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장르 소설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속의 리스트에서 영미문학은 항상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습니다. 영미문학과 거리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뭐랄까요 음식에 비유하자면 섭취하기가 약간 불편한, 목넘김이 그다지 좋진 않은 느낌이 든달까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를 강타했던 소설 '트와일라잇'조차도 꾸역꾸역 삼켰으니 말입니다.  고로 저같은 영미문학기피자의 귀에까지 들어온 책이라면 그 유명세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이 책 '헝거게임'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사전 지식하나 없이 참 괜찮은 소설이라는 입소문 하나만 들어온 책입니다. 지지자들도 상당했구요. 귀가 얇은 편인지라 헝거 게임만은 영미소설임에도 불구, 꽤나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이 책을 나눔받게 되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속 배경이 되는 세계는 판엠이라는 국가입니다. 이 도시에는 캐피톨이라는 이름의 수도가 있으며, 12개의 구역이 캐피톨의 통치를 받고 있는 형태입니다. 과거 12구역의 반란을 제압한 후 캐피톨은 통치의 상징으로 '헝거게임'이라는 게임을 도입합니다. 12개의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남녀 한쌍을 뽑은 후 그들중 단 1명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게임, 일종의 배틀로얄 형식의 게임이지요. 이 게임은 캐피톨은 물론 전 구역에서 생중계가 됩니다. 주인공 캣니스는 11구역에서 생활하는 여자아이입니다. 몰래 사냥을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그녀. 헝거게임 추첨식에서 그녀의 여동생이 추첨되는 불운이 벌어지고, 결국 여동생을 대신해서 자신이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캣니스와 또 한명의 남성 당첨자인 피타가 헝거게임을 위해 캐피톨에 들어온 이후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 했습니다. 헝거 게임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물자를 보급해주는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그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등의 발상이나 헝거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동양식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특히 헝거게임 참가자 개인의 능력과 신체적 특징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생존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작은 야생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미 시작부터 '한 쌍의 남녀'라는 빤히 보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로맨스까지 가미 되어 있으니 모험, 서스펜스, 로맨스가 적절히 배합되었습니다. 이쯤되면 예상되는 레파토리. 그렇습니다. . . .   

  

Gray Ross감독, Jennifer Lawrence, Josh Hutcherson주연. 2012년 3월 23일 미국 개봉 예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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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 들 여 다 보 기 

 

한국현대소설 - 어렵다?

 한국현대소설을 꽤나 좋아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덜컥 겁을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작품 자체의 수준이 제 독서 이해력의 정도를 벗어난 것에 대한 불안인데요. 한국현대소설이 던져주는 심오한 주제라던가 그 주제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추상적 요소들에 익숙치 못해서지요. 시작은 창대하여 재밌게 읽어나가지만 끝에 가서는 이 소설의 주제가 뭔지, 결말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하는 류의 의문으로 책장을 덮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숲 전체를 보지 않고 눈 앞의 나무만 좇아가다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랄까요. 읽고 있는 부분에만 집중 가능한 수준낮은 독서력(?) 탓이겠지요(아직 멀었네요 ㅠㅠ) 특히 이번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처럼 제목부터 메타포를 한껏 머금은듯 힘을 꽉주고 들어오면 그 불안감이 배가가 되지요. 


 


베스트셀러 - 쉽다

 허나 베스트셀러는 괜히 되는게 아니었나봅니다. 물론 작가 '최인호'의 네임벨류도 기여를 했겠지만, 그것도 어느정도의 일단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을때의 이야기이겠지요.

 이야기는 주인공 K가 주위의 사물을 낯설게 느끼면서 시작됩니다. 당연하게 존재한다고 느끼던 주위의 물건들에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심지어 아내마저 낯설게 느껴집니다. 전날밤 술에 거하게 취한후 끊겨버린 1시간 30분의 기억에 그의 낯섦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어제의 동선을 따라나갑니다.

