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Never Too Old to Rock and Roll!! (락앤롤을 하기에 결코 늙지 않았다!!)
 
영화 '로큰롤 인생'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노인 밴드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평균나이 81세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엔 다소 많은 나이의 노인들이마음은 청춘이라는 이름의 밴드에 모여 가사를 까먹고 박자를 놓치면서도 세계적인 락밴드의 곡을 열정적으로 부르는 모습은 당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슷한 평균연령과 합창단 출신이라는 이력 그리고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현재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메르타 할머니 일행은영앳하트밴드의 멤버를 연상시킨다. ‘영앳하트밴드에 메르타 할머니와 같은 리더가 있었다면 그들도 소설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

 


전 시리즈에서 은행과 박물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까지 털었던 메르타 할머니 일행은은행 터는 일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메르타 할머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에서는 쓰레기 수거차와 진공 파이프를 이용한 통쾌한 은행털이극으로 그 포문을 열고 있다. 우리가 메르타 할머니 일행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미 은퇴할 나이를 넘어선 노인들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에 살고있는 노인들이 그들이 직면한 각종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비꼬고 저항하면서 정치와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잘 모른다는 이유로 사회의 부정과 비리에 눈감지 말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
 

 


또한 그들은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한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돈은 모두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지만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33) 는 메르타 할머니의 말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메르타 일행은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작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빈티지빌이나환희마을’, ‘회색 표범들이 사는 동굴로 이름을 붙인 그곳은 노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면서 남은 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르타 할머니는 그 곳을 만드는 일을 연인과의 결혼 보다도 우선순위로 두고,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지만 원칙을 세워 일정 수준의 선을 지키고 있다. 범죄의 대상을 부패한 자본가로 정하는 것,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 도주시 길거리에 타이어 펑크용 쇠못을 뿌리지 않는 것, 차량을 불태우거나 인질극을 벌이지 않는 것 등 그들이 정한 원칙은 범죄 후 도주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사회 개혁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억울하고 불필요한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그들의 의지의 표명 아닐까?

 

 


이번 시리즈의 백미는 소설의 중후반부 5억 크로나 ( 625억원)의 초호화 요트를 훔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앞에서 열거한 메르타 할머니 열풍의 원인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그들은 은행털이에 몇 십번 이상 성공해야 모을 수 있는 부를 축적한 요트의 주인이 사기꾼이자 조세 포탈범이라는 것을 포착하고 지중해 생트로페에 있는 그의 요트를 훔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또한 탈취한 요트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를 굴리면서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는 올레크와 보리스를 만나게 된다. 요트를 헐값에 갈취하려는 그들과 메르타 일행의 싸움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연륜을 기반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
 
모지스 할머니가 자전 에세이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에 남긴 말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화가를 꿈꿨지만 삶의 무게로 인해 76세가 되어서야 붓을 잡았고, 10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는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녀는 그녀가 살아낸 삶과 삶의 순간순간을 표현한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누구나 다른 삶의 밀도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소설 속 그들의 삶 보다 높은 밀도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 시리즈에서는 표범동굴에서 회색표범이 되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는 메르타와 천재의 사랑도 완결되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게 될 당신의 삶에도 그들처럼 열정과 유쾌함이 깃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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