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킹 소사이어티 - 록음악으로 듣는, ‘나’를 위한 사회학이야기
장현정 지음 / 호밀밭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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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밴드 출신의 사회학자라는 재미난 이력을 가진 저자는 <록킹 소사이어티>에서 존레논, 핑크 플로이드, 라디오헤드부터 신중현, 들국화, 김민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한 음악들을 통해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은 과학적 합리성, 시민혁명으로 이룩한 국민국가, 산업혁명을 통해 자리를 잡은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거대한 사회적 변화로 탄생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이해를 위해 탄생한 학문이다. 이는 중세, 근대, 현대를 거치며 발전해온 인간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회적 진화는 불합리와 차별, 낙후된 현실에서 출발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대적 통념을 무너뜨리기 위한 용기 있는 도전은 자유, 저항, 도전을 노래하는 락음악과 닮아 있다.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현대 한국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상징하는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은 신자유주의이다. 세월호는 우연히 발생한 해양사고가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예견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한 증축과 개축, 과적과 평형대 부족이 그렇고, 선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안전을 담보하고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이 구조적 유착으로 탈규제에 이르게 된 정황이 그렇다. 세월호는 국가와 사회의 부재 속에 약육강식의 원초적 본능과 무질서만큼 존재하는 정글에서 잉태되었다. 이는 원자화된 개인의 처절한 몸부림만 남아있는 2000년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핑크 플로이드는 빛나는 달의 앞면이 아닌 어두운 뒷면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주목하였다. 이는 인간 이성에 기반한 합리성이 종종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그리고 사회 구조적 차원의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축소, 왜곡시키는 근대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밥딜런의 통찰처럼 과학과 삶의 논리는 다르다. "삶은 과학처럼 논리정연하고 각이 잡힌 네모의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여기저기 부딪치면서도 끊임없이 구르는 돌멩이 (rolling stone)처럼 둥근 형태에 가깝다." (p.59) 저자의 주장처럼 과학으로 대표되는 실증주의는 현대인의 나약함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이는 비록 선명하지 않더라도 전체로서 사회를 조망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눈앞에서 통제 가능한 미시적 개별 요소만 신경 쓰겠다는 허무주의적 선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란 좁은 틀을 넘어 인간의 삶 자체로 보면, 칼 폴라니의 말처럼 진정한 진리는 만유인력 법칙이 아니라, 오히려 중력에도 불구하고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는 것이 될 수 있다.

락키드 출신답게 이 책에 대한 서평도 음악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책에서 차세대 영국록의 선두주자로 저자가 소개한 밴드 콜드플레이 (Cold Play)의 노래 'Yellow'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별들을 . 위해 얼마나 반짝이는지.

  너의 모든 행동은 전부 노란 빛이었어."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And everything you do. Yeah, they were all yellow."

 

콜드플레이는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내한공연을 하였고, 그 날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공연에서 'Yellow'를 열창하던 밴드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갑자기 노래를 멈추고 관객들에게 오늘이 세월호 3주기임을 상기시키며 희생자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보내는 의미에서 10초간 묵념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들이 관객과 함께 만들어낸 정적과 어둠을 밝힌 노란 불빛의 향연은 상처 받은 이들에게 전하는 우리의 진심이었다.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개인의 우울 및 권태와 함께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두 바퀴였다. 따라서 오늘날은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인 시대다. (p.183)

2016 10월 광화문을 밝힌 촛불은 17 4월까지 이어졌고, 촛불은 전국 150여개 시군으로, 전세계 31개국 71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1,700만여개의 빛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며 찬란하게 빛났다. 독일의 공익정치 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 국민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특정 국가의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최초의 사례였다. 재단은 민주적 참여권의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 사회에 절망하지 않고 신뢰하고 연대하며 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비록 사소하고 미약한 성공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사람' ''이 빛나는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은 그러한 곳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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