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종말 - 탐욕이 부른 국가 이기주의와 불신의 시대
스티븐 D. 킹 지음, 곽동훈 옮김 / 비즈니스맵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경제학도로서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의 절대우위 무역이론에 이어 리카르도가 그 유명한 비교우위론을 제기한 이래로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리카르드의 이론을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며 자유무역이 모든 국가에서 이익을 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제조업 공장이 인건비가 적은 해외로 이전하면서 전통적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 불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치세력이 급부상하였다. 세계화의 아웃사이더가 된 저학력 백인 노동자의 불만이 정치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한국과 유럽 등 자유무역으로 직접적 타격을 받은 노동 집약적 산업의 노동자와 농민의 피해는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자유무역을 지지했던 경제학자들도 이제는 세계화로 타격을 받는 계층이 바로 노동자이며, 이들의 저항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일정부분 수긍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화로 피해를 보는 약자를 지원하는 사회안전망과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상황하에서 경제학 전공자로서 세계화와 경제와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흥미로운 명제들을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이런 명제들이다. “세계화는 반드시 경제적 진보를 동반하는가? “, “과학기술은 세계화를 증진시키는가? 아니면 파괴하는가?”, “세계화의 혜택은 다수 대중이 아닌 소수 특권층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세계화에 대한 논란 중 대표적인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세계화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가속화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세계화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거론되던 80년대부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프랜스포메이션이 언급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왔으며, 이에 따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며 이러한 주장에 반박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요소는 분명하지만 다른 요소들을 압도하여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교한 기술적 인프라와 보급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산업혁명을 이끈 대영제국의 몰락 그리고 두 가지 버전의 세계화를 통해 냉전의 한 축을 구축했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등이 저자가 제시한 역사적 반증이다.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세계화를 결정 짓는 요인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를 형성하고 경제를 구성하며 각 지역과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사상과 제도의 발전과 쇠퇴도 있다는 것이다.

 

 

앞에선 잠깐 언급했지만 저자는 세계화와 국가간의 이해관계의 상충 문제도 제기한다. , 국가적 이익과 세계적 이익의 불일치에 대한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화는 성장을 가져왔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이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성장은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특정국가와 일부 소수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절대 다수의 이익을 배반하고 집합적인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기반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국가 연합이나 국가 공동체도 등장하고 있으나, 이에 반하는 라이벌 공동체의 등장과 역사와 영토분쟁 등으로의 내부분열 문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화도 국가적 이익과 세계적 이익의 간극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통화정책은 언제나 국내외의 승자와 패자를 남기고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적 이익과 세계적 이익의 상충 문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문제일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 당연한 권리와 의무인 사회복지,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등이 국경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화에서는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대부분의 산업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다가 198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피케티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세가지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세계화와 기술의 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의 차원, 둘째, 정부의 감세 정책과 노동조합의 약화와 같은 행위자 차원, 셋째, 정치 체제와 복지 체제 등 사회정치적 제도적 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구조, 행위자, 제도 등의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상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별 국가들은 그 동안 추진해왔던 세계화에 동참해야 할지, 아니면 보다 이기적 접근을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고,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