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10회

칠 척 거구의 무송이 삼 척도 채 못되는 형 무대를 어린 애 안 듯 들어올려서
한쪽 볼을 맞대기까지 하며 반가워하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우습고 재미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두 포졸은
자기네 신임 순포도두 형제의 너무나 대조적인 외모에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슬그머니 외면을 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 희극적인 장면을 재미좋다는 듯이 싱글거리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무송이 안아 올렸던 형을 도로 땅에 내려놓으며 두 부하에게 명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형님을 만났으니 형님하고 점심을 같이 할까 한다.
  너희들은 현청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대기하라”
 
 “예, 그러지요”
 
두 포졸이 굽신 허리를 꺾고서 현청쪽으로 걸음을 떼어 놓자, 무송은 형에게 말한다.
 
 “자, 형님. 어디 가서 점심이나 하면서 얘길 합시다”
 
 “어디 가긴 ... 우리 집으로 가야지”
 
그러면서 무대는 행상 보따리를 들고 앞장을 선다.
무송은 얼른 형의 그 보따리를 자기가 받아 들고서 나란히 걷는다.
 
나란히 걸어가는 두 형제의 모습 역시 구경거리여서 행인들 뿐 아니라,
점포의 주인들도 내다보며 싱글벙글 웃음을 떠올린다.
 
무대는 천만 뜻밖에 이곳 청하현의 거리에서 만나게 된 동생,
더구나 순포도두가 된 무송을 자랑스럽게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무대 역시 소문을 들어서
경양강 고개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호걸이 새로 현청의 순포도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동생인 무송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
 
무대는 때때로 며칠 씩 집을 떠나 멀리 현내의 구석진 부락까지 돌면서 행상을 하는데,
그 소문을 어느 시골 마을에서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두 포졸을 거느리고 거리를 지나가는 신임 순포도두를 보니까
먼발치에서였지만 칠 척 거구의 그 모습이 어쩐지 동생 같아서 혹시나 싶어 뒤를 쫒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송이었던 것이다.
 
무대가 살림을 하고 있는 집은 자석가(紫石街)라는 곳에 있었다. 두 칸짜리 셋방이었다.
 
 “형님, 형수씨랑 조카는 잘 있는지요?”
 
방에 들어가 앉은 무송은 불쑥 물었다.
 
 “그 전의 네 형수는 죽었고, 새로 형수가 들어왔지”
 
무대는 좀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 그렇게 됐나요? 음 ... ”
 
무송은 약간 침통해지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24]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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