 자신의 주변에 대한 낯섦의 인식..... 시작부터 범상치않은 사건으로 덜컥 부담을 줍니다. 기억과 망각의 심리작용, 그로인한 정체성의 침식, 자아분열, 인지장애..... 온갖 심리적 관념을 총동원해야할 줄 알았습니다. 허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술술 잘 읽힙니다.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K라는 탐정이 기억의 공백을 메우기위해 주변인물을 탐문하기도 하고 직접 해결을 위해 행동합니다. 띠지에 소개한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소설의 가독성을 도와주는 또다른 장치로는 직설적인 비유법들도 한몫을 합니다. 상황을 온갖 은유와 상징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적절한 단어를 던져줌으로써 한결 이해가 빨라졌습니다. 

섀도 박스
같은 종이를 여러 겹 오려 필요한 조각을 만든 후 실제 상황에 맞춰 입체감 있게 재배ㅣ해서 만든 전위적 예술 공간..... 그 상자속에 K가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K가 겪고 있는 이 수수께끼의 상황은 섀도 박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 3의 입체 공간일지도 모른다. - p.55
- 낯이 익지만 어제의 것이 아닌 주변의 모든 것들. K의 주위에 들이닥친 혼란의 공간을 섀도 박스라는 단어로 정리해줍니다.

중간중간에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삽입되어 있지만 오히려 이런 소재들이 미스테리함을 가중시킵니다. 도대체 어느정도길래?? 궁금하시다면 일단 읽어보시길!

여기서 부터는 소설의 내용 및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어렵다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고 책이 쉽다고는 말 못합니다. 갑작스러운 낯선 느낌의 이유를 수사해나가는 탐정 K. 허나 주위 상황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K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주변 인물들의 중첩이 점점 가중되면서 주변 사람이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인가 하는 의심이 피어오릅니다. 빅브라더라는 초월적 존재의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K는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이 앉기에도 좁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사내가 흘깃 K를 보았다. 얼핏 보기에 어제 처제의 결혼식에서 만났던 장인이자 좀 전에 JS집에서 본 매형과 닮아 있었지만 분명히 그 사람인지, 복제인간인지, 닮기만 한 다른 사람인지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 p.258
- 똑같이 생긴 사내와 장인과 매형. 과연 누가 진짜이고 누가 거짓일까. 혹은 모두 진짜일까. 모두 가짜일까.

 그리고 그 의심의 범위는 신이라는 시원적 존재에까지 뻗어나갑니다.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우주 만물과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인가, 아니면 하느님으로 위장한 거짓 하느님의 헌신인가. 내가 믿는 예수는 과연 인류를 구원한 구세주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든 인형 리얼돌과 같은 적 그리스도인가, 아니면 리얼돌과 같은 모조품이 아니라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관능까지 지닌 살아있는 악신인가 - p.289

그리고 그 의심의 원인이 주변상황의 왜곡이 아닌
자신의 왜곡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모든 가상현실에서 바뀐 사람은 다름 아닌 K다.
 K 본인이 가짜이며, 짝퉁이며, 복제인간이자, 추적자이며, 위조인간이다. 이러한 기현상은 다름 아닌 K의 탓이고, K의 탓이며, K의 큰 탓 때문인 것이다.....K는 K가 아니다. 그러면 지금의 k는 누구인가. -p.296

 이후 K가 자신과 똑같지만 다른 K를 만나게 됩니다. 이정도가 되니 서평을 쓰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책장이 잘 넘어간다고 책이 잘 이해되지는 않는 노릇이지요. 누가 실제 존재하는 현실이고 누가 환상인지 그 경계가 점차 허물어집니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사건들이 소설후반부가 되면서 극단적으로 배치됩니다. 특히 마지막 3장에서 주인공이 지난 앞의 모든 등장인물들과 재회하고 이후 K2와도 만나 합일을 이루는. 진정한 K가 되는 부분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즐겁게 읽은 소설이었지만 또 한번의 한계가 다가온 듯 하네요.
K1과 K2는 합쳐짐으로써 그들의 의문을 푼 것 같습니다.
저의 의문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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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 들 여 다 보 기



 

 

