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함께 읽는 운수 좋은 날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휴머니스트) 1
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민은정 그림, 현진건 원작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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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1월 토요서당에서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었다. 짧은 단편이라 몇 주에 걸쳐 소리 내 전문을 다 읽었다. 소리 내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냥 지나쳤던 표현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딘 감성으로 훑어냈던 부분이 내 마음을 긁어댄다. 중고등학생 시절 그래도 몇 번은 읽었던 거 같은데 전혀 낯선 글로 만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 글을 다르게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김 첨지의 억척스런 삶이 그저 밉게만 보이지는 않게된 것이다.

 

예전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김 첨지가 참 답답했다. 뭘 그렇게 성질을 못내 안달인지. 그런가 하면 그 유명한 작품의 결말도 싱겁기만 했다. 이렇게 뚝 끊어버리면 어쩌란 말인지... 그러나 이번에 토요서당 친구들과 다시 읽으며 그의 척박한 삶이, 웬수 같은 돈이라며 지랄으르 떠는 그의 속내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날품팔이로 살아야 하는 삶의 불안감. 고된 하루의 달콤한 보상이 전혀 달갑지 않은 우울한 현실.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처럼 보이는 저 시궁창 같은 삶에서 김 첨지의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작품이 발표된 지 좀 있으면 100년이 다 되건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 김 첨지의 이야기는 그저 낯선 옛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에도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무슨 소리냐며 발끈 성을 낼 것이다. 과거 보단 그래도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나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1920년대 서울의 우중충한 분위기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여전히 오늘 우리네 삶도 출구 없이 갑갑하게 우울한 일상을 견뎌내며 사는 건 아닐까? 운수 좋은 날의 달콤함에 가끔 취하면서.

 

이 책의 장점은 깔끔한 편집에 작가,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보조 자료를 충분히 싣고 있다는 점이다. 더 짧아도 될 법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소설을 읽고 보면 흥미로울 법한 부분이 많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 자료들을 읽고 다시 소설을 읽으면 또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독해가 가능하다고 할까? 이 시리즈는 중학생 정도를 타깃으로 삼아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데, 몇 편을 꼽아 본 결과 초등학생들과 함께 읽어도 무방하다. 당연히 그림책 보다야 덜 매력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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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 사마천, 궁형의 치욕 속에서 역사를 성찰하다 서해클래식 6
사마천 지음, 연변대학 고적연구소 편역 / 서해문집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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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위대한 책이다. 《사기》는 역사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문학적 요소가 들어 있기도 하고, 철학적 탐구가 들어 있기도 하다.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이라 한다면, 《사기》는 인문 종합 선물세트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실제로 《사기》는 후대 수많은 역사서의 전범이 되는 동시에, 숱한 문장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이기도 하다. 사관들은 《사기》에서 이른바 실록實錄의 정신을 배웠고, 문장가들은 《사기》의 표현을 빌려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사마천을 사상가라 부르기엔 좀 어색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기》에 실린 육가六家의 구분은 후대 사상사 서술의 기본 구도가 되었다. 제자백가를 깊이 공부하려면 《사기》는 필수로 읽어야 한다.

 

《사기》는 크게 《본기》, 《세가》, 《열전》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으뜸은 《열전》이다. 그것은 춘추전국시대와 진한교체기를 살았던 숱한 인간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정과 배신, 복수와 좌절, 성공과 실패, 희로애락이 뒤섞인 글을 읽노라면 자연스레 가슴이 뛰고 주먹을 쥐게 된다. 20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의 글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 읽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런 문장을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사마천 본인이 겪은 삶의 고통 때문이리라. 그는 억울하게도 옥에 갇혀 사형을 선고받지만 궁형 - 생식기가 잘리는 형벌로 그 화를 면한다. 궁형의 치욕 속에 탄생한 글! 이것이 바로 《사기열전》이다.

 

《사기열전》은 총 70편인데 그 분량이 꽤 많다. 참고로 《사기》 전체를 다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민음사 김원중의 완역판을 가지고 세미나를 했는데, 전체를 다 읽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그중 《사기열전》에 쏟은 시간은 그 절반, 반년이었다. 그만큼 길다 보니 명성에비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중엔 읽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사기열전》은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번역해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 서점에서 수십 종의 《사기열전》을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여럿 가운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은 바로 이것이다. 주왕실의 몰락에서 진의 통일, 한의 성립에 이르기까지 역사 흐름을 따라 《열전》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번역해 놓았다. 중간에 실린 보조 자료나 지도 및 사진 등도 꽤 유익하다.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그러나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약 500여 쪽에 달하니. 그래도 《사기》를 처음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본기》나 《세가》 가운데 몇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이 책 다음으로 《사기영선》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다만 번역이 좀 아쉽기는 하다. 무엇보다 최종 심급은 완역본을 일독하는 것! 지금까지 《사기》 번역 가운데는 김원중의 민음사 본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완역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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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백석 시집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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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와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 때 문예반이라서 시를 짓는다고 이것저것 해보기는 했으나 저 스스로 시집을 사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중학교시절 단순한 지식욕 때문에 서점에서 딱 한 번 시집을 샀다. 김소월과 한용운. 그것도 교과서 덕분이다. 그러나 다 읽지는 못하고 몇 페이지를 들춰보는 게 고작이었다. 도무지 읽는 재미가 없었다. 뒤늦게 시와 친해질 기회가 생겼는데 토요서당에서 매주 시를 한편씩 다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매주 한편씩 읽는 것이지만 그래도 몇 년이 쌓이니 그게 재산이 되더라. 이제 시를 읽고 제 생각을 이야기할 정도는 되었다. 


