없는 스승의 인정, 고객과의 신뢰, 그리고 자신이 주방을 비워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킬 동료와 제자들을 얻었다.  결국 최고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한 노력이 그보다 많은 것을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미스터 초밥왕 in Korea

 

안효주, 그는 한국에서 손 꼽히는 일식 요리장인이다. 비단 그가 인기만화에 캐릭터화 되어 출현하고, 국내 굴지의 일류호텔의 일식코너를 담당했던 수장이어서만은 아니다. 그가 낸 몇 권의 일식관련 서적들? 그것들 또한 그가 일식 요리장인이 될 수 있었던 조건들에 속하지 못한다. 각종 명예와 그에 따른 부산물들은 그가 일식 요리장인이 되었기 때문에 따라올 수 있었던 영광들이었다. 그럼 과연 그를 한국 최고의 초밥왕으로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를 통해 나는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가 초밥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졌고 그 열정으로 최고가 될 수 있었다면, 안효주의 경우는 애정이었다. 그는 초밥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애정은 쇼타의 열정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열정만큼이나 뜨겁다. 초밥에 대한 그의 열애가 바로 그를 한국의 초밥왕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열정과 애정,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열정이든 애정이든, 이 둘 중에 한 가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안효주와 쇼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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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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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 이름만 들어도 이야기거리가 넘처날 듯한 신비로운 공간.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있는 미야베 미유키가 그 신비로운 공간을 중심으로 한 6가지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 소설집을 펴냈다. 그 연작소설집의 제목은 바로 『쓸쓸한 사냥꾼』.

65살의 국가공인 독거노인 이와씨와 그의 불효막심한 손자 미노루, 그리고 이와씨가 꾸려가는 고서점 "다나베서점". 이 평온하고 안락한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벌하고  섬뜻한, 그리고 가끔은 가슴아픈 이야기들..

「유월은 이름뿐인 달」- 빌 S.벨린저 『이와 손톱』
죽은 친구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다나베씨는 어느날 괴한에게 쫓기던 미모의 여성을 돕는다. 그리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한 여성의 실종사건에 휘말리게된다. 실종되기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와 손톱>을 조심해"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동생은 결혼식 답례품으로 준비한 책들의 표지에 <이와 손톱>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지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여자의 실종과 그녀의 동생을 쫓아다니는 남자. 과연 실종된 여자는 살해당한 것일까? 정말 동생의 스토커가 그녀를 죽인 것일까?

「말없이 죽다」-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온 미치야. 평생을 공무원적인 삶을 사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치야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미치야는 아버지의 수상스러운 수입 12만엔과 급작스러운 죽은 그리고 삼십여권 남짓한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그리고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의 저자 나가라씨의 수상스러운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라는 책과 아버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과연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와 아버지는 나가라씨의 죽음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무정한 세월」- 『살인의 기술』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어느날 부터인가 귀신을 보기시작한다. 여자와 그녀의 아이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원혼은 할머니의 눈에만 보이고 가족들은 그말을 그저 치매 증상의 일부로 치부한다. 그리고 개축을 위해 집을 무너뜨리고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한 어느날, 인부에 의해 방공호가 발견된다. 그 방공호 안에서 발굴된 여자와 어린 남자아이의 유골. 전쟁 중 공습으로 죽음을 당한 모자의 유골로 밝혀진다. 그리고 그날밤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실종되는데...

「거짓말쟁이 나팔」- 『거짓말쟁이 나팔』
어느날, 이와씨의 고서점에서 책을 훔치던 아이가 붙잡힌다. 그 아이가 훔치려 했던것은 1950년대에 발간된 『거짓말쟁이 나팔』이라는 책.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따뜻한 이야기도 아닌 그 책을 아이는 왜 훔치려 했던 것일까?

이와씨는 아이의 몸에서 엄청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거짓말을 한 나팔이 끝까지 벌을 받지 않고 자신의 큰소리로 고발의 소리를 묻어버리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가 담긴 『거짓말쟁이 나팔』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고발하려고 했던 사실은 무엇일까?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부모? 아니면 학교 폭력?  다분히 충격적인 결말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 이다.

「일그러진 거울」- 야마모토 슈고로의『붉은 수염 진료담』
예쁘지 않은 얼굴과 통짜몸매를 가진 OL 유키코. 그녀는 어느날 전철의 선반에서 『붉은 수염 진료담』이라는 책을 주어든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에 빠져들고, 책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책의 주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현실에 대한 자각일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유키코는 책 주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된다.

책의 주인은 왜 책갈피로 자신의 명함을 이용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그는 자신의 여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의 표제작, 「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모방범』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바로 한 작가의 미스테리한 실종과 그 작가가 남긴 미완의 추리소설, 그리고 그 추리소설 속 범죄를 모방하는 카피캣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과연 작가는 왜 실종된 것이고 과연 죽은 것일까?  「쓸쓸한 사냥꾼」을 자기식대로 이해하여 무차별적인 살인을 벌이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몇작품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그저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약간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모방범』과 『화차』정도만 읽어도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 사건을 유발시킨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된다. 

어쩌면 미야베미유키는 이 이야기를 쓸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나무』를 쓸때처럼 한결 힘을 빼고 이야기를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 6편을 한권의 연작소설집으로 엮어냈지만 이 『쓸쓸한 사냥꾼』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실린 6가지 이야기는 모두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물질만능주의, 죽음과 사회적 비극에 무감각해져가는 사람들, 학교폭력, 거짓말과 공급횡령 등등... 

 잘생기고 과묵한 프로탐정도 아니고 형사도 아닌, 헌책방을 운영하는 65살의 할아버지가 사건해결의 중심에 선 이 소설은 꽤나 신선하고 또 가벼웠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처절한 고발이 담겨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 바로  『쓸쓸한 사냥꾼』에 담긴 6가지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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