불편한 주제

 책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는 기대감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성범죄라는 다소 불편한 주제에, '개인적 단죄'라는 좀 더 묵직한 주제의식을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이 두가지 소재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과 '다소 버거워 보이는 두 주제를 통해 소설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동시에 들었습니다. 책의 두께를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얇아서 약간 걱정도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단죄'라는 테마에 대해서는 '갈때 까지 가보자'는 식의 극한의 상황 설정을 통해 한번 진지하게 다가가보고 싶었던 지라. 주제의 무대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정도의 분량과 스케일정도까지는 되어야 만족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지요. 허나 작가 '야쿠마루 가쿠'에 대한 평이 꽤나 좋은 편이라, 믿음을 가지고 한번 도전해보았습니다.

 소설의 묵직한 주제 의식과는 달리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것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 후에는 자신을 '상송'이라고 칭하는 살인마가 행동합니다. 상송은 아동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과거에 성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전과자들을 단죄라는 명목하에 무참히 살해합니다. 그리고는 성범죄가 사라질때까지 그의 살인 또한 이어질 것이라고 경찰과 매스컴에 성명서를 보냅니다. 자신의 여동생을 성범죄 살인 사건을 통해 잃은 경찰관 나가세, 철저히 경찰의 입장에서 상송을 잡으려하는 무뚝뚝한 경찰 무라카미, 그리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단죄를 행하는 살인마 상송의 시각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그들의 시각

 작가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단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요소요소 마다 배치합니다. 많은 생각을 유발 시킵니다. 특히 자신의 여동생을 성범죄자에게 잃은 연유로 동종 전과자에게 큰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인간 나가세와 상송을 단지 범죄자로만 취급해야 하는 경찰관 나가세와  사이의 고뇌가 많이 와닿습니다.

 

나는 어느 쪽일까. 경찰관으로서 이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만약 카나와여동생 에미 같은 피해자가 줄어든다면  

이대로 범인이 잡히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이상, 나는 이 수사본부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 p.188

- 자신의 혈육을 성범죄자에게 빼앗긴 나가세. 거의 상송의 논리에 마음이 기운 듯한데  

그의 가정사를 보면 충분이 공감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상송이 사회의 구세주인 양 옹호하고 떠받들기도 하지만  

놈이 한짓은 단순한 살인이다.

나가세가 그런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서 수사에 임해주길 바랐다. - p.196

- '상송은 단지 범죄자'라는 철저한 경찰관의 입장을 보여주는 무라카미. 
 

 

"지난 달 27일, 사이타마 현내의 자택에서  키무라 마사츠구가 살해되었습니다.  

알 고 계십니까?"

" 신문에서 읽었어요. 누가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감사하고 있어요.  

사법 대신 리츠코의 복수를 해 줬죠." 마사오가 무라카미를 쏘아보며 말했다. - p.175 

- 자신의 아이를 성범죄자에 의해 잃은 가족. '사법 대신 리츠코의 복수를 해줬죠'라는  

한 구절이 그의 깊숙한 아픔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일찍이 죄 없는 아이들을네놈의 더러운 욕망을 위해 죽인 너희들은,  

결코 그 죄에 합당한 보답을 받지 않았다.

이 썩어 빠진 사회를 정화하기 위한산 제물이 되는 것 외에 너희의 가치는 없다. -p.130

- 머리로는 잘못된 것을 알지만 마음으로는 공감될 수 밖에 없는 논리를 펼치는 상송.    

복잡합니다.     


나의 시각

 성범죄 관련 뉴스가 전파를 탈때마다 온갖 괘씸함과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동시에 범인들에 대한 단죄를 상상하면서 그 분함을 억누르곤 합니다.

