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
박경일 외 지음 / 꿈의지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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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여행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로', '누구와'. 이 세가지에 따라 여행의 성격과 느낌과 목적, 그리고 결과가 바뀐다는 것이다. 이는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3가지를 정하지 못해서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가 가장 좋을까?', '난 지금 너무 바빠서 여행을 못가는거야'와 같은 , 언제가 가장 좋을지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시간의 제약에 갇혀있는 사람이 있다.  '괜찮은 곳이 근처에 있을려나?', '여행은 왠지 해외로 가야될것 같아', '우리나라에도 해외같이 좋은곳이 있을까?'라는 해외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우리나라 여행지에 대한 편견 또한 몇몇 이들에게는 존재한다. '누구랑 가야하지?', '혼자 가도 괜찮을까?', '혼자 가고 싶은데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와 같이 누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할지에 대해서 정하지 못해 여행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여행의 세가지 중요한 요소를 너무 쉽게 풀어주어, 위의 고민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아름다운 사진으로 답변해주고, 언제가 가장 좋은지, 그곳은 언제 가야지 가장 아름다운지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풀어내며, 여행지에 어떤 느낌으로 가면 좋은지(즉 누구와 가면 좋은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계절에 따라 갈만한 곳을 분류함으로써 그 계절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머릿속에 그릴수 있게 도와준다. '봄'을 읽을 때는 정말 지금이 봄인 것만 같고, 얇은 옷을 걸치고 여기 나와있는 여행지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여름'에 나온 여행지들은 정말 여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들이였고, '가을'의 여행지는 지금이 가을이여서 그런지 당장 문을 열고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떠나고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겨울' 또한 곧 올 겨울이 기다려지게 되는 그런 매력적인, 낭만적인 곳들을 소개 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주로 해외여행, 이국적인 풍경을 동경하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풍경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관광의 명소'부터 난생 처음 들어보는 '숨은 여행지', '처음보는 지명인데 매력적인 곳'도 나와 있다.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너무나 생소한 곳들이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사진을 보면서 벌써부터 그 곳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덤이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는 '사진'이었다. 어디서, 어떤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거기다가 셔터스피드, 조리개, 렌즈, 카메라에 대한 설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다는 것이 카메라와 사진에 평소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최고의 덤인 셈이다.

지금도 이 책을 다시 한번 펼쳐서 읽으면 여행 계획을 짜고, 떠나기 전의 설레임을 느끼고, 직접 그곳에 가서 전율과 감동을 느끼고 싶어질 것만 같다. 아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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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지음, 전용희 옮김 / 오브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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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생활은 내 관심사를 탐색하는 시기였다. 이과계열의 전공 내에 갇힌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인문학 전반에 기웃거려보기도 했고,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는 진심어린 취미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몇 가지 새로운 관심사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시사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지대한 흥미를 느꼈고, 경제학적 상식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낸 또 하나의 영역은 바로 그림에 관한 것이었다. 거장의 그림이든, 아마추어 작가의 습작이든 특정한 속성의 그림과 조우했을 때, 정체모를 설렘의 파동이 요동쳐오곤 했다. 허나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벅찬 감정의 기제를 설명하기엔 그림에 관한 나의 지식이 너무 짧았다. 내가 어떤 그림과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는가 하는 설렘의 실체를 손아귀에 움켜쥐기 위한 여로는 2년 내내 이어졌고, 말미에 이르러서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정체는 한가지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그림의 감상과 관련된 관심은 그림을 그려내는데 대한 관심과 발걸음을 나란히 하게 되었다. 특이했던 점은 감상에서 감동을 얻는 객체와, 이를 내 손으로 표현해내고 싶은 객체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설렘의 대상으로 규정된 몇 가지 요소 중 단 한 가지에만 직접 표현에 대한 욕심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일러스트레이션, 좁게 보자면 손그림, 스케치, 드로잉 등으로 이름 붙여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연유로 드로잉의 기술을 제시하는 책들을 쫓아다녔고, 이 책 ‘존 러스킨의 드로잉’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는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그것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보다는 드로잉을 통해 어떻게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p.9

‘존 러스킨’의 명성에 현혹되어, ‘드로잉’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이 책을 선택했다. 허나 이 책은 드로잉의 기술에 초점을 둔 책이 아니었다. 습작을 위한 여타의 드로잉 도서를 보면 그려내는 과정을 풍부한 삽화로 설명하며,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잡는 것이 보통이다. 허나 이 책은 존 러스킨의 드로잉 기술에 대한 강의를 옮겨둔 듯 디테일한 습작 과정을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실제에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힘이 든다. 저자의 접근 또한 드로잉 능력의 기술적 성장보다는 드로잉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에 좀더 힘을 준다. 드로잉 능력의 배양만을 위해 이 책을 좇았던 내 자신이 세속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을 정도다.  

