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뿌리는 20대 꼭 해야 할 37가지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엮음, 김정훈 그림 / 나무생각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매너리즘. 부정적인 의미를 함유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감이 좋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주 내 입을 오르내리던 단어. 자신감에 가득차 있던 스물세해까지의 인생에서 간헐적으로 찾아오긴 하지만 내 삶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만 같았던 단어.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 사고인양 남의 일처럼 웃어넘기고 심지어는 '그건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지'하고 괴로워하는 타인을 속으로 한심해하던 나에게 이 단어가 찾아왔다. 매너리즘.

무슨 연유인진 몰라도 지구력 하나만큼은 자신있던 내가, 이다지도 허술하게 계획을 세우고, 끈기없게 포기하고, 다시 악순환. 1달 남짓했던 헛된 자유의 시간동안을 위해서, 1달 남짓 남은 어쩌면 마지막 여유가 될지 모르는 소중한 시간을 위해서 이제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했다. 다행히도 간간히 만나오던 친구들이 생각지도 못한 나름의 변화를 이룩해낸 녀석들이라,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자극도 많이 된게 사실이다. 허나 제아무리 효과가 좋은 심적 치료제를 투입해도 마음속에서 끝난다면 이는 자연스레 배설되고 잊혀질 터. 조루같은 지구력에 마음 졸이면서 급하게 계획을 세운다. 지금의 끈기라면 작심삼일도 감지덕지다.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큰 틀'의 부재였다. 으레 모든 20대가 미래에 대한 불확정성을 안고 묵묵히 자신이 길을 헤쳐가고 있기 마련인데, 그 불확정성의 깊이가 나는 좀 더 깊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물론 남들이 들으면 그럴싸해보이는 겉멋만 가득 든 목표는 있다. 안은 텅 빈 껍데기이다. 껍데기가 풍화되어 으스러지기 전에 속을 채워넣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어느 길을 가야하는가'가 잊혀지고 황량히 비어있을지언정 그 명목이 서 있긴 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어떻게 그 길을 가는가'로 안을 견고히 채워 나가야 했다.

닥치는대로 자기계발서를 모으고 있다. 특히 '20대에 꼭 해야할'과 같은 의무감 섞인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거들떠도 보지도 않았을 것들. 아직은 어리광이 부리고 싶은 걸까.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원하고 갈구했다. '시간을 잘 쪼개라'라 같은 일반적 진술보다는 '안철수 교수님의 시간 관리법'같은 것들이 더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걸러내다보니 몇 권 안남았다. 그중에 한 권이 이 책이다. '씨앗 뿌리는 20대 꼭 해야 할 37가지'

37가지를 그대로 따라할 생각은 없다. 아직은 자신에게 절실한 가치를 판단할 이성은 남아있다. '무조건 고백하라', '한번쯤 번지 점프를 해보라'같은 것들은 수용할 것이고 '북한 공부를 시작하라'같은 것들은 과감히 버릴 것이다. 그 자리를 또 다른 활동으로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호불호는 밝히지 않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내가 필요한 것은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는 것이 영리한 독서법일테니까.   


이번만은 허세 충만한 계획들에서 벗어나야지 다짐한다. 머릿속으로만 세운 계획은 진전이 없다는 것을, 이젠 충분히 체득했다. 갖가지 욕구들이 와글와글 머리에서 시끄럽게 울린다. 차곡차곡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버리는 법도 배우고 싶다.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제길, 좋은 말들은 쏟아지지만 아직은 하나도 내것이 없는 듯한 풍요 속의 빈곤. 그럴싸하게  좀 더 이상에 가까워지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다시 볼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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