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르타 작가의 <캔 따는 소리>는 할로윈을 목전에 앞두고 있는 지금 읽기에 딱 적합한 단편이다. 켈트 족들은 한 해를 마무리할때가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고 한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하여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기원이 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할로윈은 미국에서 스코틀랜드 ·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지만 아일랜드인들이 대규모로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할로윈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할로윈은 켈트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것처럼 나보다 이웃과 주위를 돌아보는 좋은 의미를 담은 행사다. 현재에도 이들은 가까운 이웃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식품과 의료품을 지원하면서 뜻깊은 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이는 지역사회의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할로윈의 순기능이라 생각한다. 또한 할로윈에는 평소에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는 죽음과 불운, 유령, 박쥐들 마저 즐거움의 상징이 되고, 남녀노소 모두가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할로윈은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그 기원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행사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단순히 무섭고 기괴한 복장을 하고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사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메르타 작가는 할로윈의 이러한 측면을 언급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성상품화와 성차별적인 인식들,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들을 <캔 따는 소리>에서 풍자하고 있다. 오메르타 작가는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을 바탕으로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캔 따는 소리>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작가가 '이 글은 허구이며, 연상되는 이름은 우연입니다.' 라고 밝히곤 있지만 소설에서 등장하는 아이돌의 행태와 할로윈 한정음료의 효과 등에서 연상되는 사건과 인물이 대표적이다. 할로윈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생각해볼 것이 많은 소설이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about/?novel_post_id=12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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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흔 작가의 <공기의 기억>은 에드가와 란포의 <지붕 속 산책자>와 전체적인 소설의 구도가 비슷한 점이 있다. <지붕 속 산책자>는 에도가와 란포의 몽상가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초기 대표작이다. <지붕 속 산책자>는 지루하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의 삶 속에서 회의하고 방황하는 염세적 인물이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하숙집 지붕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하게 되면서 밤의 세계와 범죄의 유혹에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다



란포는 현실은 꿈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자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가 되고 그의 소설들이 추리소설의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관심은 오직 진실을 아는 것이라는 아케치 고고로의 말처럼 이상과 현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 방황하는 범시대적인 고뇌를 다뤘기 때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반듯이 누운 상태에서 부스스 눈을 떴다. 불빛... 벽 모서리에서 네 가닥의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벽을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불빛의 모양은 보안을 위한 레이저빔과도 같았다. 그 때 나는 추측할 수 있었다. 원래 이 벽은 사람이 드나들었던 여닫이문이었지만 공간을 나누기 위해 벽지로 가려져 있다는 것을. 따라서 불빛이 투과되어 나오는 틈은 경첩과 문손잡이를 떼어낸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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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스케
모토 히데야스 지음, 한경식 옮김 / 안나푸르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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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레코드 컬렉터라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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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응 작가의 <고양이의 비밀>은 제목처럼 고양이가 남긴 암호를 추리하는 코지 미스터리물이다. <고양이의 비밀>에는 애묘인이라면 공감 가능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한가족으로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 같은 것이 한 겹 끼어 있는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기분 내키면 응석을 부리긴 해도 마치 ‘나는 고양이당신들은 인간’ 이라는 선이 그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인간과 고양이는 함께 지내며 서로가 느끼는 것생각하는 것을 구석구석까지 생생히 볼 수 있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에게도 고양이만의 삶이 있고응분의 생각이 있고기쁨이 있고괴로움이 있을 것이다그러한 한계를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마음을 교류하는 어느 기묘한 체험의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수 고양이의 비밀>에서 이러한 순간들을 언급하고 있다이는 <고양이의 비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와도 유사하다어느날 하루키가 고양이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자고 있었는데 (수사학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배게를 나란히 놓고 누워서뮤즈는 사람처럼 베개를 베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게 그런 말을 해봤자…”하는 작은 여자 목소리가 귓전에 또렷이 들렸다고 한다영문을 알 수 없어 뮤즈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더니장수 고양이 뮤즈 ‘꿍얼꿍얼뭐야귀찮게’ 하면서토라진 아내 같은 태도로 일어나 이불에서 나와 고개를 저으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마치 고양이가 자신의 중요한 비밀을 무심코 사람한테 들켰고그것을 대충 얼버무리려고하는 듯이… 자면서 인간의 언어로 잠꼬대를 하는 고양이라니

 

뮤즈는 같이 살기에 매우 이상적인 고양이였다예쁘고영리하고튼튼하고숱한 수수께끼를 품고 있었다우리와 고양이 사이에는 늘 가벼운 긴장감이 흘렀고그건 그것대로 또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고양이는 흔치 않다.” (장수고양이의 비밀, p. 145)

 

