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켓맨 - 1988-2022 한국 우주로켓 개발 최전선의 이야기
조광래.고정환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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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세계 최초의 우주선이 발사되었고, 1969년에는 인류가 달에 첫 발자국을 새겼다. 다섯 살의 한 소년은 흑백 텔레비전을 통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후 우주는 소년의 평생 꿈이자 열정의 원천이 되었다. 소년은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가 되어 연설하던 때에도 우주에 대한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달에 놀이동산을 짓고, 우주호텔을 만들며, 지구와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등 우리의 연약한 행성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 끝에 그는 "여러분, 우주, 그 마지막 개척지에서 만납시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아마존의 창립자이자 블루 오리진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 이야기다.



"누리호 내부에 장착한 카메라 영상에 3단에서 밀려 나와 사뿐히 앞서가는 위성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성능검증위성 분리가 공지되자 모두가 환호했다. 그리고 70초 뒤 위성모사체 분리를 확인한 후 모두 함께 대한민국의 발사체 개발 성공을 축하했다. 누구는 눈물을 보이며 감격해하고, 누구는 주먹을 불끈 쥐며 격하게 축하하고, 누구는 동료를 안아주고 격려하면서 그렇게 누리호 2차 발사를 종료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설립한 지 33년 만에 마침내 대한민국이 우주발사체를 확보한 순간이었다." (p. 216)



<우리는 로켓맨> "1988-2022 한국 우주로켓 개발 최전선에서"라는 책의 부제처럼 맨땅에서 시작하여 대한민국을 자력 우주로켓을 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만들어 낸로켓맨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현재가 있기 까지의 고난과 역경, 좌절을 극복해 온 한국 우주 개발사를 정리한 최초의 책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창립 멤버이자 2014년 항우연 10대 원장을 지내면서 나로호 개발과 발사를 총괄한 조광래 연구원과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 총괄을 맡아 이끈 고정환 연구원은 한국 우주개발사를 만들어 온 주축이자 이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 한 산 증인으로서 이 책을 집필했다. 기초적인 과학로켓부터 나로호,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있었던 사건과 일화, 기술적 정보를 그동안 공개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 일목요연하게 담아낸 건 바로 이 두명의 저자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서 연구원들이 겪어야 했던 난관과 좌절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돛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처럼 인간은 모험하는 존재이다. 아니, 모험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모험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험을 떠나는 것과 머물러 식민지를 개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가는 것을 목표로 두는 사람은 있어도 정상에 정착해서 사는 것을 목표로 두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주가 거기 있고 우리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우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도달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면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는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공간이자, 동시에 가능성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34년의 우주발사체 개발 여정은성공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기술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일단 멈추면 퇴보하고 만다. 우리에겐 반드시 가야 할 누리호그다음이 있다. 더 넓고 더 먼 우주로 영토를 확장하려면 더 크고 더 힘센 차세대발사체가 필요하다. 물론그다음의 길에도 견디기 힘든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로켓맨에게 포기란 없다." (p. 219)



소년 때부터 품었던 우주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마스코트는 거북이다. 현시점에서 누가 자신만만한 토끼이고, 누가 비밀스럽고 느린 거북이인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거북이처럼 느린 것 같지만 중장기를 바라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인류의 오랜 꿈도 이루어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블루 오리진의 좌우명처럼 "한 걸음씩 맹렬하게" 꾸준히 걷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로켓맨>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역사를 확인한 것은 정말 큰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로켓맨들에게 응원과 존경을 담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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