각종 학문에 입문하기 전에 필요한 교양이란 것이 으레 있기 마련이다. 관련된 기초 지식이 될 수 있고,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관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 사실 입문서의 성격을 띠는, 수위 ‘원론’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것들은 대개 실제 활용에 선행 되어야 하는 기초 지식들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루하기도 하고 ‘이 책을 꼭 봐야하는가’하는 효율성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허나 기본이라는 것은 분명 최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올바른 표지가 되며 반드시 거쳐야 할 기항지와 같은 존재이다. 드로잉의 입문서인 이 책이, 드로잉을 막 시작하려는 현 시점에서는 시간이 조금 아까울 지도, 원론적인 내용에 조금은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는 상당히 뿌듯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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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사진 -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BIG IDEA
크리스 디키 지음, 김규태 옮김 / 미술문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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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나는 사진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왔었다. 성장을 겪으면서, 사진을 향한 관심은 변함없이 많았지만 그 방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주로 풍경이나 유적을 뒤로한 채 미소를 한껏 머금으며, 한 손에는 선명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곤 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항상 ‘나’이어야만 했다. 어린 나에게 사진이란 추억, 즉 지나간 흔적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고, 사용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사진이란, 일상을 그려내는 통로가 되었다. 길을 가다가 문득 지나치는 벽화, 전봇대 옆에 있는 잡초처럼 평범한 것들도 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그냥 걸어가다가도 '음....이런 구도로 찍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어색하지 않다. 피사체는 점점 더 일상적인 것들이 되었고, 사진 행위의 목적 또한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나’라는 개인에게조차도 사진의 인식과 대상이 변화했듯, 사진의 역사 속에서도 사진의 위치는 생각을 가진 유기체의 정신활동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 책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사진’은 영향력 있는 사진가들을 분석하면서, 그 변화와 흐름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에는 사진집의 형태처럼, 50인의 사진가들의 사진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이 쭉 나열된 형식을 취하기보다는, 50인의 인생과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산물인 사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냈다. 아주 친숙한 사진들과도 해후했고, 미술전에서 보았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사진들도 즐비했다. 로버트 카파, 세바스티앙 살가도, 유서프 카쉬, W. 유진 스미스, 신디 셔먼 등 기억에 남는 사진가들이 있었던 반면, 이해하기 힘든 관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도 있었다.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인화법으로 나를 곤란에 빠뜨렸던 작가도 있었다. 이렇게 읽으면서, 사진은 물론 작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그림을 볼 때에는 화가들의 이름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화풍과 특색을 알려고 노력해왔지만, 사진의 경우에는 - 사진은 분명 많이 보고 익숙하지만 - 사진사에게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번 책을 통해서 사진가들의 특성에 따라 피사체도 판이했고 사진의 느낌도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사진가 자체에 좀더 관심을 가지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사진에 대한 새로운 관점 외에도, 이 책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이게 해주었다. 단순히 사진을 보기 보다는 약간의 지식을 더하여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내가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전문적인 용어들 - 특히 인화법에 대한 - 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사진에 대해 알고 싶게 하는, 더 알아야겠다는 자극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진을 더 찍고 싶어졌고, 사진전에 가보고 싶어졌고, 사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 책에 나온 사진가들의 사진전이 빨리 한국에서 열렸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들의 사진전이 열리게 된다면, 아마 바로 달려가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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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2011~2012년 최신정보,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26
최철호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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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갔을 때, 도시 이름이 타락 타락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때 사실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이미 느끼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아, 파리 가면 뭐하지~?’라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가보면 고생입니다. 그렇죠? 상상 할 때 이미 여행의 모든 즐거움을 거의 경험한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 지식인의 서재 김제동.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함께.

최근에 통영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어요. 통영의 아름다움과 울림은 차치하고, 그 여행은 나에게 남다른 경험을 선사했어요. 모든 일정이 나의 계획 하에서 움직이는, 수동적인 여행자에서 여행의 설계자로 분한 경험이 바로 그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움직일 장소를 물색하면서 이미 내 두 발은 통영 시내를 내딛고 있었고, 그 설렘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날 밤잠을 설치던 아이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의 기대감과 나란히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언급했고 김제동의 동의한 이 말. 여기에 내 경험을 녹여내서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었어요.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시작 된다'

이번 책 ‘Just go 유럽’은 유럽 여행 여행자들을 위한 실용 가이드북이에요. 두께가 천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 정보의 양과 효용성의 상관관계는 좀 더 생각해 볼 일이구요. - 터놓고 말하면 이번 책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책에 소개된 지식을 열거하는 형식은 왠지 서평을 위한 서평이 되는 위선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생각 끝에 결심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한번 쯤 떠나고 싶었던 유럽, 여행을 계획해 보면서 그 즐거움을 미리 맛보기로요.