하루키는 뮤즈를 몇백 마리에 한 마리 있을 귀중한 고양이로또 그런 고양이를 만난 것은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하루키는 <장수 고양이의 비밀>을 세상을 떠난 장수 고양이에게 건네는 소박한 마지막 인사임을 책의 후기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며 지금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뮤즈가 하루키를 생각하는 마음도 동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의 에세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 인간이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면 윤지응 작가의 <고양이의 비밀>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인생에 있어 결과로서의 형태는 분명 중요하다하지만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로 보탬이 되는 것은 좀더 다른 것 아닐까인간들끼리도 함께 지내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종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고양이와 마음을 공유하는 어떤 순간을 체험한다는 것… 그 순간 순간들을 공유했던 인간에게 다음 생을 기약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고양이의 비밀>의 매력은 읽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로 보탬이 되는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아닐까?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300406&novel_post_id=1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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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피오나 스태퍼트’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한 건 아니다. 작년에 <길고 긴 나무의 삶, 원제 The Long, Long Life of Trees>을 읽으며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오나 스태퍼트’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가 ‘나무’라는 주제에 대해 영문학적인 시각에서 문학, 신학, 예술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버드나무’에 대해서 1970년대 포크가수인 ‘해리닐슨’이나 영국 출신 가수 ‘스틸아이 스팬’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연인과 실연으로 마음 아픈 이들의 슬픈 정서를 대변한다는 주장이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을 접할 당시 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가늘고 길게 늘어져 산들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이런 모양을 두고 부드러움을 나타내는 ‘부들부들하다’에서 말을 따와 ‘부들나무’라고 했다가 ‘버들나무’가 되고, ‘ㄹ’이 탈락해 ‘버드나무’가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국인의 시각과 문화로 본 ‘나무’에 대한 에세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양국 문화의 시각차도 흥미로웠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두 문화권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나무’라는 주제에 이은 “꽃’이라는 주제를 다룬 <덧없는 꽃의 삶>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덧없는 꽃의 삶>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국인의 눈으로 영국 곳곳을 수놓고 있는 15가지 영국을 대표하는 ‘꽃’에 대한 에세이다. 영국과 유럽의 신화와 종교, 미신,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책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국의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국인의 시각과 문화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덧없는 꽃의 삶>의 원제는 <The Brief Life of Flowers>이다. 사실 처음 제목을 읽고 조금 당황했었다. 저자의 전작을 읽으며 저자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덧없는’ 꽃의 삶이라니....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나무’와 달리 ‘꽃’에는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 하는 오해도 했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책제목을 이렇게 명명한 것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됐지만, 그래도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가 책의 원제를 이렇게 붙인 이유는 꽃의 삶이 덧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타까운 짧은 삶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 아니었을까? 꽃의 삶이 덧없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네 인간의 관점일 뿐 꽃은 항상 그자리에서 어김없이 피고 지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싱그러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저자의 주장처럼 꽃들은 중요한 삶의 순간마다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선물로, 결혼식에서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부케로, 죽은 자와 무덤까지 동행하는 화환으로, 애도자를 위로하는 추모의 꽃으로. 꽃들은 특별한 의식의 의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모두에게 공평한 자연의 경로를 상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중대한 사건이 기억과 앨범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사라지기 위해 호출된다. 인생사의 희노애락의 순간에 꽃은 우리 대신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전령사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나뭇잎과 꽃잎은 우리를 정돈한다.


"이것이 생명의 순환. 우리 모두를 움직이지. 절망과 희망을 통해, 신념과 사랑을 통해, 우리가 있을 곳을 찾을 때까지. 감겨 있던 것이 풀리는 길 위에서... 그 순환 속, 생명의 순환 속에서... (It's the circle of life. And it moves us all. Through despair and hope, Through faith and love, Till we find our place. On the path unwinding. In the Circle, The Circle of Life.)" - 라이언킹 The Circle of Life 中에서 -


나무에 대해 다룬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덧없는 꽃의 삶>을 읽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라이온 킹의 <The Circle of Life> 처럼 따지고 보면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무는 곤충과 곰팡이와 함께 하고 있고, 또 나무는 다시 꽃과 인간, 동물들의 삶과 연결되고,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 나무와 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출근길에 직장에 도착할 때까지 만나는 나무들의 종류를 세어보면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무가 내 일상 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덧없는 꽃의 삶>은 15가지 꽃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매 장마다 각각의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서 남긴 감사의 글을 보면 그 일러스트는 저자의 남편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함께 가꾸고 그 경험들을 간직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며 저자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다소 아쉬었던 것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영국에서 책을 펴낸 작가이기 때문에 영국의 산과 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새로운 문화와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꽃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에세이가 나온다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길고 긴 나무의 삶> 만큼이나 경이로운 책이며, 나무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꽃의 삶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네이버 블로그 서평 : https://blog.naver.com/zedi21/222112939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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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춘식 2020-10-1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이 눈길을 끄네요, 글은 천천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잭와일드 2020-10-19 12:58   좋아요 0 | URL
영국학자가 쓴 꽃에 대한에세이입니다.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