매주 읽은 시 가운에 여러 편이 기억에 남지만, 그 가운데 '여우난곬족'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설 풍경을 담은 그 시를 읽노라면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 일이 된, 시골 명절날의 그 떠들썩하고 복잡한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옛 말이라, 평안도 방언이라 모르는 표현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읽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 친구들이 이 시를 읽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푸근하면서도 행복한 마음에 흠뻑 젖곤 한다. 물론 이 낯선 말들을, 그것도 무척이나 긴 이 글을 읽는 걸 친구들은 그리 반기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백석의 시집을 사고 싶었다. 을지로에 있는 서점에 들려 책을 찾아보았는데, 그의 시집 《사습》은 구할 수가 없더라. 그래도 그의 시들을 엮은 시집을 몇 권 찾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손에 적당히 잡히는 책을 산 게 바로 위의 책이다. 뒤에 백석의 시를 더 읽겠다고 흰당나귀에서 나온 《백석 시 전집》을 사서 읽었는데, 소득이 영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과연 책꽂이에 두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백석 시 전집》의 엮은이 송준은 알려지지 않은 백석의 시라고 몇 편을 더 소개하고 있지만, 안도현의 《백석평전》에 따르면 그 시는 백석의 것이 아니란다. 논란이 있는 부분인데 송준은 자랑스럽게 넣었다. 무엇보다 《백석 시 전집》의 단점은 '하늘이 내린 한국 최고의 시인, 백석'이라는 글을 떡하니 앞에 두었다는 점이다. 내용은 둘째치고 표현이 너무 거북하다. 백석이 훌륭함에 대해서야 이견이 없으나, 그래도 저런 화려한 수사는 백석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지나친 수사는 없느니만 못하다.


하여, 백석의 시를 읽고자 하는 이에게는 위의 책 《정본 백석 시집》을 추천한다. 시 끝에 일종의 단어 풀이가 실려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런 게 거슬린다 싶으면 뒤에 붙은 원본 부분만 읽어도 좋겠다. 


춥고 시린 겨울이 온다. 겨울엔 백석의 시를 읽는 맛이 있다. 그의 시에서는 늘 매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차가움에도 지워지지 않은 따듯함과 포근함, 친절함이 있다. 난 그게 좋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이 겨울도 넉넉하게 지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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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기계의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박영재.박은숙 옮김 / 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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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책방 일을 했다. 전기 필름을 설치하고 장판을 까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짐을 빼서 날라야 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전기 필름 공사라 실수도 적지 않았다. 전기 필름의 작동 방식이야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몸소 깔아보니 역시 쉽지 않더라. 순서는 이렇다. 단열재를 깔고 전선 배치를 한 뒤, 보호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장판을 깔기. 그 중 가장 힘든 건 전선 공사와 장판 깔기. 대충 자리를 잡았는가 했는데 잘못이 생각나 결국 다 뜯어내고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종일 쉬지 않고 일한 바람에 몸은 매우 피곤하지만 그래도 손수 했다는 뿌듯함을 얻었다. 게다가 덤으로 시공비를 아꼈으니 매우 만족할만한 일이다. 흠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일을 하면 늘 마무리가 엉성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중간에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 저하로 실수를 한다는 게 문제긴 하다. 그래도 맨몸으로 저 많은 일을 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아마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그런 일을 많이 보고 익혔기 때문이리라. 집에는 이런저런 공구가 많았다. 손수 처리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호기심도 꽤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사서는 달달 읽었던가보다. 인터넷 서점을 보니 2002년에 나온 개정판은 오래전에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다. 이 책이 좋은 줄은 아는지 중고서점에서 가장 싼 곳이 70,000원이다. 두 배 이상으로 내놓았으니 배짱이 대단하다. 무려 180,000원에 내놓은 곳도 있다. 지금도 찾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며,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귀한 줄 안다는 뜻이다. 이쯤에 내놓는 소박한 자랑. 나는 1993년 판과 2002년 개정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옛 진선출판사본은 모두 2권으로 되어 있는데, 각 권의 값이 9,900원이다. 20년 전 가격으로는 꽤 비쌌다. 그래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은 단번에 내 관심을 빼앗기 충분했다. 간단한 지렛대부터 톱니바퀴, 크랭크, 기어를 비롯한 복잡한 기계장치의 작동에서 전기와 전파의 원리까지. 이 책은 호기심 많은 나에게 너무도 멋진 선물이었다. 더구나 메머드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는 유머스러움까지! 학교에서 기술시간에 배운 것보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이 훨씬 유익했다.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개정판에는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계의 작동 원리까지 포함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단숨에 구입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아들에게 시험삼아 읽어줘 보았는데 여섯 살의 관심을 끌기에는 좀 복잡한 내용이긴 하더라. 그래도 지금은 아들의 책꽂이에 꽂혀 있다. 언젠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날이 있겠지. 그리고 나처럼 이런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며, 원리를 알면 두려울 게 없다는!