제 자신은 그의 행동 역시 또 하나의 '범죄'라는 현실적인 논리를 생각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사형집행인 '상송'을 두둔하고 그를 통해 통쾌함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 문제, 제 자신도 아직 한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모호 합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한판 제대로 벌이는, '갈때까지 가는' 소설을 바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제대로 한판 벌이지는 못했지만, 두께에 비해 알찬 생각거리를 던져 준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노파심

 이 범인을 잡지 않으면 언제 제2, 제3의 모방범이 나타날지 모른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범죄. 살인을 긍정할 수도 있는 범죄. 어떤 목적이 있든지 여론이 범죄를 긍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이 범인을 놓쳐 버리면 사법의 이념이 붕괴될지도 모른다. - p. 138

 이 소설의 주제인 '단죄'가 약간 불편하다고 앞서 언급했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설을 통한 모방범죄에 대한 노파심이랄까요. 영웅심리에 심취해 혹여나 극단적인 형태로, 따라하는 범죄는 생기지나 않을까?... 전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콕 집어 주는 군요.

 

 



여기서 부터는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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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허나 떳떳하지 못한

 결말이 참으로 영리했습니다.
조그마한 반전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서술트릭을 연상케하는 다양한 복선들이 눈에 띠기는 했지만요) 더 영리한 면은, 소설의 주제라 할수 있는 단죄에 대한 정당성에 대한 대답을 능숙하게 피해갔습니다.이미 성범죄의 전력이 있는 범인이자신의 딸마저 탐할까봐 자신을 상송의 마지막 제물로 바치는 발상. 단죄라는 표면에 드러난 동기를 묽게 만들어 그에 대한 논의는 피해가면서 이야기는 깔끔하게 완성시키는 참 영리한 구성이었습니다. 또한 복수라는 소재를 개입시켜서 '단죄'에 대한 논의를 또 한번 능숙하게 희석시키기까지 합니다.
영리하게 반전과 스토리는 완성시켰지만 주제의식을 정면으로 받아내진 않아 조금 아쉽고 떳떳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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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책 들 여 다 보 기

 



 

수동적으로 읽기.

 소설 일변도의 독서습관에서 한번 탈피해 보고자 신청한 서평단. 운좋게도 당첨 되었습니다. 표지부터 꽤나 멋이 들어있어서인지 저도 덩달아 잔뜩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체적으로 포토 에세이집 같은 장르를  찾진 않지만, 좋은 사진이나 글귀에 쉽게 매혹되는 편이어서 그런지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표지부터 손가락으로 스르륵 넘겨본 첫인상을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설렘'이었습니다. '광수생각'으로 이미 유명한 박광수 작가의 만화를 통한 관록이 드러나는 듯 사진이나 글귀의 배치, 폰트 등 디자인 적인 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저효과라고나 할까요, 글자만 한가득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책만 봐오다가, 사진 큼직하고 글자는 조막만하게 적혀진 책을 오랜만에 접하서 일까요. 여튼 이 책의 첫 인상은 꽤나 좋네요. 


능동적으로 읽자 - 비평하기.

 이 책을 읽고 난 후, 두가지 감상이 들었습니다. 앞 문단에서 구구절절 늘어놓은, 사진과 글귀 찬양이 바로 한 가지입니다. 책을 천천히 들여다 봐도 구도나 배치가 마음에 쏙 듭니다. 이쪽 분야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책의 디자인적 요소가 평범한 편 일수도 있고, 어쩌면 그다지 대단치 않은 것이라는 노파심에 이렇게 칭찬일색으로 적어두기도 약간 소심해지긴 합니다. 허나 마음에 드는 건 숨길 수가 없네요;;

 반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꽤나 실망했습니다. 저는 책을 인과적이고 분석적으로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과라서 그런걸까요??;; 그래서 책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거나, 항목별로 딱딱 분류 되어있는 걸 굉장히 선호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상당히 분개해 하는 경향이 있구요. 과연 어디서 실망한걸까? 두가지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1. 도서 전체 - 책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각 페이지들을 채워넣은 콘텐츠들의 모습이나 그 내용 모두 마음에 들긴 하지만, 너무 두서가 없었습니다. 어떤 장에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다가 다음장엔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세지를 담는 등 하는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200여페이지를 한가지 주제의 사진으로만 채워 넣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닐것입니다. 허나 그러하다면, 여러가지 주제를 각 카테고리별로 담은 후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법도 있을 터인데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2. 각 페이지 - 각 장을 구성하는 글귀와 사진과의 상관관계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구절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의미의 묵직함도 좋았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느낌들도 좋았지만 둘의 조화는 약간 아쉬웠습니다. 포토북 초보자인 제가 모르는, 숨은 연계가 있는가 생각이 들었지만 이러한 구성이 한 두 페이지가 아니었던 터라 조심스레 문제제기를 해 봅니다. 특히 유기성이나 인과성을 중하게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배가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외형에 대한 만족과 내용에 대한 실망. 두 성향의 상충작용으로, 이 책 그럭저럭 볼 만은 했네요. 

