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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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가 밝힌 창비세계문학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독자들이 창비의 세계문학을 통해 다른 시공간에서 우리와 닮은 삶을만나고, 가보지 못한 길을 걸으며, 그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찾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젊은이와 청소년들이 문학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기쁨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획의도를 감안하면 창비가 세계문학 시리즈의 첫 시작을 여는 책으로 왜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괴테의 초기 명작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지만 사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독일어 발음과 동떨어진 베르테르라는 잘못된 표기가 계속해서 통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고전으로서 앞으로도 한국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힐 것이 분명한 이 작품을 위해 창비는 새롭게 해석한 번역판을 내놓으며 관습에서 탈피하여 독일어 원어의 발음에 가까운 베르터로 바로잡았다.

 

한국에서는 주인공 이름의 표기를 둘러싸고 약간의 혼동이 존재하긴 하지만 모든 청년들은 베르터처럼 사랑하기를 원했고, 모든 처녀들은 로테처럼 사랑받기를 원했다.”는 저자 괴테의 말처럼 소설이 탄생한지 2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설의 주인공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절대적 사랑을 갈망하는 순수한 영혼과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로서, 또 사회모순을 직시하는 예리한 지성의 소유자로서 청년들의 영원한 상징으로서 남아 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괴테가 25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로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소설은 편지글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내밀한 생각과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남자의 순수성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데서 오는 절망과 상실감,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에서 오는 모멸감을 감수하는 모습들은 베르터를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며, 독자들이 베르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베르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노란색 조끼와 푸른 연미복을 입고 있다. 괴테는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정치가였지만 빛과 색채를 연구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저술한 <색채론>에서 색의 근원을 노랑과 파랑 두가지로규정하고 있다. 노랑은 가장 빛에 가까운 색이고 파랑은 가장 어두운 색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 색의 조화는 빛과 그림자, 힘과 나약함, 포용과 분리를 상징하며 두 가지 색의 공존 자체가 역동적인 의미를 생성하는 근원이라는 의미에서다.

 

삶의 아포리즘을 내포한 여타의 고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살아가면서 이러한 괴테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을 많이 맞이했던 것 같다. 베르터의 열정적 사랑이 금빛 물결이 되어 흘러가다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여 저 푸른 심연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삶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이러한 삶의 거대한 순환 속에서 어둠을 빛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베르터의 고백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랑, 이러한 충직함, 이러한 정열은 결코 문학으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랑은 우리가 교양이 없고 거칠다고 일컫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 그 반면 교양이 있다는 우리 같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구일 뿐이다!” (p. 134)

 

베르터는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으니, 유일하게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 마음뿐"이라 말한다. 로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의 열정과 진심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베르테르의 순수함과 진정성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유념해야할 진리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청춘의 고전으로서 빛을 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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