* 옛 진선출판사 판은 책방 온지곤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 팔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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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필의 노자주 한길그레이트북스 67
왕필 지음, 임채우 옮김 / 한길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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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올해가 어서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빨리 시간이 지나야 올해 겪었던 사건들이 '과거'의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테니. 그래도 아무 성과가 없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장자》와 《논어》를 다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둘 가운데 더 큰 소득을 꼽자면 《장자》를 들어야겠다. 벌써 몇 번째 강독이니 세미나니 하면서 읽는데, 읽을 때마다 다르다. 이제 좀 길이 보이는 듯하다. 길이 보이는 만큼 장애물도 또렷이 드러난다. 《장자》를 깊이 이해하려면 《노자》와 《열자》를 잘 읽어야겠다는 점.

 

그래서 내년에 《노자》 강독을 준비 중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노자》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을 밝혀둔다. 《노자》와 《장자》는 다르며, 또한 《노자》는 통치의 기술을 위한 텍스트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노자》를 읽고자 하는 것은 《장자》에 《노자》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노자》 내부의 맥락과는 다르게 해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계승 발전으로서의 《장자》 독해가 아닌, 《장자》의 고유함을 읽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노자》 읽기. 진짜 장자를 찾기위한 방편으로. 

 

개인적인 입장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노자》가 해석의 방향이 크게 열려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단 왕필, 하상공, 성현영의 주석에 따라 각기 해석의 방향이 크게 갈릴 뿐만 아니라 문장을 끊어 읽는 방법도 차이가 난다. 게다가 곽점초간, 백서 등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노자》 번역서는 모두 이 가운데 어떤 해석, 전통을 선택하여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 하는 이야기의 차이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이전 세미나에서 최진석 선생의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읽었는데, 이 책은 일단 왕필의 주석을 비판하며 노자 고유의 목소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곽점 초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일부 글자를 바꾸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노자 고유의 목소리인지 저자의 주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강독을 준비하면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 가운데 왕필의 주석을 담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이렇다. 일단 저자의 독창적 해석보다는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취할 것. 현대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텍스트를 수정한 것이 아닌 통행본을 실은 것. 다양한 해석이 많아 이론적인 이야기를 잔뜩 담아 놓은 책이 아닌 간단히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간결한 번역일 것. ... 이런 기준 아래 책들을 훑어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것과는 다른 번역서를 참고하고 싶었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이 책으로 낙점.

 

대중적으로 《노자》를 이해한다고 할 땐 이 책의 필요성이 감소하지만, 《노자》를 좀 '공부'해보겠다고 할 때는 이 책은 필수라고 하겠다. 왕필은 《노자》 해석에 1000년 이상의 영향을 끼친 인물이니. 예를 들어 《논어》를 읽을 때 아무리 주희의 주석이 낡고 고리타분 하다고 하더라도 한번은 읽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거기서 출발해야 하는 것처럼. 그러니 《왕필의 노자주》를 읽자. 내년에 기획하는 세미나에서는 기필코 《노자》 5천자를 암송하고야 말테다!!

 

참고로 왕필주 번역은 2종이 보인다. 홍익출판사의 김학목 번역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홍익출판사 고전 시리즈를 신뢰하지 않는다. 게다가 뒤에 붙은 역자의 논문 제목을 보고는 읽을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도덕경』의 시각으로 본 『성경』의 「창세기」 신화';;; 예전에 서점에서 살짝 훑어본 기억이 있는데 영 엉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서와 노자를 이어서 읽을 수 없는 건 아니나, 노자를 통해 성서의 비밀을 벗겼다라고 운운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위에 소개한 임채우의 번역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많기는 하나, 예전에 그럭저럭 읽은 기억이다. 홍익출판사보단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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