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SF소설이 그리는 미래는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어쩌면 향후에 도달할지 모를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SF가 그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은 그 아득한 시간의 간극이 걷어내고 보면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언젠가 우리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누군가와, 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누군가와 공존하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저마다가 직면한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만이 남는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삶의 원형은 현재의 삶이나 미래의 삶이나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윈터가든 작가의 <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를 보면서 저마다 개별적 삶을 살면서도 타인과 또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 시대를 이루고, 그것이 되풀이되고 순환되는 과정을 거쳐 역사를 구성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동시대를 같이 호흡하면서도 온전히 현재를 살아내지 못하고 누군가는 과거의 한때에 머무르고, 또 누군가는 과거의 기억을 넘어 미래를 응시한다. 우리는 상실과 결핍, 몰이해라는 인간의 한계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한 조각의 진실과 삶의 의미를 구하려 애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테드창의 단편 <거대한 침묵>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앵무새들은 인류에게 “잘 있어. 사랑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지만 무심한 인류는 이마저도 인지하지 못한채 지성을 가진 또 다른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 광대한 우주를 향해 고정되어 있는 거대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편견과집착에 사로잡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거나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윈터가든 작가의 <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또 미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이 많은 엽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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