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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현대 아동문학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 받는 안데르센은 사실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문학가였다. 『 미운오리새끼 』,『 인어공주 』, 『 성냥팔이소녀 』 등 빛나는 그의 동화들은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을 남겼고 작가이기 이전 연기자를 꿈꿨던 자신의 청년시절을 대변하듯 극작가로서도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이 자신이 아동문학가로만 인식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일화는 유명하다. 말년에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그의 모국 덴마크에 있는 안데르센의 동상들은 모두 오롯이 그 혼자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동화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하여 지은 산문문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본다면 동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인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아동문학가라는 평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도 동화의 의미를 좁게 보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 눈아이 』는 하얗고 깨끗한 눈처럼 순수한 동심을 가진 아이가 눈사람을 만나 우정을 쌓고, 피할수 없는 이별로 헤어짐을 경험하는 과정을 다룬 감동적인 동화다. 어린 시절 눈사람은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아빠, 엄마,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든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른이 된 우리는 이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눈사람은 그저 눈사람일 뿐이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건 어른의 시각이다. 눈사람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상식에 매몰되어 있는 어른에게 『 눈아이 』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기억, 동심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딸아이와 함께 읽을 책으로 우연히 『 눈아이 』를 선택했다. 하지만 『 눈아이 』는 너무나도 훌륭한 동화이지만,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로 남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측면이 있다.
동화의 재해석을 언급한 것은 비단 안데르센만이 아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친구 레옹 베르트를 위한 헌사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헌사를 통해 작가는 한때는 어린 아이였을 자신의 친구에게 이 책을 헌정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있다.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어린이였기 때문에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자신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자신의 책 『 어린 왕자 』를 헌정한 것이다. 『 눈아이 』는 시대를 거슬러 우리 곁에 있는 동화처럼 동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든 “어른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