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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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현실이 드라마 보다 극적이다.

신문배달, 구두닦이, 외판원을 전전한 10대 소년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을 스승으로 여기며 주경야독 끝에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배움에 대한 끈을 이어나갔다. 그가 복싱을 시작한 계기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나의 문장 때문이었다.

 

 

 

 

 

 

 

그는 천부적 재능 보다는 타고난 성실함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복서였다. 세계챔피언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꿈을 가진 그에게 휴식은 사치였다. 82 11월 마침내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에 진출했고 그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14라운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이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이 물려준 가난 때문에 복싱을 시작했다고 자책하며 3개월 후 아들의 뒤를 따랐다. 경기의 주심도 선수가 위험한 상태에서 경기를 강행했다는 죄책감에 7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그의 2세에게 그가 지어준 이름은 지완(知完, 완전히 알다)이었다.

 

 

 

만약 주심이 선수의 몸상태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경기 운영에 대한 재량권을 더 발휘했더라면? 만약 선수보호를 위한 복싱규칙 개정이 경기 후 뒤늦게가 아닌 경기 전에 이루어졌더라면? 만약 프로모터가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신중하고 공정하게 시합을 주선했었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복싱은 현존 최고(最古)의 스포츠 경기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충실하게 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복싱을 싸움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복싱에는 규칙이 있고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이 있기 때문이다.

 

 

 

 

 

 

 

복싱이 오늘날의 대중 스포츠가 된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속에서 만들어진 문명화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체적 약자, 이유도 없이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자들에게 체급과 규칙은 최소한의 보호구였고, 링 위에 오르면 철저하게 혼자였던 선수들에게 심판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얻은 최고의 수확은 ‘대한민국 법원은 분쟁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의 답을 얻었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그들 자신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단순한 처벌뿐만이 아닌 치유의 영역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싱에서 주심의 역할은 진행 보조에 그치고 승패를 포함한 경기의 운영은 전적으로 복서의 실력과 전략, 전술에 달려 있듯이 결국 사회문제의 해결은 결국 시민들의 깨어있는 힘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권리 위에 잠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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