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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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스태퍼트’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한 건 아니다. 작년에 <길고 긴 나무의 삶, 원제 The Long, Long Life of Trees>을 읽으며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오나 스태퍼트’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가 ‘나무’라는 주제에 대해 영문학적인 시각에서 문학, 신학, 예술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버드나무’에 대해서 1970년대 포크가수인 ‘해리닐슨’이나 영국 출신 가수 ‘스틸아이 스팬’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연인과 실연으로 마음 아픈 이들의 슬픈 정서를 대변한다는 주장이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을 접할 당시 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가늘고 길게 늘어져 산들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이런 모양을 두고 부드러움을 나타내는 ‘부들부들하다’에서 말을 따와 ‘부들나무’라고 했다가 ‘버들나무’가 되고, ‘ㄹ’이 탈락해 ‘버드나무’가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국인의 시각과 문화로 본 ‘나무’에 대한 에세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양국 문화의 시각차도 흥미로웠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두 문화권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나무’라는 주제에 이은 “꽃’이라는 주제를 다룬 <덧없는 꽃의 삶>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덧없는 꽃의 삶>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국인의 눈으로 영국 곳곳을 수놓고 있는 15가지 영국을 대표하는 ‘꽃’에 대한 에세이다. 영국과 유럽의 신화와 종교, 미신,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책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국의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국인의 시각과 문화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덧없는 꽃의 삶>의 원제는 <The Brief Life of Flowers>이다. 사실 처음 제목을 읽고 조금 당황했었다. 저자의 전작을 읽으며 저자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덧없는’ 꽃의 삶이라니....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나무’와 달리 ‘꽃’에는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 하는 오해도 했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책제목을 이렇게 명명한 것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됐지만, 그래도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가 책의 원제를 이렇게 붙인 이유는 꽃의 삶이 덧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타까운 짧은 삶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 아니었을까? 꽃의 삶이 덧없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네 인간의 관점일 뿐 꽃은 항상 그자리에서 어김없이 피고 지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싱그러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저자의 주장처럼 꽃들은 중요한 삶의 순간마다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선물로, 결혼식에서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부케로, 죽은 자와 무덤까지 동행하는 화환으로, 애도자를 위로하는 추모의 꽃으로. 꽃들은 특별한 의식의 의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모두에게 공평한 자연의 경로를 상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중대한 사건이 기억과 앨범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사라지기 위해 호출된다. 인생사의 희노애락의 순간에 꽃은 우리 대신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전령사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나뭇잎과 꽃잎은 우리를 정돈한다.


"이것이 생명의 순환. 우리 모두를 움직이지. 절망과 희망을 통해, 신념과 사랑을 통해, 우리가 있을 곳을 찾을 때까지. 감겨 있던 것이 풀리는 길 위에서... 그 순환 속, 생명의 순환 속에서... (It's the circle of life. And it moves us all. Through despair and hope, Through faith and love, Till we find our place. On the path unwinding. In the Circle, The Circle of Life.)" - 라이언킹 The Circle of Life 中에서 -


나무에 대해 다룬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덧없는 꽃의 삶>을 읽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라이온 킹의 <The Circle of Life> 처럼 따지고 보면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무는 곤충과 곰팡이와 함께 하고 있고, 또 나무는 다시 꽃과 인간, 동물들의 삶과 연결되고,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 나무와 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출근길에 직장에 도착할 때까지 만나는 나무들의 종류를 세어보면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무가 내 일상 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덧없는 꽃의 삶>은 15가지 꽃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매 장마다 각각의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서 남긴 감사의 글을 보면 그 일러스트는 저자의 남편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함께 가꾸고 그 경험들을 간직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며 저자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다소 아쉬었던 것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영국에서 책을 펴낸 작가이기 때문에 영국의 산과 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새로운 문화와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꽃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에세이가 나온다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길고 긴 나무의 삶> 만큼이나 경이로운 책이며, 나무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꽃의 삶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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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춘식 2020-10-1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이 눈길을 끄네요, 글은 천천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잭와일드 2020-10-19 12:58   좋아요 0 | URL
영국학자가 쓴 꽃에 대한에세이입니다.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