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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연애소설과 수수께끼 풀이의 결정판! 은밀한 '완전연애'를 엮어낸 연애소설, 전후사를 개관하는 연대기. 대담한 취향을 집약한 본격 미스터리까지 모든 면에서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다! - 책의 소개글 中
이 소설은 화단의 거장 나기라 다다스의 삶을 연대기의 형식으로 엮어졌습니다. 크게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의 삶에서 일어난 세 가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사건들은 본격 팬인 저의 기대치를 꽤나 높일 만큼 기묘합니다.
시대착오적 흉기 - 작은 온천마을에서 발생한 미군대위의 시체.
지상최대의 밀실 -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상에서 벌어진 예고살인.
궁극의 부재증명 -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허나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용의자.
세 가지 사건과 함께 나기라 다다스의 사랑과 인생까지 담기면서 본격미스터리, 연애소설 그리고 연대기라는 세 가지 장르를 선보이게 되는 셈입니다.

전체적인 판은 상당히 잘 짜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잘 표현되었느냐를 떠나서 셋의 조화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연대기라는 큰 틀을 가지고 나기라 다다스의 일생을 생각보다 큰 스케일로 펼쳐냅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본격물로서의 미스터리적 요소와, 연애물로서의 요소가 잘 섞여서 틀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각각의 사건의 발생과 진상이 나기라 다다스의 삶과 사랑과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고 하면 되겠네요.
그렇다면 세 가지나 되는 욕심을 부린 이 책은 과연 각각의 요소를 잘 살렸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격물로서는 약간 아쉬웠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꽤나 수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 팬으로서 기대감이 너무 높았다'라는 것이 아쉬움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꽤나 크게 벌려놓은 사건들의 판과는 비교되어 그 진상은 생각보다 충격적인 요소가 적었습니다. 마치 엄청난 마술과 비견되는 초라한 해법을 본 후의 심정이랄까요. 특히 소설 결말부에, 달나라로 가는 듯한 엉뚱한 진상은...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허나 소설의 다른 요소들은 꽤나 만족스러웠는데요. 사실 시작부터는 이정도의 스케일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만족감이 배가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기술하면서 그와 관련된 사랑, 배신, 복수 등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이로 인해 촉발되는 사건들이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물론 논리적으로도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대기라는 큰 틀을 잘 짜놓았기 때문에 그 곁가지격인 연애소설적인 요소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셈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가장 욕심을 부린 요소는 연애소설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사랑을 마지막에 다소 억지로 뒤엎어버리면서 '너무 반전만을 겨냥한 작위적 장치'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의도가 다분히 보였지만 이게 웬걸, 자꾸 생각나고 그렇습니다. 계속 책장을 앞뒤로 넘겨보게 되고요. 여운이 남네요. 말미의 완전연애의 주인공들 간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서글픈 연애이니까요.
기발한 밀실이네, 깜짝 놀라는 반전이네, 완전 연애네하는 부분적인 것에 너무 기대하시지 마시고 큰 틀에서 보신다면
분명 잘 짜여진 한편의 인생을 다룬 이 소설에 만족을 느끼실 겁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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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완전연애는 성공했을까요?
아아, 이사람은 끝끝내....... 마스코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이사람은 평생토록 그날 밤의 오해를 깨닫지 못했어.
기와무씨는 아무 의심 없이 도모네 씨의 환상을 평생 사랑할 수 있었어.
당신처럼.... 어자 마음을 알려고도 않는,..... 어리석은 남자가 죽었다고..... 누가 울 줄 알아요...... 누가. 말해두겠는데, 나는........ 기와무 씨를 좋아한 적, 단 한번도 없다고요! p.438
평생 좋아한 적 없다던 마스코의 공허한 대답은 오히려 더욱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기와무의 사랑을 위해 담담히 완전연애를 감행해온 마스코의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숨을 쉬고나서 기와무는 화가에 걸맞는 맑은 눈으로 미와쿠를 바라보았다.
"내가 속았는지도............ 모르지." p.434
기와무는 어쩌면 미와쿠의 정체를 알았을지도, 마스코의 사랑을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완전연애는 성공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