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의 기술 -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즐기며 공부하기
가토 히데토시 지음, 한혜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순탄치 않으신 분.
주입식 교육에 적응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으시는 분.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데 익숙지 않아 혼자 공부하는 것이 혼란스러우신 분.
이런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드리진 못하겠다 이 책.  당신이 원하는 디테일한 기술을 소개한 책은 아니니까.
그래도 한 번 권고해드리고 싶다.  당신의 공부관을 뒤돌아볼 기회가 될 테니까. 

  
'독학의 기술' 제목에 주목해보면, 독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技術)적인 돌파구를 모색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책은 독학을 빌미로 공부에 대한 당신의 가치관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즉 독학의 기술(記述)을 통해 이를 공부관 전체로 확장해나가는 책이다. 미시적 해결책에 집중하기보다는 거시적 관점을 점검하는 책이다. 물론 필자의 경우에도 스킬의 학습을 목적으로 접근했고, 예상과 달랐던 내용에 당황하긴 했다. 그러나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나의 견지를 보충하고 수정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
독학의 기술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의 논점 중 하나는 독학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권고하는데 맞추어져있다. 즉 언제 어디서든 배우려는 의지를 강조한다. 특히 주체적으로 행할 것을 거듭 언급한다. 부모가 아닌 자발적으로 인생을 결정하고, 의욕을 가지고, 단기적이 아닌 계속적으로 공부에 대한 계획을 가지라고 말한다.

2
위의 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인데, 배움에 선행되는 과정에서도 주체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도출해내는 능력, 즉 주체적으로 의문을 품는 것을 역설한다. 이어서 창조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통해 과정의 완결성을 높이도록 주문한다. 

3
또한 전공 외의 분야에 대한 관심도 강조한다. 다양한 분야에 접근함으로서 종합적 사고를 가지기를 권고한다. 또한 시험에 국한된 무용지물의 외국어보다는 단순하고 현실적인 외국어 학습을 같이 추천한다. 인생의 기본기가 될 수 있는 교양과 인생의 광택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취미활동 등 자신의 주된 학습영역 밖의 요소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져준다.     

 
8권의 자기계발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정형화된 규칙으로 계발시킨다는 논리에 동조할 수 없다고 읽기를 거부해왔지만, 혹시나 마음속 의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8권의 책을 접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론은 이 책의 것들과 비슷했다. 의도한 부분에서는 얻어가지 못했지만, 그와 유사한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는 것. 내 마음속 의문은 아직 해결되진 못했지만, 해결의 여지를 얻게 되었다. 바로 ‘행동’이라는 키워드. 그 키워드는 자격지심과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여덟 권의 자기계발서가 헛되지 않게, 반동을 받아서 한번 해 보련다.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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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주웠니? - 3초 행복 테라피
히스이 고타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어요. 이년 만에 발을 내딛는 반가운 일상 속에서 청춘의 활력에 한껏 고무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에 덩달아 기분 좋은 설렘을 향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뒤편에서 숨죽이고 있는 마음속 깊은 고민들이 느껴져요. 청춘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마음 속 의문들. 이들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이 책, 저 책 기웃기웃 거린지도 어언 6권 째. 자기계발서의 향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이번 책은 제가 원하는 답을 내려줄지요?
 


성인의 정신작용이라고 밝히기엔 부끄럽지만, 제가 이번 책을 고르는 기준은 제목과 표지, 단 두 가지 요소였답니다. 하얀 바탕에 아기자기한 삽화가 그려진 표지의 깔끔함에서 원인 모를 신뢰를 얻었어요. 더하여 제목 내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황홀경에, 그만 합리적인 도서 선정 기제 속에서 작은 일탈을 감행해 버렸답니다. 물론 -매번 알고서도 당하지만 - 충동적 선택에서 으레 수반되기 마련인 후회의 감정은 단단히 각오하고 말이지요.
 

