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 크리에이터 선바의 거침없는 현생 만담
선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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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꿈과 장래희망에 관한 것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묻는 건 상당히 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이 질문이 담고 있는 의미는 '너는 도화지와 같아서 어떤 그림으로든 완성될 수 있단다. 너의 무한한 가능성을 맘껏 펼쳐보렴'에서 "이제는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지 정해야 하지 않겠니?"로 바뀌어 간다.


“너 그렇게 게임만 하다 뭐가 될래?

“음... 구독자 50만 유투버요?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의 저자인 선바는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투버 (2019 8월 기준)이자 트위치 스트리머이다. 어린시절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있던 아이는 마침내 소원을 이뤘고, 소원을 이룬 소감으로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심오한 철학 대신 “소원을 빌때는 신중해지자”는 유머가 담긴 조크를 건낸다. 단 한번 주어지는 삶이지만 우리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들이 정해놓은 진로와 목표를 향해 걷는다. 마치 제도권 내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성공이라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저자 선바는 인생이 적성에 안 맞아도, 사는게 답이 없어도 우리는 즐거워질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긴 하지만 전문적 에세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 선바의 생각이 담긴 짧은 글들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인생’에 대해서는 “인생은 한권의 전공서적, 암만 봐도 모르겠어요.”로, ‘내가 직접 체험해본 다음 진심으로 해보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돈? 명예? 그거 다 부질 없더라구요. 인생은 그런걸로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로 저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식이다.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인기와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 유투버가 펴낸 가벼운 책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책의 표지와 마케팅 문구로 사용된 ‘희망으로 2행시’는 이러한 생각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희희

: 망했다. 훌훌 털고 다른 걸 해보자.


책의 표지에서 본 ‘희망으로 2행시’는 저자의 유투버라는 직업과 20대의 나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저자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보다는 복잡한 걸 싫어하고 재미를 추구하면서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90년대생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았다. 이러한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는 책을 읽고 저자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었다. 또한 일견 가볍게 보일 수 있는 ‘희망으로 2행시’에 담긴 저자 선바의 희망에 대한 철학에도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희망이란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나 자신이 향상되고 성장한다는 의미로 인식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의미 보다는 내가 뭔가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의미의 희망이 나에게는 더 밝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p. 44)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책의 제목에서부터 밝히고 있듯이 저자도 인생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저자는 보편적인 인생에 대한 답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해답 또한 가지고 있지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서 답이 없는 인생이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과 원칙 등 삶의 방향을 명확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선바는 삶의 방향을 설정해 놓으면 가는 길에 넘어지고 굴러떨어져도 적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답이 없어도 질문이 있다면 인생이라는 험난한 항해에서 방향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어쩌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삶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를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으로 유투버 등의 크리에이터가 높은 순위로 언급되는 설문조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1인 크리에이터인 저자가 자신처럼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남기는 조언은 무엇일까?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성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 조회수와 유행 보단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보는것을 추천한다. (p. 138)


이러한 조언은 삶의 원칙과 방향을 중요시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자세와 “쓸모 있는 일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쓸모 없는 일도 없다. (p. 103)는 인생에 대한 철학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책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공연도 좋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그 웅성웅성한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한 기쁨을 앞두고 있는 불완전한 시간이 자아내는 공연장 특유의 분위기가 오히려 공연 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은 나도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잠시 후 있을 공연의 셋리스트를 상상하면서, 언제 다시 있을지 모를 이 공연, 바로 이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건 분명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번에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를 읽으며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책에서 인생에 답은 없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남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도 삶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밝고 따뜻한 긍정의 에너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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