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 - 임지수의 정원생활
임지수 지음 / 터치아트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이른 새벽, 지방출장을 위해 저자는 감은 머리를 미처 말리지도 못한 채 서둘러 광주행 KTX에 오른다. 달리는 기차의 차창 너머로 바라본 작은 오두막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저자가 도시의 삶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제2의 인생을 꿈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산속 오두막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무엇을 더 가진 것이 아니라, 소박한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날 기차 안에서 깨달았다. '그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데, 나는 그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만 있구나.' (21)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고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지만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추구하는 방식과 지향점, 행복한 삶의 구체적 실천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행복을 찾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로 떠나지만 진정한 행복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재에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기업의 비전처럼 먼 훗날의 미래에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지만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장미빛 제2의 인생을 그리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어쩌면 나는 야구를 보다가 타자가 친 타구의 아름다운 포물선을 바라보며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경기 중 상대방의 귀를 깨문 타이슨의 권투시합을 보며 소설가로의 진로를 결정한 박민규처럼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제2의 인생을 결정한 에피소드는 소박한 삶을 받아들이며, 행복을 위해 다가서려는 시도와 용기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라는 책의 제목도 마음을 울렸다. 몇 년 전 세상에 나온 딸 아이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기쁨을 주었다. 새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부모가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우리 부부는 새로운 식구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였고, 온 가족과 친척, 지인들도 딸의 출생을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초보 부모로서 정신 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무심코 본 아내의 SNS 배경화면에 결려 있던 문구는 아직까지도 내게 인상 깊게 남아있다.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버린 걸까
?
엄마는 엄마가 된 엄마가 마음에 들까
?
아니면 엄마가 되지 않았을 엄마를 꿈꿀까?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그 때의 아내는 자식이기만 했던 자신이 엄마의 입장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엄마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을 느꼈던 것 아니었을까?

 

현실 속에도 이상향은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이상향은 유토피아처럼 현실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이거나 천국처럼 죽어서나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현실의 삶에서는 거의 달성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인간의 의지의 유무를 기준으로 유토피아형과 아르카디아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유토피아형은 토마스 모어의 구상처럼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를 의미한다. 유토피아형에는 태양의 도시캄파넬라’, 플라톤의폴리테이아’, 베이컨의노바 아틀란티스등을 들 수 있다. 아르카디아형은 산과, , 초원에서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을 의미한다. 아르카디아형에는 인류 최초의 고향에덴동산’, 요정들의 낙원아발론’, 축복 받은 이들이 사는 땅엘리시움등을 들 수 있다. 동양에서는요순시대무릉도원이 두가지 유형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을 반전시켜주고,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 같지만 잡힐듯 잡히지 않는 꿈과 같은 것행복해지길 원하는 그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을 위한 작지만 단단한 첫 시작을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로 열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자신만의 아르카디아를 구축한 저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