 


역시나 또 당해버렸네요 - 아쉽게도, 책은 '예측 가능하다' 는 면에서 그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해요. 이번 책 역시도 좋은 글귀를 실어두고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는, 상투적인 자기계발서의 포맷을 답습하고 있답니다. 내용 또한 여타의 잠언집과 같이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무조건적인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제안하는 메시지가 주문처럼 반복되고 있어요. 이러한 예측가능성으로 말미암아 결국은 책의 내용을 함부로 예단하게 되고, 상당히 평가 절하한 시각으로 책을 계속 읽게 되어버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는 작은 울림에 동해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이 책을 포함한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들이 연거푸 언급하는 메세지들은 비록 질릴정도로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는 옮기고 있지 않은' 것 들이었거든요. 새롭지 못하고 예측가능한 콘텐츠라며 불평만 하고 있는 저를 보는 저자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나를 걱정하는 이의 잔소리에 - 했던 말 또 하지 마요! 하며 투덜대는 -사춘기 소년처럼 무턱대고 반항만 하는 치기어린 행동은 그만둬야겠어요. 6권의 자기 계발서 내내 내가 찾고 있는 답은 어쩌면 계속 스며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중요한 건 행동에 옮기느냐 아니야에 따라 달린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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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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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혹자는 선악과를 통한 아담과 이브의 인지에서, 혹은 판도라의 상자의 틈바구니에서 악(惡)의 근원을 더듬곤 한다. 세대가 이어지며 악의 기준과 성질은 조금씩 변모하기는 했지만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악의 전형 - 타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채 타인의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하는, 예컨대 살인이나 강간, 절도 등의 것 - 들은 여전히 범세계적으로 규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러한 악의 유형의 정점에 위치한 것은 단연 타인의 생존권을 빼앗는 살인이라 할 수 있을 터. 허나 현대에 이르러서 살인은 악의 정점이라는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게, 난잡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게 체현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느샌가 사이코 패스라는 새로운 범주의 인간상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모리타트 : 살인 행위를 의미하는 독일어 Mordtat에서 유래한 것으로 살인이나 공포 사건을 소재로 한 떠돌이 가수의 발라드풍 노래.

잔혹한 모리타트의 선율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그리고 이 곡을 흥얼거리며, 함께 소설을 이끌어가는 이는 마치다 고등학교의 교사 하스미이다. 뛰어난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교내의 크고 작은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하며 선생님들의 신뢰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수려한 언변과 세심한 관심으로 학생들의 인기까지 얻고 있어 소위 인기강사의 전형이라 할 수 하스미. 허나 그의 모든 면모는 철저한 계산에 입각한 위선이다.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처단해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비뚤어진 가치관의 소유자인 하스미. 소설 속 그의 말 한마디가 그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모두 설명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잖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지. 나는 너희들과 비교해서 그런 순간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은 거야. 살인이 가장 명쾌한 해결방법임을 알아도 보통 사람은 주저하지. 그러나 나는 달라. X-sports 애호가들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끝까지 해내거든. - 2권 p.52

살인은 살인을 부른다고 했던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대처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만,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진다. 결국 하스미의 비정상적인 가치관에 의한 참혹한 악의 극한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종국에 이른다.
 


교전(敎典) : 교육의 기본이 되는 법칙. 또는 그런 법칙을 기록한 책.

작가 기시 유스케는 전작 '검은 집'을 통해 사이코패스라는 새로운 악인의 유형을 제시하였다. 살인이라는 단어의 중압감과 무게감이 무색할 만큼, 무덤덤하게 살인을 자행하는 사이코패스라는 존재. 이번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단순히 악을 체현해내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가 악의 근본까지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스미가 품는 생각 자체도 충분히 악독하다. 허나 더욱 섬뜩한 것은 하스미의 관념이 행위로 체현된다는 점이다. 도저히 용납되지 못할 만큼 잔혹한 발상이지만 작가는 이를 텍스트로 체현하고야 만다.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도덕적으로도 저어되는 발상은 급기야 하스미의 행위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 이른다. 그만큼 섬뜩한 발상을 기시 유스케는 '악의 교전'이라는 제목을 빌미로 삼아 텍스트로 실어놓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라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내내 울려퍼지는 모리타트의 선율. 살인의 서곡으로 시작된 선율은 소설 내내 장송곡처럼 죽음을 끊임없이 몰고 온다. 소설의 절정에 이르면서 모리타트는 점점 빈번히 들려오게 되고, 그 끝은 비현실적으로 잔혹한 악의 교향곡으로 마무리된다. 압도적인 악을 대면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편치 못하고 여전히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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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연애소설과 수수께끼 풀이의 결정판! 은밀한 '완전연애'를 엮어낸 연애소설, 전후사를 개관하는 연대기. 대담한 취향을 집약한 본격 미스터리까지 모든 면에서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다! - 책의 소개글 中

