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를 되짚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의 가치와 의미를 운운하는 분위기에서 묻어가듯 동조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여행에 절실하진 않았다. 사실 내겐 공간과 공간을 옮겨가는 찰나가 하나의 짧은 여행이었다. 내 가방 속엔 무료함을 달래 줄 책들이, 달콤하거나 흥겹거나, 때로는 몽환적인 노래들이 담긴 mp3가 존재했다. Freelance Whales과 짙은의 소박함에, Snow Patrol의 벅찬 감정, 거기에 짜릿한 지적 유희를 선사하는 추리소설 한 권이면 몇 시간의 이동이던, 고작 몇 분의 겨를이던 이 모든 시간들은 짧은 휴가이자 여행이 되었다. 일상을 가벼운 여행으로 상정한 마음가짐을 연유로, 어쩌면 여행이 가지는 무게감을 살짝 얕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것의 가치를 인지하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다소 높은 위치에 올라 있던 군대시절.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와 운동에만 정진하는, 청교도가 연상될 정도로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곤 두 달하고 반 정도의 공부가 결실을 맺는 시험 날. 시험 장소는 기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홀가분함을 가득 안은 채 기차를 타던, 여행이라 하기엔 쑥스러운 고작 1시간. 내 마음속에선 홀가분함과, 대견함과 아쉬움이 내달렸고, 나는 생각했다. ‘여행의 맛은 상대적인 것. 내가 살아온 삶엔 지극히 평범했구나.’ 하고. 


연거푸 언급한 Vacation, 쉬어가기의 가치 외에도 여행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를 머금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에 본 책에서 만난 명사들은 여행을 Introspection, 성찰의 계기로 삼았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한가득 안고 있는 마음 속 짐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사유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그들만의 장소에서, 그들은 내려놓기도 했고, 새롭게 얻어오기도 했다.

다른 한 가지 의미가 이번 책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에서 강조되는 Challenge, 도전의 의미이다. 런던에서 부산까지,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무작정 떠나는 세계여행. 그의 여행기를 조우한 후에는 같은 청춘을 살아가는 나와 저자사이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간극에, 부러움과 자괴감이 교차했다. Challenge로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노파심도 동시에 피어오른다. 작가가 책 한 쪽에서 언급하던 문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당신이 모험 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의 신은 당신을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아무리 힘든 여행길이라 할지라도 내일을 위한 계획은 하되, 걱정은 하지마라. -p.313

지금 당장은 현실의 벽에 부닥쳐 있지만, 이 책과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감정을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의 신이 내 어깨에도 앉을 날을 기다리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