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양장본)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책 읽기라는 행위를 하는 것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같은 디지털과 영상시대에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고―구시대적이고 까다롭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를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딱딱한 고전을 읽어내는 것은 즐거움보다는 고역에 가까워 보인다. 과연 현대에서 고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고전을 읽는 재미는 어떤 것일까? 

저자 데이비드 덴비는 현대의 미디어 범람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갈증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방식인 진지한 읽기를 위해, 그리고 미디어에 파묻힌 현재의 학생들과 대학의 모습을 알기 위해 모교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현대문명]과 [인문학과 문학]을 다시 수강한다.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그 일 년 동안의 기록이다. 1학기와 2학기로 나뉜 이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 시작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로 끝이 난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는 강의노트인 동시에 독서노트이기도 한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고전을 읽고 싶어 하거나 읽고 있는 독자에게는 고전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컬럼비아 대학의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것이다. 마치 직접 강의실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 내 자신이 경험했던 수동적인 수업을 생각해 보니 다른 점이 느껴졌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강의를 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강의는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중고등학교의 입시 위주의 일방적인 교육으로 인해 대학생이 되어서도 과거의 모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대학마저도 취직의 코스가 되어 버린 우리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며 지루해한다. 고전이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것은 예스러운 문장일수도 있고 현대와 맞지 않는 시대적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덴비는 현대가 아닌 당시의 기준으로 고전을 읽는다면 그 당시 지식의 보고이며 한 시대를 밝게 비춘 경험의 산물이 고전 속에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전읽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감을 할 수 있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공통적인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 과거의 문제의식이 현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보며 읽지 못한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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