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의 사진 -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BIG IDEA
크리스 디키 지음, 김규태 옮김 / 미술문화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어릴 적부터 나는 사진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왔었다. 성장을 겪으면서, 사진을 향한 관심은 변함없이 많았지만 그 방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주로 풍경이나 유적을 뒤로한 채 미소를 한껏 머금으며, 한 손에는 선명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곤 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항상 ‘나’이어야만 했다. 어린 나에게 사진이란 추억, 즉 지나간 흔적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고, 사용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사진이란, 일상을 그려내는 통로가 되었다. 길을 가다가 문득 지나치는 벽화, 전봇대 옆에 있는 잡초처럼 평범한 것들도 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그냥 걸어가다가도 '음....이런 구도로 찍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어색하지 않다. 피사체는 점점 더 일상적인 것들이 되었고, 사진 행위의 목적 또한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나’라는 개인에게조차도 사진의 인식과 대상이 변화했듯, 사진의 역사 속에서도 사진의 위치는 생각을 가진 유기체의 정신활동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 책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사진’은 영향력 있는 사진가들을 분석하면서, 그 변화와 흐름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에는 사진집의 형태처럼, 50인의 사진가들의 사진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이 쭉 나열된 형식을 취하기보다는, 50인의 인생과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산물인 사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냈다. 아주 친숙한 사진들과도 해후했고, 미술전에서 보았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사진들도 즐비했다. 로버트 카파, 세바스티앙 살가도, 유서프 카쉬, W. 유진 스미스, 신디 셔먼 등 기억에 남는 사진가들이 있었던 반면, 이해하기 힘든 관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도 있었다.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인화법으로 나를 곤란에 빠뜨렸던 작가도 있었다. 이렇게 읽으면서, 사진은 물론 작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그림을 볼 때에는 화가들의 이름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화풍과 특색을 알려고 노력해왔지만, 사진의 경우에는 - 사진은 분명 많이 보고 익숙하지만 - 사진사에게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번 책을 통해서 사진가들의 특성에 따라 피사체도 판이했고 사진의 느낌도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사진가 자체에 좀더 관심을 가지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사진에 대한 새로운 관점 외에도, 이 책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이게 해주었다. 단순히 사진을 보기 보다는 약간의 지식을 더하여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내가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전문적인 용어들 - 특히 인화법에 대한 - 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사진에 대해 알고 싶게 하는, 더 알아야겠다는 자극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진을 더 찍고 싶어졌고, 사진전에 가보고 싶어졌고, 사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 책에 나온 사진가들의 사진전이 빨리 한국에서 열렸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들의 사진전이 열리게 된다면, 아마 바로 달려가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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