능동적으로 읽자 - 수용하기.

 아무리 실망을 했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바를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능동적 독자라는 생각이 문뜩 듭니다.ㅋㅋㅋ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초기 목적 중 하나가 '남의 생각 들여다보기'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방식에 약간은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는 현재, 남의 생각도 들여다보면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내가 배울점은 없나' 하는 생각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결과적으로 저의 의문에 결정적 해답을 내려 주진 않았습니다. 허나 충분히 좋은 구절들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손해 보진 않은 셈이지요. 몇개를 소개 하며 서평도 마무리 해야겠네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니?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지....

오른쪽 길로 가면 완전히 잘못 가는 건 아닐까?

또 왼쪽 길로 가면 내가 가려던 방향과 더 멀어지는 건 아닐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니?

우리가 살다보면 그런 상황들이 한두 번쯤은 꼭 온단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내 목적지가 어딘지조차 잃어버렸을 때 말이야

너무 막막하지?

하지만 기억해야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도

그 길에 그냥 멈춰서 있어선 안되는 거야.

결정의 시간은 약간 길어도 괜찮지만 분명한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지.

그렇지 않다면 너는 아마 계속 그자리에 있을 거야.

만약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목적지는 애초에 없는 것이겠지.

기억하렴. 잘몰라서 멈칫하는 시간은 길어져도 괜찮단다. 

하지만 결정되면 앞으로 나아가야해.

아무런 두려움 없이. p.99  

- 찾고 있는 답에 가장 부합하는. 
  

디자인을 오래하는 이들이 말하는 최고의 디자인은 '슈퍼 미니멀'이다.  

디자인이란 자꾸 무언가를 더하는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요소들을 하나씩 빼 버리는 작업이란 것이다 .

노래도 글도 그림도 그리고 우리네 인생과 진심도 그것들과 똑같다.

자꾸 꾸미고 덧칠할수록 추해질 뿐이다.

p.210

- 가장 담아두고 싶은.

 



 

All truly great thoughts are conceived by walking.(friedrich nietzsche)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p.139

-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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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볼 때면 '적당하다'라는 표현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 트릭이나 반전등을 비롯한 추리소설적 요소, 사회적 병폐를 살짝이나마 건드려주는 세심함. 이 모든 것들이 참 '적당히' 버무려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즉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무작위로 고르더라도, '괜찮네'정도의 소소한 감상을 남기게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허나, 시쳇말로 '안전빵'인 소설만 써대는 소설가에게 명성이 따라오진 않았겠지요. 이번에 읽은 소설 '플래티나 데이터'는 간만에 읽은 (탐정클럽-다잉아이-갈릴레오의 고뇌 이후가 되겠네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적당치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 역시, 쉽게 읽히는 줄거리 속에 여러가지 생각거리나 아이디어를 배치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풍을 그다지 벗어나지 않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NA정보를 이용하여 용의자를 최소한의 오차로 좁혀내는 시스템이 개발된다. 그 정확성이 일련의 범죄사건의 신속한 해결로 입증되어, 순식간에 관련 법안들이 입법된다. 허나 완벽하다고 느껴졌던 시스템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많은 유전적 증거들이 남겨진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시스템을 통한 용의자의 정체는 Not Found. 찾을 수 없는 인물에 의한 것이었다. 거기에 시스템을 제작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인물들 마저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심각한 상황에 이른다.


 아직까진 '적당한' 듯한 모습입니다. 뇌리에 콱 박히진 않지만 내용이 슬쩍 궁금해지긴 합니다. 이 때 책 소개글 한 귀퉁이에 소개된 작가의 말 한 구절이 눈길을 끕니다.

