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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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선 우리의 머리 속에 고정돼 있는 '교육'이라는 개념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교육을 막연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 학교에서만 행해지는 것, 교사에 의해서 가르쳐지는 것,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 규격화되는 것...' 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을 받아온 결과 학생과 아이들은 교육... 또는 학교를 재미없는 것, 없으면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됐고, 15년 이상의 의무교육을 받아도 자기가 입고 먹을 것 하나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의존적인 인격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죠. 또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공동체 의식은 희박해진 것입니다. 칠판을 향해 질서정연하게 놓인 책상, 달걀 판에 가지런히 놓인 달걀로 묘사되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이 초래한 가슴 아픈 자화상입니다.
    그러면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올바른 교육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배움의 목적은 자유이다. 자유는 타인들로부터의 독립 뿐만 아니라 자기 기분과 충동으로부터의 독립도 뜻한다.' 또 '교육의 목적은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어야 한다.' 라고 말이죠. 자유, 또는 독립성.. 이런 단어가 교육의 키워드가 되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는 교육현장,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는 교육,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 그래서 종국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게 하는 교육이 참교육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교육체제를 반성하고 새로운 교육방식을 실현하기 위해서 서구사회에선 이미 또 하나의 학교, 자유학교, 열린 교실 같은 이름의 대안학교들이 실험돼왔습니다. 마을과 가정이 학교와 분리되지 않은 학교들도 설립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다양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신으로 세워진 거창고등학교... 지역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농촌의 삶을 중시하며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홍성의 풀무학교... 일반 제도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아서 세운 영산성지학교 들이 우리 귀에 익숙한 그런 학교들입니다.  이밖에도 산청의 숲속마을 작은학교나 자연, 자유, 자치라는 세 개의 기초 위에 세우려고 하는 대구의 민들레만들래 자치공동체학교... 변산반도에 윤구병 선생이 중심이 돼 실험 중인 공동체 마을학교 같은 것들도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실험중인 의미있는 대안학교들입니다.
   이런 학교들을 보면 독자들은 결국 대안은 '작은 학교'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다다릅니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애정과 신뢰로 만날 수 있는 교육이먀말로 작은 학교에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며 집을 나서는 우리 학생들의 지친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연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좀 더 깊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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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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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씨는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라는 작품으로 시작해 그동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인간에 대한 예의' 등 비교적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인 1963년 생 작가인데요,  그녀의 작품은 그동안 운동권을 소재로 한 것에서부터 여성문제, 운동권의 후일담 류, 그리고 최근에는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등으로 관심사가 완만하게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런 변화 내지 변신은 일각에서 변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만만치 않은 독자들을 거느린 우리 시대의 주요 작가입니다. 이제 오늘의 책 '봉순이 언니'를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를 지탱해 온 사람들이 있죠. 궁핍한 농촌을 떠나서 밥상에서 한 입이라도 줄이려고, 또 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려고 도시로 도시로 몰리던 젊은이들입니다.  이른바 공순이, 공돌이라고 불리던 공장 근로자와 이제는 가정부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식모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사람들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봉순이 언니는 작품의 화자인 다섯 살 박이 어린이 짱아의 집에 흘러들어온 '식모'입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친척집에 맡겨졌다가 창경원 벚꽃 놀이에서 숙모의 손에서 버려져 기구한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숙모에게서 버려진 후 봉순이 언니는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주인집의 학대를 받고 도망다니다가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짱아의 집에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죠. 그러나 이 집에서도 주인집 아주머니의 다이아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도망가게 됩니다. 결국 누명은 벗겨지지만 그녀는 당시 함께 도망갔던 남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쫓겨났고 또 그후 새로 재혼한 남자와도 사별하게 됩니다. 그녀는 이후에도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도망갔다가 혼자가 돼 다시 돌아오고 하는 일을 반복하며 늙어갑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맙니다. 이 책의 이야기도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런데 작가는 봉순이 언니의 삶 속에서 우리시대의 희망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이 책 191쪽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 나는 안다. 봉순이 언니가 한 번 남자와 도망갈 때마다, 그녀가 얼마나 목숨을 걸고 낙관적이어야 했을 지를. 그녀는 친구에게 도망간 남자를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달라. 뭔가 운명을 느꼈다니까. 가엾어서, 그래서내가 도와주고 싶었어. 밥도 따끈하게 퍼주고 셔츠 깃도 깨끗하게 빨아주고 저녁에 돌아오면 따끈한 물에 발도 닦아주고 싶어...'
