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8회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디 한 번 얘기를 해보라구”
 
무송은 호랑이를 때려잡게 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자세히 늘어놓았다.
 
얘기를 듣고 난 지사는 놀라움과 함께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새삼스럽게 무송의 거구를 바라보았다.
 
앉아 있는데도 그 무더기가 아마도 보통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과연 놀라운 일이로구려.
  내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구”
 
그리고 지사는 관원을 시켜 주안상을 내오게 하여 손수 무송에게 술을 따라 주고서,
상금 삼 십냥을 내놓았다.
 
어제 호랑이를 때려잡았을 당시는 상금 삼 십냥은 내 것이다, 하고 환호성을 질렀던 무송이지만,
간밤에 마을에서 받은 풍성한 대접과 길거리에서의 사람들의 열광적인 환영,
그리고 이렇게 지사 앞에 앉아서 칭송을 들으며 손수 따라주는 술잔까지 받고 보니
기분이 벙벙해질대로 벙벙해져 마치 자기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서슴없이 말했다.
 
 “상금은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상금이 탐이 나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게 결코 아닙니다.
  사람을 수 없이 잡아먹은 고약한 놈이라는 말을 듣고서
  그 놈이 나타나기만 하면 내 손으로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에 때려잡았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상금은 그 동안 호랑이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호랑이에게 잡혀먹힌 사냥꾼이 일곱 사람이나 된다는데,
  그 유가족들의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지사는 거듭 감탄을 하여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힘만이 장사가 아니라, 마음씨도 비단 같구려. 놀랍고 기특한 일이로다.
   당장 그렇게 하도록 하지”
 
즉석에서 부하 관원에게
그 상금 삼 십냥을 무송의 뜻대로 죽은 사냥꾼 일곱 사람의 유가족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명했다.
 
 그리고 지사는 묻는다.
 
 “이제부터 그대는 어디로 갈 생각인가?”
 
 “고향으로 갈까 하옵니다”
 
 “양곡현으로 간다 그것이지?”
 
 “예,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지사는 불쑥 말한다.
 
 “어떤가? 이 곳 청하현에서 순포도두(巡捕都頭)를 할 생각은 없는가?
  양곡현은 바로 이웃 고장이니, 언제든지 고향에 가고 싶으면 다녀올 수도 있는 일이고 ...”
 
그 말에 무송은 귀가 번쩍 뜨이는 듯 얼른 두 손을 바닥에 짚으며 머리를 깊이 숙인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제 있는 힘을 다해서 지사님을 위해 일하겠사옵니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22]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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