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9회
 
[순포도두]란 도둑을 잡고 불량배들을 다스리는, 말하자면 현청의 치안대장이었다.

뜻밖에 그런 큰 감투를 쓰게 된 무송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꿈을 꾸어도 이만저만한 용꿈을 꾼 게 아니었다.
 
형을 만나보러 고향에 가려다가 호랑이를 때려 잡는 바람에 청하현의 순포도두가 되다니,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묘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사는 담당 관원에게 명하여 그날 안으로 서류를 꾸미게 해서 무송을 정식으로 순포도두에 임명했다.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현내의 부호(富豪)들이
너도나도 신임 순포도두인 무송을 집으로 초대해서 향연을 베풀어 축하해 주었다.
 
그 바람에 무송은 연삼일을 코가 약간 삐딱해질 지경으로 주흥(酒興)에 겨웠다.
살다가 이제야 비로소 때를 만났구나 싶었다.
 
하루 아침에 순포도두가 된 무송은
지사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현내에 들끓는 도둑들을 이 잡듯 모조리 잡아들이며, 불량배들을 싹 쓸어버려서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태평한 청하현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했다.
 
그래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직접 자기가 진두지휘하리라 마음먹었다.
 
무송이 부하 포졸(捕卒) 두 명을 거느리고 첫 순찰을 나간 날이었다.
 
현청 소재지의 거리를 두루 돌아보고,
오정(午正) 이 되어 점심을 먹으려고 현청 쪽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저만큼 멀리서 웬 난쟁이 한 사람이 물건을 팔려고 외치며 걸어오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 난쟁이 행상을 본 무송을 속으로 ‘이 곳에도 우리 형님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형 무대가 이 곳 청하현으로 옮겨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무송은
대수롭게 여기질 않고서 현청 쪽으로 거리를 꺾어져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무송 일행을 본 난쟁이 행상은 짧은 다리로 냅다 쪼르르 달려서 그들의 뒤를 쫓았다.
 
“여보시오! 나으릿님!”
 
큰소리로 외친다.
무송과 포졸 두 명은 거의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무송을 보자 난쟁이는 눈이 휘둥그래지면서도 온 얼굴에 활짝 웃음을 떠올린다.
 
“아니, 송이 아니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아이구 형님이구려. 형님은 도대체 웬일로 여기에 ... ”
 
무송도 뜻밖에 난쟁이 행상이 다름아닌 형 무대라는 것을 알고는 웃음과 함께 입이 딱 벌어진다.
 
무대가 길바닥에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쪼르르 다가들자
무송은 그만 난쟁이 형을 번쩍 들어서 안으며,
 
“형님을 여기서 마나다니 ... ”
 
반가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23]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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