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의 서쪽을 퉁쳐서 아시아라 부른다. 그러나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말을 찾으라면 무척 힘들다. 아무런 동질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이란을 생각해보자. 같은 아시아에 속한다지만 아는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백지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아는 것이라고는 축구 강국이었다는 것.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200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축구 자존심을 두고 키베(키보드 베틀)이 벌어질 정도였다. 실제로 당시 이란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많이 뛰고 있기도 했고...

 

우연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난 건. 그저 매력적인 만화겠거니 하는 생각에 펼쳤다가 푹 빠지고 말았다.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소개 글을 읽으며 이란이 그 페르시아의 후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갑갑한 베일이 상징인 그 나라가 사실 예전에는 매우 자유로운 나라였다는 사실도. 1969년에 태어난 그는 이슬람 혁명으로 갑자기 베일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자유분방하게 자란 그에게 신체를 억압하는 베일은 낯선 물건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비교적 진보적이었던 그의 가족은 보수 정권의 횡포 아래 큰 상처를 입는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의 공포까지. 이 만화는 한 문명이 급속도로 보수화되는 과정과 전쟁에까지 치닫는 비극을 보여 준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2009년에 샀는데 지난 5년 남짓한 시간을 돌아보니 한숨만 나온다. 한국 사회도 과거 이란이 밟았던 길을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 곱씹어 보니 무척이나 닮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 책에 푹 빠져들었던 것은 아닐지.

 

1권에는 보수화되는 이란 정권 아래 겪었던 다양한 고통이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가족 이야기는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준다. 헬조선의 현실에서 '탈출'만이 답이라는 사람들처럼 그도 이란을 떠나 유럽으로 간다. 이른바 조기 유학. 그러나 가족과 동떨어진 낯선 곳에서의 삶도 결코 쉽지 않았다. 2권은 유럽에서의 방황, 이란으로 귀향, 다시 떠나기 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1권보다 2권이 지루하다는 것은 좀 흠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1권과 2권의 역자가 다르기도 하다. 

 

훗날 그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읽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낼 것을 마음먹는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것. 흑백의 단순한 그림체는 독특한 매력을 전해준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이 스타일을 잘 살렸다.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감명 깊은 것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그의 할머니는 작품 속에서 가장 지혜로운 인물이다. 그의 따듯한 가슴. 그의 할머니는 늘 가슴에 꽃잎을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 향기롭고도 따뜻한 가슴 때문에 작가는 역경 속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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