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야나 비룡소 클래식 13
김재민 지음, 바드리 나라얀 그림 / 비룡소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화는 소설과 다른 맛이 있다. 무엇인가, 우리를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는 미묘한 힘이 있다. 학생들과 세계 각지의 신화를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인도신화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맨 처음 '길가메시'를 읽었고 그 다음으로는 '트로이 전쟁'(일리아스+오딧세이아)을 읽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이 바로 '라마야나'이다. 물론 그리스 로마신화를 한번 찐.하게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초등학생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의 신화를 줄줄이 꿰고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도 거의 외우는 데다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세세하게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나도 '영웅' 가운데 최고는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말이다. 요즘 친구들이 어떤 독서환경 속에서 영웅들을 만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어린시절보다는 많은 영웅들을 만난다. 세계 최고의 영웅으로 '주몽'을 꼽는 친구들도 있지 않을까?

신화에는 항상 영웅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 속에 서로 다른 모양으로 영웅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점이다. '길가메시'를 읽으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의 향기를 맡는다. 모세와 다윗을 만나면 고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문명을 만난다.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오딧세우스를 비롯하여 아킬레스, 아가멤논 등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고대 인도의 영웅은 어떤 모양일까?

고대 인도의 영웅 '라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영웅들과 조금 다르다. ('라마야나'는 라마의 모험이라는 뜻이다.) 그는 신의 환생으로 태어난 왕자이다. 절대 신, 비쉬누의 환생이라 무적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는 계속해서 갈등하고 분노하는 인간이다. 몇 번은 싸움에서 (거의)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한다. 그는 검과 갑옷대신 가벼운 활통과 활을 들고 싸운다. 그를 강하게 한 것은 모험이라기 보다는 고행-수행이다.

라마야나를 읽으면 고대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만난다. 바쉬누의 배꼽에서 태어나 세계를 창조한 브라마,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시바, 그 밖에도 바람의 신, 불의 신, 바다의 신... 워낙 많은 신들의 이름이 등장해서 책장을 다 덮은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영웅을 도와 악을 무찌르는 또 다른 영웅들 가운데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곰과 독수리, 특히 원숭이 부대의 활약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상상의 세계로만 그려볼 수 밖에 없는 여러 신들, 그리고 다양한 동물 장수들 까지. 여러 악귀를 해치우는 모험 가운데 각종 무기를 획득하고 가지 각색의 아스트라(일종의 에너지 빔??)를 쏘아대기까지... 같이 책을 읽은 초등학생 친구의 말을 빌리면 '드래곤볼'을 소설로 읽는 기분이랄까? 시공을 초월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는 아주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원전이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저자의 표현 때문일까?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고대인들의 무한한 상상, 여러 신들과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엮기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사실 시시껄렁한 사랑 싸움과 질투로 빚어진 사건에 대부분의 이야기를 할애하는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박진감 있고 재있는 것은 분명하다.

+ Http://ZZiRACi.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