이 소설은 화단의 거장 나기라 다다스의 삶을 연대기의 형식으로 엮어졌습니다. 크게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의 삶에서 일어난 세 가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사건들은 본격 팬인 저의 기대치를 꽤나 높일 만큼 기묘합니다.
시대착오적 흉기 - 작은 온천마을에서 발생한 미군대위의 시체.
지상최대의 밀실 -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상에서 벌어진 예고살인.
궁극의 부재증명 -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허나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용의자.
세 가지 사건과 함께 나기라 다다스의 사랑과 인생까지 담기면서 본격미스터리, 연애소설 그리고 연대기라는 세 가지 장르를 선보이게 되는 셈입니다. 
 


전체적인 판은 상당히 잘 짜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잘 표현되었느냐를 떠나서 셋의 조화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연대기라는 큰 틀을 가지고 나기라 다다스의 일생을 생각보다 큰 스케일로 펼쳐냅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본격물로서의 미스터리적 요소와, 연애물로서의 요소가 잘 섞여서 틀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각각의 사건의 발생과 진상이 나기라 다다스의 삶과 사랑과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고 하면 되겠네요.

그렇다면 세 가지나 되는 욕심을 부린 이 책은 과연 각각의 요소를 잘 살렸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격물로서는 약간 아쉬웠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꽤나 수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 팬으로서 기대감이 너무 높았다'라는 것이 아쉬움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꽤나 크게 벌려놓은 사건들의 판과는 비교되어 그 진상은 생각보다 충격적인 요소가 적었습니다. 마치 엄청난 마술과 비견되는 초라한 해법을 본 후의 심정이랄까요. 특히 소설 결말부에, 달나라로 가는 듯한 엉뚱한 진상은...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허나 소설의 다른 요소들은 꽤나 만족스러웠는데요. 사실 시작부터는 이정도의 스케일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만족감이 배가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기술하면서 그와 관련된 사랑, 배신, 복수 등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이로 인해 촉발되는 사건들이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물론 논리적으로도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대기라는 큰 틀을 잘 짜놓았기 때문에 그 곁가지격인 연애소설적인 요소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셈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가장 욕심을 부린 요소는 연애소설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사랑을 마지막에 다소 억지로 뒤엎어버리면서 '너무 반전만을 겨냥한 작위적 장치'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의도가 다분히 보였지만 이게 웬걸,  자꾸 생각나고 그렇습니다. 계속 책장을 앞뒤로 넘겨보게 되고요. 여운이 남네요. 말미의 완전연애의 주인공들 간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서글픈 연애이니까요.

기발한 밀실이네, 깜짝 놀라는 반전이네, 완전 연애네하는 부분적인 것에 너무 기대하시지 마시고 큰 틀에서 보신다면
분명 잘 짜여진 한편의 인생을 다룬 이 소설에 만족을 느끼실 겁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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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완전연애는 성공했을까요?


