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말고 커피
데이브 에거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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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이라는 국가가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무엇일까? 급성장하는 알카에다와 IS의 세포조직들, 또 그러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드론 공격이 이루어지고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는 곳? 현재의 예멘에서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행복한 나라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본서 <전쟁 말고 커피>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쟁커피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공존이었다.

    

역사적으로 예멘은 오스만 튀르크에서부터 영국에 이르기까지 외부 세력에게 침공당하여 식민 지배를 받아왔고,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을 때는 늘 민족적, 지역적 분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예멘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아랍어 와 알라이쿰 아살람이 어울리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자와 마찬가지로 예멘이 500여년 전 야생 커피를 최초로 경작해 커피의 대량 생산과 체계적인 유통이 가능하게 한 커피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접하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커피가 아라비아에서 탄생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커피에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라는 두 가지 품종이 있다. 그중 맛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간주되는 품종은 아라비카이며, 이 커피가 아라비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원산지가 아라비아, 구체적으로는 로마 사람들이 아라비아 펠릭스’, 행복한 아라비아라고 부르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바로 예멘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커피콩을 처음으로 음료 형태로 우려낸 곳이 예멘 해안의 항구도시인 모카였다고 한다.” (p. 97)

 

우리가 지금 커피라고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커피콩을 처음으로 우려낸 사람은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 (우리에게 익숙한 모카커피의 유래가 된 곳이다)에 살던 수피교도 성직자 알리 이븐 오마르 알샤딜리였다고 한다. 당시 이 음료의 이름은 카화라고 불렸지만, 튀르크족이 카화르리 카흐베로 바꾸었고, 이것이 다른 언어들에서는 커피라고 불리게 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묘목을 훔쳐가 자바에 심었고, 그걸 프랑스에 넘겨주었으며, 프랑스인들이 커피를 마르티니크에 심었고, 포르트갈 사람들이 다시 프랑스 사람들에게서 밀반출해 브라질에 심었다고. 그래서 이제는 700억 달러 규모의 커피 시장이 생겼고, 모두가 커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멘인들, 애초에 이 사업을 시작한 예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p. 214)

 

커피를 처음으로 경작하고 체계적으로 유통하기 시작한 곳은 예멘인데, 최근 몇십년 동안 예멘은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지는 못했다. 커피의 수출량은 무시해도 될 정도이고 예멘 커피의 품질은 대단히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1,800년 중반에 예멘은 일 년에 75,000톤의 커피를 수출했지만, 21세기에 생산한 커피는 고작 11,000톤이었고 그중 4%만이 명품 품질을 유지했다.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하지 못한 교역조건도 걸림돌이었다. 커피를 재배하는 산악지역은 그 지역 토착 부족과 민병대의 비공식적 지배를 받고 있어 안전한 무역을 불가능하게 했다. 또한, 커피와 비슷한 기후에서 자라지만 당시 훨씬 더 많은 이윤이 냈던 카트의 존재도 예멘이 커피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주인공 목타르 알칸샬리는 미국의 예멘계 이민 2세대인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 살고 있는 흙수저 사업가다. 책의 저자 데이브 에거스는 커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람 받는 상품이 되기 까지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젊은 흙수저 사업가의 개인 역사를 매력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전쟁 말고 커피>는 목타르 알칸걀리가 목격하고 체험한 사건들을 담은 논픽션이다. 이를 위해 저자 데이브 에거스는 사전조사를 하면서 목타르와 거의 삼년에 걸쳐 수백시간의 인터뷰를 했다.

 

커피가 인도와 유럽으로 퍼져나가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정작 커피의 기원지인 아랍은 이 성공신화에서 소외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을 때부터 주인공 목타르는 커피사업에 주목하게 된다. 지나간 역사를 안타까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커피 종주국으로서 예멘을 부활시키고자 한 목타르의 기업가 정신이 돋보였다.

 

기계를 위한 연료가 휘발유라면 사람을 위한 연료는 커피가 아닐까 할 정도로 커피는 경기를 타지 않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목타르는 불순물이 많고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고 알려져 있는 예멘 커피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으로 교역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목타르는 사업계획서에 비전과 미션을 명시한다.

 

비전 : 커피 품질과 삶의 질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지식과 도구를 예멘의 커피 농부들에게 제공한다.” (p. 143)

 

미션 : 예멘에 경제적으로 생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높은 윤리적 기준과 사회의식을 갖춘 사업 관행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커피의 품질, 일관성, 생산량을 향상시켜 재배자들과 생산자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커피 회사를 만든다.” (p. 144)

 

목타르는 수확과 건조, 저장, 운송을 잘 해내기만 하면 커피 종주국으로서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 예멘의 전설, 모카의 수도승 (The Monk of Mokha)이 부활할 수 있다고... 목타르의 성공에는 주위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너희 부모님이 너희를 여기 데려오신 건 너희들에게만큼은 선택지가 있기를 바라셨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희가 그 선택지를 날려버리고 있어. 어른이 됐을 때 뭔가 다른 걸 하고 싶다면 정신 차려야 해.” (p. 49) 라고 이민자 출신의 목타르를 일깨워 준 갓산 투칸의 현명한 조언과 길 건너편에 예멘 사람이 커다란 잔으로 커피를 마시는 동상이 있어. 무슨 의미가 있는 게 틀림없어. 어쩌면 그게 네 길일지도 몰라.” (p. 93)라고 격려하며 목타르가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 미리엄의 따뜻한 조언이 인상 깊었다. 실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약속하지 말거라. 실천할 자금이 생길 때까지도 약속하지 말고.” (p. 210) 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은 목타르의 사업가적인 기질을 만들어준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201669, 드디어 목타르의 모카항 커피회사의 커피가 미국 전역의 블루보틀 매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되었다. 블루보틀에서 팔았던 커피 중 가장 비쌌다. 목타르 어머니의 레시피에 따라 만든 카르다몸 쿠키까지 곁들여 시키면 한잔에 16달러였다. 20172<커피 리뷰>는 목타르의 모카항 커피회사의 커피에 97점을 주었다. 21<커피 리뷰>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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