   봉순이 언니가 살아있다면 지금은 50대의 중년 여성이 돼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봉순이 언니를 까맣게 잊어버렸을 지 모르지만 우리의 봉순이 언니들은 시장바닥에, 달동네 빈민촌에서 그제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단한 벼랑 끝의 삶을 연명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희망을 찾기 위해서 억척같은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희망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구체적인 희망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역사를 쉽게 수치로 기록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수치로 기록된 역사의 성긴 틈새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메꾸죠. 작가 공지영 씨가 되살려 놓은 '봉순이 언니'는 수치로 그린 역사의 엉성함을 가려주는 따뜻하고 아픈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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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야, 공차자
김용택 엮음 / 보림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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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시집은 전라북도 섬진강가에 자리한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 다니는 열 여덟 학생의 동시를 이 학교 선생님이신 김용택 시인이 모아 펴낸 것입니다. 시골의 정서와 동심의 세계가 때묻지 않은 채 처녀지 같이 남아있는 글들이 실려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을 펴낸 시인 김용택 선생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선생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이 없는 나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 어떤 세상의 가치도 나를 이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아이들과 농부들에게 세상의 희망이 있음을 믿고 살았다. 아이들은 나를 늘 세상의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 것을 가르쳐 주었고 농부들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게 사람다운 삶인가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무슨 백일장을 해서 추려모은 글도 아니고 열 여덟 전교생의 글을 다 모은 것이니까 당연히 문학성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아니 그런 문학성을 애초부터 추구하고 만든 글도 아닙니다. 독자는 그런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으면 기대가 깨질 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마암분교 어린이들의 글을 몇 편 소개하겠습니다. 
   5학년 윤귀봉 어린이의 '개미'라는 동십니다.
   '오늘 개미가 / 이사를 갔다.  오늘 잘하면 / 비가 올 것 같다.  나는 비 오니까 / 준비를 해야지.  개미는 티브이 / 일기 예보보다 / 확실할 것이다.  우리 엄마 말씀이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이런 것을 알까요.'
   이번에는 2학년 서동수 어린이가 지은 '산'이라는 십니다.
   '산산산 산은 누구보다 크지요. / 산산산 엄마처럼 / 아기를 업지요 / 나무는 아기 / 산은 엄마.'
   졸업생 박진희 어린이가 쓴 '이슬'이라는 동십니다.
   '이슬이 / 풀잎 위에 / 잠자고 있다.  이슬은 / 풀잎 위에 잠을 자도 /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새벽에 / 풀 잎 위로 몰래 내려와서 / 풀 잎 위에 잠을 자는 이슬. (박진희 졸)
쓸쓸한 촌'
   또 5학년 박초이 어린이가 쓴 '쓸쓸한 촌'이란 십니다.
   '사람들이 / 다들 도시로 / 이사를 가니까 / 촌은 쓸쓸하다.  그러면 촌은 운다.  촌아 울지마.'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나는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하는 자괴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엮은 김용택 선생님은 저보다 더 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책 서문에 실린 김용택 선생님의 그 걱정어린 글을 소개하면서 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 땅에서 이와 같은 아이들의 글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렇게 작은 학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 어떤 선생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과 같이 글을 쓰려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 이 아이들의 글은 내 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자유와 사랑, 더할 수 없는 이해와 부드러움, 그리고 불간섭의 아름다운 인간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단언하건대 농촌 아이들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글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시대가 된 것이다. 농촌 아이들 세계도 세기말에 다다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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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서
한마음한몸운동환경보전부 지음 / 가톨릭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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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느날 하나님 나라를 신앙하는 가톨릭 평신도 몇 명이 모여서 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시작은 어설펐지만 여름 내내 도서관을 뒤지고 기도하는 가운데 묵상을 위해 도움이 될 말들을 뽑아내다 보니 충분히 보물이 될만한 양이 모이게 됐습니다. 드디어 이들은 이 말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내게 된 것이죠. 