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뭐라고 - ‘그깟 공놀이’일 수 없는, 1년 열두 달 즐기는 야구 이야기
김양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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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처음으로 삼성라이온즈 어린이팬클럽에 가입했을때부터? 테니스공으로 반대항 야구를 하다가 어두워지면 헐크 이만수의 홈런을 기다리던 그 시절부터? 아니면, 차바퀴 밑에 깔리도록 글러브를 놓아두는게 글러브를 길들이는 최선의 방법이라 굳게 믿었던 그 시절부터? (이 방법은 책에서 저자가 글러브를 길들이는 아마추어적인 방법으로 언급하고 있다, 57쪽)

 

그 시작은 확실하지 않아도 돌이켜보면 야구는 항상 내 삶과 함께였다. 출범 당시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한국프로야구는 내 삶 속에서 ''이었고, '정열'이었으며, '여가'였다. 어린 시절 야구는 내게 우정의 상징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안식처이자 탈출구였다. 사회에 나가면서는 때로는 기쁨이었고, 때로는 위안이었다. 마치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야구가 있었다.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You can't measure heart with a radar gun.) 

 

메이저리그 통산 4,413이닝과 30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톰 글래빈이 남긴 유명한 야구명언이다. 또한 이는 연애시절 같이 야구를 보곤 했던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하면서 인용한 문구이기도 하다. 물론 톰 글래빈처럼 야구를 향한 열정에 대한 어필은 아니었고, 앞으로 함께 할 삶에서도 열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소 닭살성 멘트를 하기 위해 위대한 야구명언을 희생시켰던것 같다. 이렇게 삶속에 야구가 체화된 내가 본 도서 <야구가 뭐라고>를 만나게 된 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야구가 뭐라고>의 저자 김양희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야구전문기자다. 저자는 20여 년간 야구를 취재하면서 쌓은 인맥과 내공을 바탕으로 야구라는 재미있는 스포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야구안내서인 본 책 <야구가 뭐라고>를 저술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야구의 시즌 준비기간인 1~3월부터 4~7월의 정규시즌, 8~10월의 포스트 시즌, 시즌종료후의 11~12월에 이르기까지 야구의 한 시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1년이라는 사이클 전체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즌뿐만 아니라 시즌 전후의 이야기까지 다루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 감독, 심판, 트레이너, 매니저, 프론트 등 야구의 한 시즌이 존재하기 위해 기여하는 관련된 이해관계들의 다양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것도 여타의 야구안내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저자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벌어지는 이색훈련과 유명선수들의 이색 건강관리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왼손잡이 포수가 없는 이유와 슬라이더가 왜 위력적인 구종인지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시즌 오프 후 스토브리그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비화와 FA 계약의 내막, 선수들의 비자금과 재테크 등까지 다루고 있다. 심지어 심판의 가방 속까지 들여다본다. 야구를 보면서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프로야구 심판의 가방 속에는 진통제, 파스, 프로폴리스, 손톱깍이 등이 들어 있었다. 놀랐던건 심판실의 꽁꽁 얼린 캔커피의 용도이다. 얼린 캔커피의 용도는 무엇일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보고 확인하시길...

 

 

 

 

책은 비단 한국프로야구만이 아닌 메이저리그의 선수, 백넘버, 팀명, 구장에 얽힌 비화 그리고 야구의 룰과 상식, 역사에 대해서도 다룬다.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야구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삼진과 볼넷, 투수와 타자 사이의 거리 등 현대의 야구규칙이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18.44m라는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는 처음부터 이 거리가 아니었다. 1881년 이전에는 13.71m였고, 1890년에는 15.24m 였으며, 지금 거리는 1893년에 정해졌다. 또한, 볼넷도 처음에는 볼이 9개가 되어야 타격 행위 없이 1루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가 1880 8, 1884 6개였고, 현재와 같이 볼넷이 된 건 1889년부터였다. 심지어 스트라이크 아웃도 1874년에는 스트라이크가 4개가 필요했다. 이른바 삼진이 아닌 사진아웃인 셈이다. 사진아웃이 삼진아웃이 된 건 1888년부터 라고 한다. 이 밖에도 지명타자 제도의 도입, 경기당 선수 교체수의 변화, 타자들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시기 등 야구를 보면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 기쁨이 쏠쏠했다.

 

자칭타칭 야구덕후 출신으로 야구 베테랑 기자가 되어 덕업일치까지 이룬 저자는 "야구는 내게 스며들었고, 어느 순간 삶의 일부분이 됐다." (10) 고 고백한다. 누군가에겐 '그깟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깟 공놀이'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네 사는 모습이 야구와 비슷해서 아닐까? 우리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라는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반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얼마 되지 않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야구의 모습이 우리 인생의 축소판과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야구팬뿐만 아니라 이제 막 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야구는 9회말 투아웃 부터라는 야구 격언처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너스로 책에 등장하는 한국 프로야구 마니아임을 인증 퀴즈를 소개한다. (114쪽)

문제 : 다음은 누구의 별명일까?

우리차 로맥아더 금강불괴 람보르미니 유희왕 눕동 딸기 동미니칸 백쇼 니느님 왕거지 희나리 무한준 박동원 마그넷정

10명 이상 맞혔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저자가 인정하는 프로야구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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