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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소울 - 박창학의 지구 반대편 음악 이야기
박창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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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의심할 바 없이 현대의 음악 시장은 대중적인 상업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영미의 팝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은 K-POP, J-POP과 같은 해당 나라에 맞게 이름만 바뀐 형태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중음악 속에서도 자신들의 전통을 대중음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유행했던 레게나 쿠바음악 같은 제 3세계 음악들만 봐도 그 중심에는 [밥 말리]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지 않던가. 이른바 월드뮤직으로 불리는 각국의 음악에는 그들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스며들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이들 음악을 듣기 위한 최소한의 수고이기도 하다. 박창학의 『라틴 소울』은 특히 중남미 지역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전통음악,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자연스럽고 가장 완성된 조화를 이루는 크로스오버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라틴음악이기 때문이다. 박창학은 이것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근본적인 성격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의 음악, 악기, 뮤지션, 앨범들을 통해 보다 쉽게 그들의 음악을 접하고 현대에 이어진 전통과 조화를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은 삼바와 카니발, 축구과 열정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재즈와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앙 질베르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브라질 음악은 다른 어떤 문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다원적이라는데 큰 특징이 있다. 삼바와 쇼로는 브라질의 전통음악이기도 하지만 현대에도 대중음악과 결합하여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으며 보사노바와 같은 새로운 음악의 뼈대가 되고 있는 동시에 전통음악이라는 자체의 지위도 잃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역시 축구의 나라인 동시에 탕고의 나라다. 독일의 교회에서 종교음악을 위해 태어난 악기인 반도네온이 아르헨티나의 사창가에 전해져 막 태어나던 탕고와 결합해 반도네온은 곧 탕고가 되었다. 탕고는 캬바레와 술집에서 연주된, 시작이 고결한 음악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고결하게 되었다는 피아솔라의 말처럼 탕고는 아르헨티나 자체다. 반도네온을 위한 천재적인 작곡가이자 연주가인 피아솔라를 소개하고 있다. 

시가와 야구, 체 게바라의 나라인 사회주의 쿠바의 음악은 [아바네라]라는 무곡으로 알려져 30년대의 룸바, 50년대의 맘보와 차차차, 얼마 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으로 유명해졌다. 이 작은 섬나라가 세계에 보여준 음악은 그들의 전통과 삶이 한데 녹아 있는 남다르고 특별한 것이다. 쿠바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은 가장 전통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대중적이기도 한 크로스오버된 형태이며 이는 라틴 음악의 큰 특징이기도 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을 보자. 전통음악 판소리나 창의 경우 낯설기도 하거니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얼마 없는 공연장을 찾거나 직접 CD를 구입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음악은 대중음악과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오래 전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실험적인 노래가 유행했을 때 잠시나마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는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 전통음악을 알리기 위해 반드시 대중음악과 결합해 크로스오버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전통음악의 정통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현재의 획일적인 우리 대중음악도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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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양장본)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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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책 읽기라는 행위를 하는 것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같은 디지털과 영상시대에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고―구시대적이고 까다롭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를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딱딱한 고전을 읽어내는 것은 즐거움보다는 고역에 가까워 보인다. 과연 현대에서 고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고전을 읽는 재미는 어떤 것일까? 