 

“《플래티나 데이터》의 집필에는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자신이 주인공 가구라처럼 고민하고, 괴로워했기에 좀처럼 답을 내지 못한 채 있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소설의 형태로 갖출 수 있게 되어 안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 소설을 즐기실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글 중에서)

 

 즉 이번 소설에서 작가님이 힘을 준 부분은, 작가를 고민스럽게 하고 괴로움을 자아내게한 소설의 문제의식, 이것을 어떻게 소설로 풀어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늘 작가님의 작품에서 소소하게 나타나곤하는 사회적 사안에 대한 생각거리를 이번엔 다소 묵직하게 들고 나온 셈입니다. 거기에 더 감동받은 점은, 그 생각거리라는 것이 이번 소설에는 한두가지를 배치한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제 글솜씨보다는 잘 정제된 책 소개글을 발췌해서 그 생각거리들을 간단히 간추려 보겠습니다.

 
1.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과학. 현대사회는 이를 과하게 믿으면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부정하고 점점 과학에만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

2. 막대한 양의 DNA 데이터를 축적한 뒤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공표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국가 권력. 이로 인해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섬뜩한 문제들.

3. 디지털 데이터만을 믿는 연구원과 오감을 발휘한 수사를 믿는 형사. 두 인물 사이의 얽히고설킨 갈등. 그리고 그 주위 인물들의 인물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 (출판사 제공 책 소개글 중에서)

 
  각각의 문제의식은 이야기에 흐름 사이에 절묘하게 꿰어져서 흘러갑니다. 꽤나 깊이있는 주제가 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운 이야기로 완결성있게 꿰어놓은 책. 히가시노 게이고 매너리즘에 살짝 빠져서 그를 과소평가할 수도 있었던 근래, 또 한번의 큰 만족으로 푸근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도서이든 중간이상은 하는 그의 이야기와 그 사이의 트릭이나 반전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거기에 범위와 깊이를 한껏 보강해, 실망의 범위를 좁히고 만족의 그물망을 더 넓혀버린 문제의식까지. 그래서 저는 이 소설 강추입니다!

 

 
<쓸데 없는 덧붙임>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언되어 있으니, 읽지 않으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책을 읽고 든 생각을 잊어먹지 않게 적어 놓기>라는 저만의 서평쓰기 목적에 맞게 간단하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사실 국민적, 국가적 차원의 정보 보유 시스템, 더 나아가서는 그들에 의한 국가의 지배라는 주제는 몇번 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제가 이런 주제를 보고 여태까지 했던 생각은 주로 시스템의 자체적 결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스템의 정확성 자체가 문제가 되어 무고한 사람이 혐의를 뒤집어 쓰거나
시스템의 자체적 취약성을 노린 외부집단의 조작 등에 의한 피해가 될 수 있겠네요.

이 책에서는 시스템의 의도적 결함이라는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제시해주었습니다.

DNA 수사 시스템이 인가를 받은 배경에는 '플래티나 데이터'구축이라는 조건이 있었어. 정치가나 고급 관료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면 법안이 통과될 수 없었지. 그것은 구상 단계에서 이미 제시된 조건이었어... (중략)... 정치가라면 각료 경험자나 그에 준하는 급이어야 하지. 공무원인 경우에는 최소한 간부 후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커넥션 유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 p. 488

국가 권력시스템에 의도적으로 결함을 넣어(플래티나 데이터) 이를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다소 민감한 생각.
제 기준에서는 미처 뻗어나가보지 못한 개념이라 그런지 상당히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덧붙임의 덧붙임.>

책을 읽고 보니 윗 주제에 대한 복선이 여기저기 있었네요.

 "왜 이런 일을 선택했습니까?" 가구라는 자기도모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중략) "이유는 단순해요. 지배를당할 바에야 지배를 하는 쪽에 서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중략) "살아 있는 한, 유전자는 위조할 수 없지요. 그걸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인생을 지배당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 아닌가요? 자유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p.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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