 

 


저는 양극적인 두 요소에 설렌답니다. 유럽 각국에 위치한 랜드마크들의 웅장, 또한 아기자기함이 함께하는 공간의 소소함. 전자는 영국의 빅벤이나 타워브리지, 프랑스의 에펠탑과 퐁피누 센터 등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또한 몽생미셸이나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웅장함도 탐나요. 인간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탄복하고, 가슴이 벅찰 것 같고 그래요. 후자의 경우는 튈르리 정원이나 프라하의 천문시계처럼 오밀조밀한 가운데 낭만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들로 설명할 수 있어요. 여기에는 ‘유럽적’이라는 수식어로 설명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세가 좀 섞이긴 했지만 유럽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낭만에 한번 기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각 나라를 방문한다면 꼭 지하철에 발을 내딛어보고 싶답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자신을 뽐내는 모양새. 사람과공간이 융화된 듯한 디자인의 로망. 위의 두 요소에 모두 반응하는 공간이 될 것 같거든요. 사실 지하철 노선도만 봐도 괜히 즐거워져요. 마치 김제동 씨가 공항에서 안내판을 응시하며 느꼈던 것과 같이요.

머릿속으로 계속 그림을 그려보면서 더 욕심나는 낭만이 생겼어요. 어깨 한 쪽에는 기타를 둘러메고, 갑작스레 용기가 난다면 연주도 하면서 유럽을 걷고 싶어요. 또한 랜드 마크를 사진으로 남기기보단 간단한 스케치로 남겨보고 싶어요. 좀 더 오래 내 마음에 새겨질 것 같거든요. 역시 여행의 시작은 계획이에요. 정작 떠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여름이 될 것 같은데 벌써 설레기 시작했어요. 유럽의 즐거움 미리 맛보기. 욕심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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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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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되짚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의 가치와 의미를 운운하는 분위기에서 묻어가듯 동조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여행에 절실하진 않았다. 사실 내겐 공간과 공간을 옮겨가는 찰나가 하나의 짧은 여행이었다. 내 가방 속엔 무료함을 달래 줄 책들이, 달콤하거나 흥겹거나, 때로는 몽환적인 노래들이 담긴 mp3가 존재했다. Freelance Whales과 짙은의 소박함에, Snow Patrol의 벅찬 감정, 거기에 짜릿한 지적 유희를 선사하는 추리소설 한 권이면 몇 시간의 이동이던, 고작 몇 분의 겨를이던 이 모든 시간들은 짧은 휴가이자 여행이 되었다. 일상을 가벼운 여행으로 상정한 마음가짐을 연유로, 어쩌면 여행이 가지는 무게감을 살짝 얕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것의 가치를 인지하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다소 높은 위치에 올라 있던 군대시절.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와 운동에만 정진하는, 청교도가 연상될 정도로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곤 두 달하고 반 정도의 공부가 결실을 맺는 시험 날. 시험 장소는 기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홀가분함을 가득 안은 채 기차를 타던, 여행이라 하기엔 쑥스러운 고작 1시간. 내 마음속에선 홀가분함과, 대견함과 아쉬움이 내달렸고, 나는 생각했다. ‘여행의 맛은 상대적인 것. 내가 살아온 삶엔 지극히 평범했구나.’ 하고. 


연거푸 언급한 Vacation, 쉬어가기의 가치 외에도 여행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를 머금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에 본 책에서 만난 명사들은 여행을 Introspection, 성찰의 계기로 삼았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한가득 안고 있는 마음 속 짐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사유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그들만의 장소에서, 그들은 내려놓기도 했고, 새롭게 얻어오기도 했다.

다른 한 가지 의미가 이번 책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에서 강조되는 Challenge, 도전의 의미이다. 런던에서 부산까지,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무작정 떠나는 세계여행. 그의 여행기를 조우한 후에는 같은 청춘을 살아가는 나와 저자사이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간극에, 부러움과 자괴감이 교차했다. Challenge로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노파심도 동시에 피어오른다. 작가가 책 한 쪽에서 언급하던 문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당신이 모험 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의 신은 당신을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아무리 힘든 여행길이라 할지라도 내일을 위한 계획은 하되, 걱정은 하지마라. -p.313

지금 당장은 현실의 벽에 부닥쳐 있지만, 이 책과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감정을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의 신이 내 어깨에도 앉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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