아아, 이사람은 끝끝내....... 마스코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이사람은 평생토록 그날 밤의 오해를 깨닫지 못했어.
기와무씨는 아무 의심 없이 도모네 씨의 환상을 평생 사랑할 수 있었어.
당신처럼.... 어자 마음을 알려고도 않는,..... 어리석은 남자가 죽었다고..... 누가 울 줄 알아요...... 누가. 말해두겠는데, 나는........ 기와무 씨를 좋아한 적, 단 한번도 없다고요! p.438
평생 좋아한 적 없다던 마스코의 공허한 대답은 오히려 더욱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기와무의 사랑을 위해 담담히 완전연애를 감행해온 마스코의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숨을 쉬고나서 기와무는 화가에 걸맞는 맑은 눈으로 미와쿠를 바라보았다.
"내가 속았는지도............ 모르지." p.434
기와무는 어쩌면 미와쿠의 정체를 알았을지도, 마스코의 사랑을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완전연애는 성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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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뿌리는 20대 꼭 해야 할 37가지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엮음, 김정훈 그림 / 나무생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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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 부정적인 의미를 함유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감이 좋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주 내 입을 오르내리던 단어. 자신감에 가득차 있던 스물세해까지의 인생에서 간헐적으로 찾아오긴 하지만 내 삶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만 같았던 단어.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 사고인양 남의 일처럼 웃어넘기고 심지어는 '그건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지'하고 괴로워하는 타인을 속으로 한심해하던 나에게 이 단어가 찾아왔다. 매너리즘.

무슨 연유인진 몰라도 지구력 하나만큼은 자신있던 내가, 이다지도 허술하게 계획을 세우고, 끈기없게 포기하고, 다시 악순환. 1달 남짓했던 헛된 자유의 시간동안을 위해서, 1달 남짓 남은 어쩌면 마지막 여유가 될지 모르는 소중한 시간을 위해서 이제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했다. 다행히도 간간히 만나오던 친구들이 생각지도 못한 나름의 변화를 이룩해낸 녀석들이라,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자극도 많이 된게 사실이다. 허나 제아무리 효과가 좋은 심적 치료제를 투입해도 마음속에서 끝난다면 이는 자연스레 배설되고 잊혀질 터. 조루같은 지구력에 마음 졸이면서 급하게 계획을 세운다. 지금의 끈기라면 작심삼일도 감지덕지다.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큰 틀'의 부재였다. 으레 모든 20대가 미래에 대한 불확정성을 안고 묵묵히 자신이 길을 헤쳐가고 있기 마련인데, 그 불확정성의 깊이가 나는 좀 더 깊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물론 남들이 들으면 그럴싸해보이는 겉멋만 가득 든 목표는 있다. 안은 텅 빈 껍데기이다. 껍데기가 풍화되어 으스러지기 전에 속을 채워넣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어느 길을 가야하는가'가 잊혀지고 황량히 비어있을지언정 그 명목이 서 있긴 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어떻게 그 길을 가는가'로 안을 견고히 채워 나가야 했다.

닥치는대로 자기계발서를 모으고 있다. 특히 '20대에 꼭 해야할'과 같은 의무감 섞인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거들떠도 보지도 않았을 것들. 아직은 어리광이 부리고 싶은 걸까.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원하고 갈구했다. '시간을 잘 쪼개라'라 같은 일반적 진술보다는 '안철수 교수님의 시간 관리법'같은 것들이 더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걸러내다보니 몇 권 안남았다. 그중에 한 권이 이 책이다. '씨앗 뿌리는 20대 꼭 해야 할 37가지'

37가지를 그대로 따라할 생각은 없다. 아직은 자신에게 절실한 가치를 판단할 이성은 남아있다. '무조건 고백하라', '한번쯤 번지 점프를 해보라'같은 것들은 수용할 것이고 '북한 공부를 시작하라'같은 것들은 과감히 버릴 것이다. 그 자리를 또 다른 활동으로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호불호는 밝히지 않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내가 필요한 것은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는 것이 영리한 독서법일테니까.   


이번만은 허세 충만한 계획들에서 벗어나야지 다짐한다. 머릿속으로만 세운 계획은 진전이 없다는 것을, 이젠 충분히 체득했다. 갖가지 욕구들이 와글와글 머리에서 시끄럽게 울린다. 차곡차곡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버리는 법도 배우고 싶다.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제길, 좋은 말들은 쏟아지지만 아직은 하나도 내것이 없는 듯한 풍요 속의 빈곤. 그럴싸하게  좀 더 이상에 가까워지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다시 볼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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