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육체만큼 중요하지 않아. 영혼은 영원해. 영혼을 사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육체는 시드는걸…” – 폴 베를렌느, 영화 토탈 이클립스 中에서 –
오메르타 작가의 <토탈 이클립스>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개기일식처럼 찰나의 순간 동안 두 명의 연인이 경험하는 생의 절정이자 마지막을 잘 묘사하고 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지수와 형사인 혜인은 체형과 발 사이즈, 성격까지 잘 맞는 천생연분 커플이다. 혜인은 형사지만 칼하트 같은 헤비 듀티 의류를 거부하고 지수의 슬랙스와 실크 블라우스를 탐내곤 하는 패션 피플이다. 연인 지수에게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하는 대사에 혜인의 캐릭터와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야,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들이 미친듯한 속도감으로 질주하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퓨리오사는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빡빡 민 머리와 검게 칠한 두 눈, 장애를 가졌지만 한쪽 팔 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퓨리오사는 새로운 형태의 여전사의 전형이다.
반면 퓨리오사를 연기했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아토믹 블론드>에서 새롭게 분한 로레인 브로튼은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격투술을 가진 스파이이다.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퓨리오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로레인 브로튼은 <아토믹 블론드>라는 영화제목처럼 금발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혜인이에게 물었다.
“자기야, 글쎄,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지.”
우리는 제일 예쁜 옷을 차려입고 옥상에 올라갔다. 날씨에 비해 터무니 없이 얇지만 무슨 상관인가.
원고지 51매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잘 형성된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을 차용하여 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탈 이클립스>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상의 종말 속에서 두 연인이 그들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세상의 끝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등장인물의 귀엽고 통통 튀는 성격과 두 연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는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든다. 세상의 종말과 연인의 마지막을 다루는 소설의 엔딩부분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길…로레인 브로튼과 그녀의 매니저(?)이자 연인인 지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