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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서
한마음한몸운동환경보전부 지음 / 가톨릭출판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느날 하나님 나라를 신앙하는 가톨릭 평신도 몇 명이 모여서 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시작은 어설펐지만 여름 내내 도서관을 뒤지고 기도하는 가운데 묵상을 위해 도움이 될 말들을 뽑아내다 보니 충분히 보물이 될만한 양이 모이게 됐습니다. 드디어 이들은 이 말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내게 된 것이죠. 이들은 공부를 해나가면서 가부장제의 문화, 남성 위주의 가치에 젖어있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들이 바로 하늘·땅·물·벗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모두 7부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부에는 '한 처음에'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창조 영성과 창조 질서에 관한 글들을 담았고, 2부는 '우주 탄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우주에 대한 얘기를, 3부에는 '하나님의 녹색 영성'이란 제목으로 녹색정치, 녹색경제, 교회의 녹화 같은 주제의 글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4부에는 '밤과 낮', 5부에는 '지구에 생겨난 뭇생명', 6부는 '청지기의 임무', 7부는 마지막 장으로 '안식'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관련된 글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성서의 말씀은 물론이고 박노해,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시인 정현종,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농부 전우익, 사회학자 정수복, 그리고 신학자들인 레오나르드 보프와 몰트만,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통령 후보인 엘 고어,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와 김수환 추기경,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쓴 경제학자 슈마허, 독일 녹색당의 정치인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레리 호지,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오는 격언들, 또 동양의 지혜가 담긴 노자, 중용과 토지론과 농사법 등의 저서에서 발췌한 다산 정약용의 글들도 수록돼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환경문제란 게 쓰레기를 얼마 만큼 줄이고 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세제 사용을 조금 더 줄이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는데요, 우리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에 관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죠. 따라서 환경운동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는 피조물과 자연이라는 피조물 사이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작업인 것이고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도덕성 회복과 직접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환경서적인 레이체 카슨의 '침묵의 봄'을 연상케 하는 정현종 시인의 '적막한 들판'이란 글을 이 책에 인용된 대로 소개해보겠습니다.
'가을 햇볕에 공기에 / 익은 벼에 /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 아, 들판이 적막하다 / 메뚜기가 없다 !
오 이 불길한 고요 / 생명의 황금고리가 끊어졌느니...
여러분도 이 책을 곁에 두고 묵상하시면서 때대로 환경문제를 우주와 나, 지구와 나라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녹색별 지구와 우주를 향해 우리의 머리가 서서히 들려 올라가는 것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