저자 데이비드 덴비는 현대의 미디어 범람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갈증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방식인 진지한 읽기를 위해, 그리고 미디어에 파묻힌 현재의 학생들과 대학의 모습을 알기 위해 모교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현대문명]과 [인문학과 문학]을 다시 수강한다.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그 일 년 동안의 기록이다. 1학기와 2학기로 나뉜 이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 시작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로 끝이 난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는 강의노트인 동시에 독서노트이기도 한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고전을 읽고 싶어 하거나 읽고 있는 독자에게는 고전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컬럼비아 대학의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것이다. 마치 직접 강의실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 내 자신이 경험했던 수동적인 수업을 생각해 보니 다른 점이 느껴졌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강의를 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강의는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중고등학교의 입시 위주의 일방적인 교육으로 인해 대학생이 되어서도 과거의 모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대학마저도 취직의 코스가 되어 버린 우리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며 지루해한다. 고전이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것은 예스러운 문장일수도 있고 현대와 맞지 않는 시대적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덴비는 현대가 아닌 당시의 기준으로 고전을 읽는다면 그 당시 지식의 보고이며 한 시대를 밝게 비춘 경험의 산물이 고전 속에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전읽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감을 할 수 있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공통적인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 과거의 문제의식이 현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보며 읽지 못한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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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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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위급하거나 극한 상황일 때 가장 잘 드러난다. 게다가 그곳이 폐쇄적인 공간이라면 그 효과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현대에서 가장 효과적인 밀실이라면 단연 엘리베이터다. 가장 좁고 폐쇄적인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서 기계적인 결함으로 생기는 공포는 과거의 밀실-배가 끊겨버린 섬이나 눈이 쌓여 연락이 불가능해진 별장 등-과는 주는 느낌이 다르다. 극적이면서도 블랙유머로 가득한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라는 밀실에 갇힌 4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분노와 욕망과 상처를 드러내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텐더인 오가와는 아르바이트생인 직장 동료를 데려다 주고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남은 아내의 진통 소식에 허겁지겁 아파트를 나서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가 깨어난 곳은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는 고장으로 정지해 있으며 핸드폰과 시계를 잃어버리고 외부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수염이 삐죽한 수상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 메뚜기를 닮은 오타쿠처럼 보이는 안경을 낀 청년, 까만 옷을 입고 허름한 곰 인형을 들고 있는 젊은 여자가 있다. 아내의 진통 때문에 마음이 급한 오가와와는 달리 이들 네 사람은 수상하게도 유난히 태평하다. 오가와는 비상벨을 누르고 소리를 지르며 빠져나갈 궁리를 해 보지만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고 갑자기 정전이 되어 공포는 더해가고 네 사람은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악몽을 가지고 있다. 1장은 아내에게 비밀을 간직한 오가와의 악몽, 2장은 오타쿠처럼 보인 마키가 가진 개인적인 악몽, 3장은 중년 남성이며 정체가 드러나는 사부로의 악몽, 마지막 에필로그는 엘리베이터 속의 네 사람과 오가와의 아내,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얽힌 악몽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코믹 스릴러 극단 ‘니콜슨즈’를 이끄는 배우이며 각본가, 연출가인 기노시타 한타답게 『악몽의 엘리베이터』 역시 연극적 요소가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폐쇄적인 장소이기도 한 엘리베이터를 등장시킨 것도 그렇고 그곳에 갇힌 4명의 욕망과 개인적인 상처 같은 인간의 내부적이며 감정적인 요소를 대사와 행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작가가 연극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각 장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으며 마지막까지 꼭꼭 숨겨둔 반전은 작품의 극적 요소를 더해준다. ‘악몽’ 시리즈로 계속될 기노시타 한타의 다음 이야기들인 『악몽의 관람차』, 『악몽의 드라이브』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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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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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록 그 당사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해도 또 찾아온 사랑의 느낌(?)에 격정적이고 정열적으로 반응-물론 이것은 불륜이라고 한다-할 수도 있고, 첫사랑의 느낌처럼 설레는 감정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책 표지의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라는 글귀를 보고 격정적인 모습을 기대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채굴장으로』는 두 사랑의 모습이 함께 등장하긴 하지만 평범하고 나른한 일상 생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속에 던져진 사랑의 잔잔한 느낌을 이노우에 아레노 특유의 문체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주변의 것에 대한 세부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섬세한 묘사 덕분에 답답하게 느껴질 경우가 많아서인데 이 『채굴장으로』만큼은 그런 문체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남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억제하는 듯한 잔잔한 감성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세이는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의 초등학교 양호 선생님이다. 