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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1 - 6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평점 :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제6부 시월의 말 (The October Horse)은 그 이름이 유래한 전차경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시월의 말은 매년 10월에 열린 전차경주의 우승마이자 동시에 신에 대한 제사의식으로 제물로 바쳐진 말을 의미하며, 전차경주는 공화정 로마의 세르비우스 성벽 바깥에 펼쳐진 마르스 평원의 초록빛 풀밭에서 개최되었다. 전차경주에서 그 해 최고의 군마들은 두 필씩 전차에 매여 무서운 속도로 경주장을 달렸고, 이긴 전차의 오른쪽 말 (가장 강하고 빠른 말)이 시월의 말이 되어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제물로 바쳐졌다. 작가 콜린 매컬로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기억 못할 만큼 까마득히 오래된 이 의식에서, 로마가 가진 단연 최고의 것은 로마를 지배하는 한 쌍의 동력인 전쟁과 영토에 제물로 바쳐졌음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바로 이 쌍둥이 동력에서 로마의 힘, 로마의 번영, 로마의 영원한 영광이 비롯되었으며, 따라서 시월의 말의 죽음은 과거에의 애도이자 미래에의 전망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나는 시월의 말을 보며 로마를 지배하는 한 쌍의 동력이 아닌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 인물은 바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카이사르에 대한 평가는 공화정권의 파괴자, 또는 반대로 제정의 초석을 굳힌 인물 등 현재까지 일관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인물에 대한 평가의 범위도 정치인으로서, 장군으로서, <갈리아 전기>와 <내란기>등을 남긴 문인으로서, 그의 인간적 매력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의 향방은 논외로 하더라도 비단 로마뿐만 아니라 서양사 전체에서도 카이사르라는 한 명의 인물이 가진 영향력은 그 어떤 인물과 비교했을 때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더더군다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6부 시월의 말은 카이사르의 최후와 그와 함께 몰락하는 공화정 로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시월의 말에서 카이사르를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7부까지 예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이사르의 최후가 담긴 6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 콜린 매컬로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6부까지로 생각했고, 7부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른 외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대하 장편소설 <대망>을 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전국시대 3대 명장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 냉철한 판단력과 유연한 사고,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지녔던 오다 노부나가의 최후를 보고나서 그 다음의 독서를 이어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제6부 시월의 말은 카이사르의 이집트 원정과 저 유명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등장하는 소아시아 정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3권에서 전개될 잔혹하고 비참한 카이사르의 최후와 그 이후의 로마 공화정의 몰락이 어떻게 묘사될지 정말 기대된다.
"베니, 비디, 비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을 모토로 삼을까 생각 중이네. 이 말에 들어맞는 상황이 걸핏하면 생기는데다 간명한 표현이기까지 하니 말이지." (제1권 p. 383)
승리의 아픔이란 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 것이다. (제1권 p. 5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