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러시아
시베리카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러시아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맛있는 러시아>의 저자 시베리카코는 일본여성으로 러시아인 남편과 결혼했다. 일본으로 유학 온 남편에게 길안내를 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케이스다. 결혼 후 남편과 일본에서 생활하던 중 "1년만 러시아에서 살아보면 좋을 것 같지 않아?"라는 남편의 뜬금 없는 제안에 의해 저자의 러시아 생활은 시작되었다.

 

러시아 남편을 두고 있는 저자에게도 러시아는 어둡고, 춥고, 무서운 '공포 이미지'가 강했다. 남편이 러시아 생활에 대해 제안을 하고 유학비용 전액부담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 등 당근을 던져도 저자가 완강하게 거부한 이유이다. 이런 이미지는 한국의 독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영화나 미드를 통해 접한 러시아는 핵, 스파이, 킬러 등 범죄 조직의 악당 이미지와 도수 높은 보드카를 마시는 마초 이미지가 강했다. 따라서, '미술관도 가고 피자, 파스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생활에 대한 제안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귀여운 푸념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공감이 됐다.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본다는 측면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정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 음식은 멕시코나 이탈리아음식처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지 않은 생소한 요리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된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일본인인 아내를 위해 남편은 쌀을 사오지만 저자 리카코는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진정한 식도락 생활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자 시베리카코는 이렇게 시작된 1년간의 러시아 생활에서 겪은 일들을 만화 에세이 형태로 <맛있는 러시아>에 담아내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음식을 매개로 진행이 되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음식에 대한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료부터 자세한 레시피, 음식과 얽힌 러시아 문화, 저자의 체험, 간단한 생활 러시아어까지 잘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국민 스프 '보르시'를 소개할 때는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하며 체험한 채소와 고기를 파는  러시아 마트의 방식과 구입시 흥정을 위한 생활 러시아어, 저자만의 독특한 레시피와 다양한 변형까지 보여주고 있다. 만화형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만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를 정리된 레시피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지만 어려운 경우 한국에서도 공수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여 만드는 방법도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책에는 다양한 러시아 음식이 소개되어 있다. 하이라이스와 비슷한 '비프 스트로가노프', 잘게 자른 감자와 당근, 햄 등을 마요네즈로 버무린 '올리비에 샐러드', 러시아식 팬케이크 '블리니', 러시아식 꼬치구이 '샤슬릭' 등의 요리는 물론 '홍차 버섯''크바스'등의 마시는 음료와 '메도빅''러시아 흑빵' 등의 디저트도 나온다.

 

아쉬웠던 것은 러시아식 만두 '펠메니'에 대한 내용이 적었다는 점이다. 교자랑 샤오롱바오와 비슷한 맛이라는 간략한 평만 나와 있어 만두를 좋아하는 내게는 다른 음식처럼 자세한 레시피와 다양한 변형요리에 대해 소개가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책에 대해 평을 하자면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러시아의 이미지 때문에 "무섭다"로 시작했다면, 저자와 남편P씨의 아기자기한 음식소개로 인해 "맛있다"로 끝난 즐거운 한편의 코믹 에세이였다. 러시아 문화와 음식이 궁금한 분들에게, 또 러시아를 춥고 어두운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에게도 소개할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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