그녀의 남편은 화가이며 어릴 적 함께 지냈던 섬으로 돌아와 결혼해 섬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고 행복하며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새학기가 되어 음악선생 이사와가 새로 부임해 오면서 그를 보는 세이의 마음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잔잔한 파문이 인다. 무뚝뚝한 그의 앞에서 사투리가 아닌 도쿄 말을 쓰게 되고 항상 그에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사와를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아두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드러내지 않음’에 있다. 세이가 이사와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혹은 숨기는 것. 조금 더 나아가 감정을 표출했으면 그저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가 되었을 것을 이노우에 아레노는 자신의 문장 속에 꼭꼭 잘 숨겨두고 있다. 이 ‘드러내지 않음’으로 세이의 이야기는 밋밋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본토남과의 불륜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정반대의 친구 쓰키에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음몽(淫夢)을 꾸는 시즈카 할머니를 등장시켜 세이 마음의 안타까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채굴장의 의미는 터널을 파 나갈 때 제일 마지막의 지점이라는 뜻과 함께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날개를 자르다라는 의미도 있다. 조금만 더 파 나가면 터널이 완성될 수도 있고 날개로 훨훨 날아갈 수도 있다. 더 나아가지 않고 날아가지 않고 멈추어 있는 것 이것이 세이의 마음이고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야기다. 요즈음처럼 자극적이고 솔직한 시대에 자신을 꼭꼭 감추는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야기를 읽는 느낌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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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소울 - 박창학의 지구 반대편 음악 이야기
박창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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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바 없이 현대의 음악 시장은 대중적인 상업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영.미의 팝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은 K-POP, J-POP과 같은 해당 나라에 맞게 이름만 바뀐 형태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중음악 속에서도 자신들의 전통을 대중음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유행했던 레게나 쿠바음악 같은 제 3세계 음악들만 봐도 그 중심에는 [밥 말리]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있지 않던가. 이른바 월드뮤직으로 불리는 각국의 음악에는 그들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스며들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이들 음악을 듣기 위한 최소한의 수고이기도 하다. 박창학의 『라틴 소울』은 특히 중남미 지역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전통음악,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자연스럽고 가장 완성된 조화를 이루는 크로스오버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라틴음악이기 때문이다. 박창학은 이것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근본적인 성격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의 음악, 악기, 뮤지션, 앨범들을 통해 보다 쉽게 그들의 음악을 접하고 현대에 이어진 전통과 조화를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은 삼바와 카니발, 축구과 열정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재즈와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앙 질베르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브라질 음악은 다른 어떤 문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다원적이라는데 큰 특징이 있다. 삼바와 쇼로는 브라질의 전통음악이기도 하지만 현대에도 대중음악과 결합하여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으며 보사노바와 같은 새로운 음악의 뼈대가 되고 있는 동시에 전통음악이라는 자체의 지위도 잃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역시 축구의 나라인 동시에 탕고의 나라다. 독일의 교회에서 종교음악을 위해 태어난 악기인 반도네온이 아르헨티나의 사창가에 전해져 막 태어나던 탕고와 결합해 반도네온은 곧 탕고가 되었다. 탕고는 캬바레와 술집에서 연주된, 시작이 고결한 음악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고결하게 되었다는 피아솔라의 말처럼 탕고는 아르헨티나 자체다. 반도네온을 위한 천재적인 작곡가이자 연주가인 피아솔라를 소개하고 있다. 

시가와 야구, 체 게바라의 나라인 사회주의 쿠바의 음악은 [아바네라]라는 무곡으로 알려져 30년대의 룸바, 50년대의 맘보와 차차차, 얼마 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으로 유명해졌다. 이 작은 섬나라가 세계에 보여준 음악은 그들의 전통과 삶이 한데 녹아 있는 남다르고 특별한 것이다. 쿠바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은 가장 전통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대중적이기도 한 크로스오버된 형태이며 이는 라틴 음악의 큰 특징이기도 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을 보자. 전통음악 판소리나 창의 경우 낯설기도 하거니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얼마 없는 공연장을 찾거나 직접 CD를 구입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음악은 대중음악과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오래 전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실험적인 노래가 유행했을 때 잠시나마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는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 전통음악을 알리기 위해 반드시 대중음악과 결합해 크로스오버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전통음악의 정통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현재의 획일적인 우리 대중음악도 훨씬 더 풍성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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