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세계사 - 등대는 바다를 건너서, 시간을 건너서 온다
주강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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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는 언제부터 어두운 바다를 비추며 인류와 함께해온 것일까? 이는 아마 항해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할 것이다. 등대는 낮과 밤, 지형지물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바다와 육지에서의 활동반경을 넓히기 위한 인류의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다. 등대는 등대의 세계사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또, ‘해양문명의 아이콘이라는 헌사처럼 문명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기원전 280년 파로스섬에 세워진 등대는 고대의 랜드마크였다. 오늘날의 4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120미터가 넘는 거대 건축물 파로스 등대는 현재까지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회자되며 등대의 상징이 되었다. 등대를 의미하는 라이트하우스 (lighthouse)는 후대의 영어식 표현일 뿐 지금도 이베리아반도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등대를 파로스로 지칭하고 있다. 도시국가와 항구의 형성, 대항해시대의 전개와 함께 등대는 진화해왔다. 영국의 에디스톤 등대는 시멘트 공법을 적용하며 근대의 시작을 알렸고, 프랑스의 프레넬은 당대 광학기술의 집약체인 프레넬 렌즈를 발명하여 등대의 광달거리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킴으로서 항해 역사의 신기원을 이루어내었다.

 

근대 이후의 제국주의 시대는 등대의 시대이기도 했다. 국민국가와 제국주의의 확산은 인류 최대 규모의 이민과 식민을 낳았고, 등대 역시 이러한 역사적 흐름과 맞물려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구 편향적인 시각으로서 해양 문명과 등대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구 중심의 해양사에 가려져 소외되어 있던 동양의 항로표지 기술을 해양환경을 개척하기 위한 동아시아 문화권 특유의 고민의 산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중국의 불탑과 일본의 석등, 한국의 제주도 도대불 등은 전통적 등대의 귀중한 예다.

 

등대의 존재 목적과 형태는 지난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변하고 인류문화가 변하여도 인류가 항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배가 들어오는 뱃길의 노선은 변함없이 존재하고, 등대는 칠흑 같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을 위해 밤새 빛을 비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등대의 효용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선의 등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범선과 뛰어난 신체능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나이가 들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스파이처럼 현대의 첨단 항로기술 앞에서 등대는 바닷가의 낭만과 추억으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멀어져가게 되는 것일까?

 

<등대의 세계사>의 저자 주강현은 등대는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서 자랑스러운 우리의 과거이자 우리의 현재를 있게 한 또 하나의 영웅이라고, 인류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최신형 네비게이션이 탑재된 자동차를 타고 있다고 해서 도로와 신호 시스템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듯이 전통적인 항로표지로서 등대는 아직도 묵묵히 인류의 앞길을 비추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등대는 광파와 형상표지 방식뿐만 아니라 음파와 전파를 이용한 표지로 진화하여 여전히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빛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우리가 등대를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인류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육지의 한계를 넘어 해양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그 모든 과정에서 등대는 숨은 조력자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등대의 역할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인간문명을 밝혀온 또 앞으로도 밝혀갈 등대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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