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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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 (accumulation of every single mo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세계관의 형성과정에서 개인은 집단, 조직, 국가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며, 이 같은 경험들은 개인의 잠재의식 속에 어떠한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추후에 재생,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 (記憶, Memory)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 (Retrospective Memory)은 마치 동식물이 퇴적, 암석화의 과정을 거쳐 화석이 되듯이 사건의 잔상과 흔적, 진실의 파편 속에서 원형만이 살아남아 개인의 의식 속에 퇴적되고 암석화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되고 재구성하느냐 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 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 (His own Historian)라고 할 수 있다.

 

역사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간의 동시다발적인 삶의 교차와 수렴이 일어나는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사라지고 소멸된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개별 주체들의 삶과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며, 이를 서술하고 평가함으로서 역사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다.

 

“내가 만난 것은 물론 개개인의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들의 총화에서 또 하나의 만남을 얻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와의 만남, 역사와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P. 25 -

 

기억과 역사는 모두 과거를 현재화하는 수단이지만 역사가 객관성, 합리성, 실증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억은 주관적, 직관적, 감성적이라는 면에서 그 차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그 성격으로 인해 과거 사건에 대해 ‘가능한 유일한 것’을 지향한다. 하지만 기억은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에 근거하지만 오히려 ‘열린 행위’라는 성격으로 인해 역사가 추구하는 진리와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과 역사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서 동시에 활용되어야 한다. 기억은 역사의 외연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를 검증하고 역사를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불멸을 꿈꿀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삶 속에서 고동치는 존재이자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관계와 소통, 연대를 통해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역사는 끊임없이 평가되어야 하는 대상이고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은 다시 ‘기억’으로 회귀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재검증해야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냇물은 우리에게 묻는다. 빛을 반짝이며 흘러가는 물결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 유년의 기억과 현실의 존재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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