이들은 공부를 해나가면서 가부장제의 문화, 남성 위주의 가치에 젖어있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들이 바로 하늘·땅·물·벗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모두 7부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부에는 '한 처음에'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창조 영성과 창조 질서에 관한 글들을 담았고, 2부는 '우주 탄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우주에 대한 얘기를, 3부에는 '하나님의 녹색 영성'이란 제목으로 녹색정치, 녹색경제, 교회의 녹화 같은 주제의 글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4부에는 '밤과 낮', 5부에는 '지구에 생겨난 뭇생명', 6부는 '청지기의 임무', 7부는 마지막 장으로 '안식'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관련된 글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성서의 말씀은 물론이고 박노해,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시인 정현종,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농부 전우익, 사회학자 정수복, 그리고 신학자들인 레오나르드 보프와 몰트만,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통령 후보인 엘 고어,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와 김수환 추기경,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쓴 경제학자 슈마허, 독일 녹색당의 정치인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레리 호지,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오는 격언들, 또 동양의 지혜가 담긴 노자, 중용과 토지론과 농사법 등의 저서에서 발췌한 다산 정약용의 글들도 수록돼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환경문제란 게 쓰레기를 얼마 만큼 줄이고 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세제 사용을 조금 더 줄이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는데요, 우리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에 관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죠. 따라서 환경운동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는 피조물과 자연이라는 피조물 사이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작업인 것이고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도덕성 회복과 직접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환경서적인 레이체 카슨의 '침묵의 봄'을 연상케 하는 정현종 시인의 '적막한 들판'이란 글을 이 책에 인용된 대로 소개해보겠습니다.
  '가을 햇볕에 공기에 / 익은 벼에 /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 아, 들판이 적막하다 / 메뚜기가 없다 !
  오 이 불길한 고요 / 생명의 황금고리가 끊어졌느니...

  여러분도 이 책을 곁에 두고 묵상하시면서 때대로 환경문제를 우주와 나, 지구와 나라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녹색별 지구와 우주를 향해 우리의 머리가 서서히 들려 올라가는 것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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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찬양 무보수의 찬양 분도소책 67
쟈끄 러끌레르끄 지음, 박인우 옮김 / 분도출판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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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를 잘 설명하는 말 중의 하나가 지식정보사회라는 말입니다. 현대인이 이 지식정보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창출되는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지식을 습득하는데 낙오하면 인간다움, 존엄성마저 훼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이 지식은 이렇게 인간에게 봉사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오만함 마저 띠고 있습니다. 인간을 윽박지르는 것이죠.  '배워라. 못하겠으면 비참해지리라!' 라고 떠벌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간과 지식 사이의 관계가 역전되고 왜곡되는 단계에서 러끌레르끄 신부는 프랑스의 문필가 알랭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젠 그만 배우라, 생각하라!' 라고 현대인에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을 학습하는 시스템은 너무나 철저하게 구축돼서 심지어는 
즉흥적인 일들도 계획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이제 인간이 만든  학습시스템은 스스로에게 올무를 매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만 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수많은 시간을 학습에 투여하고 있지만 인간은 역사에도 무지하고 기억력도 점차 감퇴되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세대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창조적 노력 없이 교육을 받아들인 졸업장 인생들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노력으로 깨우친 것만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출세를 보장하는 졸업장을 받기 위해 그저 교사가 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한 사람들은 지식의 노예, 졸업장의 노예가 될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의 박학다식함에 경탄한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나는 책에서보다는 성체 앞에서 기도하면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이죠. 또 성자 이씨시의 프란체스코는 스물 다섯 살 때까지 한량 생활을 했던 젊은이였고, 영혼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던 아르스의 성자 성 비안네 신부도 스무 살이 되기까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공부를 지지리 못하던 인물이었지요. 저자는 이들이 배우지 못하고 자유로움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이 깊은 통찰력의 배경이 됐던 게 아닌가 유추해봅니다.
  저자는 다시 이렇게 힘줘 얘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고 바로 인간은 무엇보다도 인간성을 의미하며, 이 인간성은 무엇보다도 정신의 생기요, 창조력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인간의 생기와 창조력은 다른 말로 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정신이 흐르게 두는 것이며 꿈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국 배우기를 멈추고 생각하기에 들어서는 것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마지막 결론입니다.
  이밖에도 저자는 무보수의 찬양이란 글에서 무용함, 무보수로 세상을 섬기는 것을 찬양합니다. 대가 없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행위이며 하나님의 영역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저자인 러끌레르끄가 초대하는 게으름의 세계, 스스로 생각하기의 세계, 무보수 삶에  여러분도 조용히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권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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